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의 현직 각료가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의 평화기념공원(이하 평화공원)을 방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원폭이 투하된 지 71년만이었다.
히로시마에서의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등 다른 나라 장관들과 함께 이날 오전 히로시마 피폭의 상징인 평화공원을 찾았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으며,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의 현직 각료가 이 공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 프랑스 외무장관도 동행했다.
케리 장관 등은 희생자의 유품, 사진 등을 전시하며 피폭 당시의 참상을 전하는 공원 내 원폭 자료관을 참관했다.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일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케리는 원폭 자료관 방명록에 "전 세계 모두가 이 기념물의 힘을 보고 느껴야 한다. 이것은 핵무기의 위협을 끝내야 할 뿐 아니라 전쟁 자체를 피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우리의 의무를 상기시키는, 황량하고 냉혹하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케리는 원폭 희생자들의 명부가 봉납된 위령비까지 도보로 이동, 다른 장관들과 나란히 선 채 헌화하고 묵념했다.
각국 장관들은 이어 일본 2차대전 패전의 상징물 격인 '원폭 돔'(옛 히로시마 물산진열관)을 방문했다.
원폭 돔 방문은 애초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케리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케리는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원폭 자료관 참관 소감에 대해 "충격적인 전시"라며 "인간으로서 감성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속이 뒤틀리는(gut-wrenching) 전시"라고 지칭했다
더불어 내달 방일 계기에 히로시마 방문을 검토 중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피폭지) 방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실히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케리 장관은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