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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발표된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담긴 4가지 문제점

  • 허완
  • 입력 2016.04.16 07:43
ⓒ한겨레신문

국가정보원이 테러 방지를 이유로 각종 정보수집은 물론 각 지역 행정기관의 테러예방·대응 활동까지 관장하도록 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이 이르면 6월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법의 허용 범위를 넘어 국정원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등 위헌적 요소로 가득 찬 시행령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무조정실과 국정원은 15일 테러방지법 시행령(안)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발표했다. 시행령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국무조정실장,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국정원장, 경찰청장 등 19개 기관장이 참여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아래 대테러활동을 총괄·조정하는 ‘대테러센터’를 두는 한편, 테러 예방·대응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존 조직을 활용한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시행령은 다음달 6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6월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테러방지법의 제정 취지와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테러센터의 구체적인 조직구성과 운영 규정이 시행령에 전혀 담기지 않은데다, 국정원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공식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시행령 폐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테러방지법 시행령 주요 내용과 문제점. ⓒ한겨레

■ “셀프 입법”…헌법 원칙 어긋나

‘테러예방 및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전담조직을 둔다’는 테러방지법 8조에 따라, 시행령은 관계기관들이 참여하는 ‘테러정보통합센터’와 ‘대테러합동조사팀’, ‘지역테러대책협의회’ 등 10개의 조직을 구성하도록 했다. 문제는, 테러 예방·대응을 명분 삼아 시·도 관계기관을 지휘하는 지역테러대책협의회 의장 등을 해당 지역 국정원 지부장이 맡도록 했다는 점이다. 지역테러대책협의회는 각 지역에서 테러 예방 활동부터,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대테러특공대 설치를 결정하는 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국정원이 사실상 자신들이 만든 시행령으로 스스로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입법을 한 뒤 국정원이 시행령으로 자신들의 권한을 스스로 강화한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역할을 분리하기 위해 시행령에 위임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한 헌법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령안은 특히 경찰력이 감당할 수 없는 테러사건 진압작전을 이유로 군에 소속된 대테러특공대가 군사시설 이외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 투입은 외교부 장관, 국민안전처 장관 등인 테러사건대책본부장이 요청하면 가능하다. 이 변호사는 “군의 민간시설 투입은 계엄에 준하는 행위인데도, 장관 요청이라는 간단한 절차만 있을 뿐, 국회의 통제나 사후승인 등의 절차는 없어 위헌 소지가 큰데, 이를 단지 시행령 수준에서 규정해놓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 베일에 감춰진 대테러센터

테러방지법은 ‘대테러센터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날 발표된 시행령 안에는 조직 구성 등에 관한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대테러센터장이 대테러 관련 최고기구인 국가테러대책위원회의 간사, 실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관계 기관장에 대한 협조와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권한’만을 언급했을 뿐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대책위는 껍데기이고 사실상 대테러센터가 실제 권한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조직의 정체에 대해서는 법안은 물론 시행령에서도 제대로 된 언급이 한 줄도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25일,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7시간 6분의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다 본회의장 입구에서 '국회마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대테러 인권보호관, 이대로면 아무것도 못해

정부·여당 쪽에선 “테러방지법으로 인한 인권침해는 ‘인권보호관’이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행령에 담긴 인권보호관의 권한은 대테러정책에 대한 자문 및 개선권고, 인권교육, 인권침해 관련 민원 처리 등으로 한정됐다. 대테러기구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필 만한 실질적인 조사 권한 등은 빠졌고,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처 수단도 시정권고 수준에 머문다. 심지어 민원처리 방법이나 절차를 규정한 항목은 아예 없다. 이태호 위원장은 “누가 테러위험인물인지, 기구들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조사권한 등도 없는 인권보호관은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주민번호·여권번호도 견제 없이 제공

시행령은 대테러조사나 테러 선전물 긴급삭제, 신고자 보호 및 포상금 지급, 테러피해 지원 등 각종 포괄적인 업무를 위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주민번호, 여권번호, 외국인 등록번호 등 ‘고유식별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식별정보를 목적 외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는 개인정보보호법 19조의 예외로 두기 위해서다. 시행령은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만 정했을 뿐 규제나 제한 장치를 두지 않아, 지금도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통신자료나 공공기관을 통한 개인정보 조회·수집이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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