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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 동거차도의 아빠들 : 이 아빠의 독백을 들어라(동영상)

  • 이윤섭
  • 입력 2016.04.15 11:42
  • 수정 2016.04.15 13:44

[세월호 2주기] 동거차도의 아빠들_2 이 아빠의 독백을 들어라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세월호 침몰 2주기를 앞두고, 동거차도에서 인양 과정을 감시하고 있는 416가족협의회의 아빠들을 찾아 4월 8일부터1박 2일 동안 함께했다. 본 기사는 연작 기사의 두 번째 편이다.'

[세월호 2주기] 동거차도의 아빠들_1 아직 그곳에는 아빠들이 있다.(동영상)보기

어선을 타고 넘실대는 파도를 넘어 한 시간, 비좁은 산길을 다시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곳. 이곳을 작년 9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명칭은 '416가족협의회'다.

416가족협의회는 작년 9월, 세월호에 대한 인양 준비작업이 시작될 무렵부터 침몰 지점에서 약 1.6km 떨어진 동거차도의 야산에서 인양 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가족들끼리 조를 짜 1주일 동안 머무르며, 보통 같은 반 부모들로 구성된다.

예진 아빠, 윤민 아빠, 소연 아빠, 예슬 아빠가 번갈아 가며 카메라 앞을 지켰다.

한 아빠가 카메라를 바라보는 동안, 다른 아빠들은 4평 남짓한 움막 안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간간이 움막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바지선을 바라보곤 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나오라고 방송만 했어도.”

바다를 바라보던 예진 아빠는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게 계속 읊조렸다.

“제가 원래 이렇게 말이 빠르지 않았어요. 고향이 강원도인데 사투리도 잘 안 나왔다고. 그런데 2년 사이에 이렇게 된 거야. 뭐든지 급해지고. 빨리빨리 해야 하고. 늦어지면 답답하고. 그런 거야.”

“4월 16일, 17일,18일에 구조를 안 해주니까 우리가 계속 얘기해야 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우리 말을 안 들어주니까. 지금은 또 이래요. 진실을 말하려고 해도 안 믿어주니까. 10분도 안 들어주니까요. 5분 안에 다 설명해야 하니까 말도 막 빨라지고 소리도 높아지고…”

예진 아빠는 원래 이렇게 급한 성격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동거차도의 아빠들은 모두 건강이 나빠졌다.

서른일곱에 결혼해 얻은 외동딸 소연이를 잃은 아빠는 잠이 오지 않아 술에 의지하는 날이 많다.

“전에는 열심히 일했어요. 소연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어떻게든 잘 뒷바라지하려고…그런데 이제 와서는 일하는 것도 무슨 소용이겠어요. 다 소용없어요.”

움막 밖으로 나와 윤민 아빠가 나직이 얘기했다.

“저 형님은 작년에 여기 왔을 때, (동거차도 앞 바다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CBS와 안산 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가 발행한 '세월호 유족 최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족 152명에 대한 설문 결과 55.3%가 '죽고 싶은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자살 충동률은 55%로 일반인보다 10배나 높았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인데 '광주 5.18 피해자들의 자살률은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의 거의 500배가 된다'고(76쪽)

오마이뉴스, 2015년 4월 14일

윤민 아빠는 2년 동안 마시고 피운, 술과 담배가 평생 동안 한 것보다 더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제가 감정 조절을 잘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요. 그래서 상담도 받았죠. 그런데 항상 2% 부족한 거야. 이 사람이 내 앞에서 이해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있지만, 정말 이해하는 건가. 조금 괜찮아졌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힘들어지고…”

“저는 그나마 가족들이 있고 하니까 괜찮은데, 힘든 분들이 많아요. 원래 한 부모 가정이었던 경우, 주위에 함께 해 줄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집 안에서 술에 의존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분들이 많아요. 2년 동안 다 망가진 거야.”

이런 트라우마들은 세월호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로 국한되지 않는다.

제주지역의 세월호 참사 생존 피해자는 모두 24명. 안산·인천에 이어 많다. 제주 세월호 피해 상담소에 따르면, 이 가운데 18명은 아직도 불면증·무기력·감정 기복 등의 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 생존 피해자는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화물기사들이 대부분인데, 참사 이후 업무로 복귀하지 못하거나 배에 타서도 잠을 자지 못하는 등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 4월 10일

윤민 아빠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가다도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사고 나기 전까지는 대기업의 계열 회사에 근무하면서, 내 나이에 이 정도 되면은 이렇게 해야 되겠다.

그다음에 애들 시집보내고 나면 우리 부부가 둘이서 조그만 시골 가서 텃밭 있는데 가서 오손도손 살고, 애들 오면은 이렇게 해야겠다.

이런 미래에 대한 설계를 가졌었는데, 지금은 그런 미래에 대한 설계를 갖고 있지 않아요.

지금은 내가 당장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거든요.

그걸 내가 직접 내 눈으로 봤으니까 보고 느꼈으니까. 

보통 꿈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꿈이 없어요.

우리 가족들은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그런 여한이 없어요.

오늘 죽게 되면은 내가 못해준 딸을 보러 갈 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지잖아요.

그러면 내가 가서 못해준 것을 해줄 수가 있으니까.

그런, 애한테 못해준 아쉬움이 라던가. 그런 미련, 그런 후회…

가족들이 전부 다 그래요. 내가 그래도 좀 힘이 있고, 빽이 있었으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

원망과 자책감을 같이 동시에 갖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삶에 대한 미련이 없는 거예요.”

[세월호 2주기]동거차도의 아빠들.

1. 아직 그곳에는 아빠들이 있다.(동영상)보기

3. 아빠들은 이름이 없다(4월 16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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