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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만들어낸 아들 딸들에게

"엄마 세대는 뭔가 성취를 해본 세대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성취의 기억을 갖지 못한 우리 세대(20~30대)는 그런 말들이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던 걸로 기억해. 우리 세대가 경제성장도 이루고 민주주의가 진전하는 모습을 본 것과 달리, 경제도 민주주의도 퇴행하는 모습만 본 지금의 20~30대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낯설다고도 했었지?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간절한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은 분명해. 그러니 희망이란 단어가 낯설다는 너희 세대들도 이제는 변화를 만들어내본 경험을 가지고 다시 새로운 변화를 견인해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 권태선
  • 입력 2016.04.14 12:05
  • 수정 2017.04.15 14:12
ⓒ연합뉴스

사랑하는 딸, 잘 지내고 있지? 사전 투표를 하고 해외에 나온지라 선거 결과가 몹시 궁금했는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더구나. 어떤 여론조사 기관도, 어떤 언론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기에 결과를 접하는 사람들의 놀라움은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나 역시 오랫동안 여론을 다루는 언론에 종사했으면서도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오만하고 무능한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과 분노가 높아지고 있지만 야권의 분열 때문에 그런 국민의 뜻이 제대로 전해지긴 어려우리라고 생각했었지.

선거결과를 보면서 너와 함께 사전투표를 하고 나오다가 나눈 이야기가 생각나는구나. 넌 "투표를 하긴 하지만, 이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서중석 교수가 리영희재단의 특강에서 한 발언 내용을 언급하며 그래도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어보자고 했었지.

서 교수의 특강이 바로 선거 전 주였던지라 많은 수강생들이 뒷걸음치는 현재의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니까 서 교수는 이런 요지로 특강을 마무리했어. 우리는 가장 극단적인 식민통치형태였던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 아래서도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쳐 결국은 해방을 가져왔고, 그 해방공간에서 교육에 투자해 만든 한글세대를 키워내 산업화의 바탕을 만들었으며,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의 사슬을 끊어내고 민주화를 이끌어낸 저력 있는 민족이니 우리가 노력하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런 이야기를 전하자 네가 보인 반응은 "엄마 세대는 뭔가 성취를 해본 세대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성취의 기억을 갖지 못한 우리 세대(20~30대)는 그런 말들이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던 걸로 기억해. 우리 세대가 경제성장도 이루고 민주주의가 진전하는 모습을 본 것과 달리, 경제도 민주주의도 퇴행하는 모습만 본 지금의 20~30대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낯설다고도 했었지? 우리 세대가 우리의 성취를 제대로 관리 못해 너희 세대에게 짐을 지우고, 희망이란 단어조차 낯설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그런데 어떠니, 이번 선거 결과가? 내 생각으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선거 결과를 낳은 가장 결정적 변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너희 세대의 움직임이었던 것 같구나.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세대는 바로 너희 20~30대였고, 너희의 표심이 많은 경우 1000표 안팎에서 당락이 갈린 많은 선거구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을 터이니 말이다.

선거 과정 중 청년 이슈가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많은 젊은이들이 투표 참여 캠페인을 한 것도 근래에 드문 일이었지. 젊은이들이 새로운 정당을 창설하고 그런 정당의 후보로 나선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었고.

물론 이번 선거로 그동안의 역사적 퇴행이 즉각 되돌려질 것으론 생각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간절한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은 분명해. 그러니 희망이란 단어가 낯설다는 너희 세대들도 이제는 변화를 만들어내본 경험을 가지고 다시 새로운 변화를 견인해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절망이 깔리던 우리 사회에 변화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내는 데 큰 힘을 보탠 너를 포함한 우리의 아들 딸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어서 돌아가서 너와 너의 세대의 소회를 들어보고 싶구나. 곧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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