2012년은 새해부터 학교폭력에 전국이 들썩이던 해였다.
2011년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후속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전국 학교의 '짱','일진'을 붙잡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같이 일었다.
17일 오전 광주 북부경찰서에 4년 전 학교폭력으로 말썽을 피운 속칭 '일진' 중학생들이 쓴 편지가 타임캡슐에 담겨있다. 담당 경찰관은 성인이 된 이들에게 4년 전 1박 2일 선도캠프를 진행하며 땅에 묻은 편지를 발송할 예정이다.
그해 4월 22일 전남 담양의 한 야영장에서는 8명의 중학교 일진 학생들이 땅을 파 작은 병을 그 속에 묻었다.
이들은 학교 안에서는 '패밀리', 학교 밖에서는 '일진회'라는 이름으로 몰려다녔던 속칭 문제아들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학생 26명의 돈, 자전거, 점퍼 등을 빼앗고 폭력을 휘둘렀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온 사회가 학교폭력 문제로 떠들썩하자 이들은 당시 직접 경찰서를 찾아왔다.
경찰은 제발로 온 이들을 처벌하기보다는 계도하는 것이 더 옳다고 판단, 1박 2일 선도 캠프로 데려갔다.
캠프에는 강력팀 형사들과 부모도 함께 했다.
이 캠프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성인이 된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 타임캡슐 안에 담아 야영장 인근에 묻었다.
아이들은 캠프에서 지내는 동안 어느덧 형이자 삼촌이 된 강력팀 형사들과 나중에 함께 타임캡슐을 꺼내자고 약속했다.
편지에는 이런 말들이 적혀 있었다.
"너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 공부! 공부!를 하겠다"
"뭐가 되었니?, 지금은 정신 차렸니?, 학교는 잘 다녔니?"
"학교는 안 다니더라도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
"이제는 착한 일을 해 경찰관 형사님들을 만나고 싶다"
"몸 아픈 할아버지를 못 돌봐줘서 죄송하다"
땅속에서 잊혀지던 타임캡슐은 1박 2일 캠프를 기획하고 이끈 당시 학교폭력 담당 강력팀장인 광주 북부경찰서 김영래 경위의 손으로 4년 만에 다시 빛을 봤다.
김 경위는 이 편지를 아이들에게 보내기 위해 낡은 수첩을 꺼내 연락했다.
문제아였던 아이들은 이제는 20대 성인이 돼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학교를 밥 먹듯 결석하던 3명의 아이는 번듯한 대학생이 됐고, 나머지 아이들도 취업했거나 취업을 준비하며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었다.
김 경위는 "처벌보다는 선도 캠프를 통해 문제아를 계도하려는 시도에 대해 의문과 염려가 많았다"며 "캠프 이후 도서관에 다니며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고 당시를 되돌아 봤다.
아이들이 4년 전 철없던 시절에 쓴 편지를 읽고 성인으로서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김 경위는 정성스럽게 봉투를 하나하나 모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