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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호남 패배의 책임을 져야할까

  • 김병철
  • 입력 2016.04.14 15:06
  • 수정 2016.04.14 15:19
ⓒ연합뉴스

1. 더민주는 승리했다

20대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 도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일단 새누리당의 참패, 더불어민주당의 선방을 보면 긍정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총선 당일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이 무난히 과반을 확보하고, 호남을 빼앗긴 더민주가 100석도 못 얻을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더민주는 새누리당 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어 12년 만에 제 1정당이 됐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의 과반수(의석 확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백의종군을 하더라도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약속은 지킨 셈이다.

2. 그러나 호남은 빼앗겼다

문제는 더민주가 호남을 빼앗긴 게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 23석을 차지했다. 더민주는 3석을 건져 겨우 영패를 면했지만, 2석을 얻은 새누리당과도 별 차이를 못보였다.

호남 지역 정당투표에서도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패배했다. 광주, 전남, 전북의 정당투표에서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각각 25%p, 17%p, 10%p 가량 뒤졌다.(오마이뉴스 4월14일)

문 전 대표는 선거운동 막판에 호남을 방문해 정계 은퇴까지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대권)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국민일보)

3. 문재인의 책임인가

호남 패배 책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약속한 대로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당 대표도 아니었고 출마자도 아닌데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당으로 당선된 박지원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지나간 호남 지역 후보는 다 낙선했다.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 것을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고 압박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이 이미 무너진 뒤에 뛰어들어가 그나마 분위기를 좀 반전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호남의 선거 결과만 놓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겨레)

4. 김종인은 동지인가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에선 또 한 명의 중요한 정치인이 등장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본인도 국회의원이 된 김종인 대표다. 그는 문 전 대표의 우군이 될 수 있지만 경쟁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문 전 대표에 대해

"고군분투 수고했다"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큰 도움을 줬다"

- 호남 방문에 대해

"거기를 꼭 가고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봤다. 하지만 호남 민심을 달래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본다"

- 문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

"본인 생각이 어떠냐에 달려있는 것이지, 제3자가 이렇고 저렇고 얘기할 수는 없다"

5. 당장 은퇴는 없다

지금까지 나온 발언을 보면 문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총선 결과가 나온 14일 오전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은퇴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입장이냐?

"일단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가 호남의 지지가 없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때 드린 말씀엔 변함이 없다."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

"우리 호남의 패배는 아주 아프다. 국민들이 우리 당이 더 노력하도록 회초리도 함께 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더 겸허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계 은퇴 발언은 앞으로도 계속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6. 주도권은 안철수에게 있다

이제 중요한 건 대선이다. 2017년 12월 20일 치러지는 19대 대선은 1년 8개월 남짓 남았다. 당내 경선이 시작되는 내년엔 1년 내내 대통령 선거에 모든 관심이 모아질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굳이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것도 대선 준비를 위해서다.

문 전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호남 민심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 그가 스스로 "호남 지지 없이는 정치 은퇴하고 내년 대선 불출마하겠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안 대표가 과연 이번 대선에서도 단일화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인지도와 바람만 가지고 있던 2012년에 반해, 안 대표는 이제 38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 그리고 '호남의 맹주'가 됐다.

국민의당이 자리잡은 호남은 하늘이 내린 요새다. 군과 민이 하나로 뭉쳐 있으면 난공불락이다. 더민주가 내년 대선에서 중원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안철수가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아예 선거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다. 덩치는 작아도 대선 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은 안철수가 쥐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단일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한 지형이다.(한겨레)

이번 20대 총선은 충격적인 결과로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정치의 면모를 보여줬다. 국민은 내년 대선 직전 또 한 번의 흥미진진한 정치 드라마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야권의 주인공이 '문재인'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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