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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의 'Borders'가 더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

전 세계적으로 한계를 뛰어넘자는 노래는 많다. 그 한계가 성 정체성인 것도 매우 많다. '2016 GRAMMY Nominees' 앨범에 수록된 Little Big Town의 'Girl Crush'는 대놓고 여자가 여자에게 반했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다른 나라의 노래이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정서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저런 내용의 노래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단 그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의 소속사 앞, 앨범 유통사 앞에서 반대 시위가 열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 노래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을 법원에 낼 것이고, 어떤 정치인들은 그런 노래를 듣고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일장연설을 할 것이다.

  • 기무상
  • 입력 2016.04.13 08:09
  • 수정 2017.04.14 14:12
ⓒamber instagram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연예 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의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인 f(x), 이 그룹에서 랩을 맡고 있는 앰버는 지난 3월 25일 'Borders'라는 제목의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이 곡은 앰버의 다른 노래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 했다. 하지만 'Borders'는 반드시 대중들에게 더 주목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회사이다. 삼성전자이고 현대자동차이며 SKT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이 노래를 발표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까지 쌓은 회사의 이미지라던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성 같은 것들이 앨범 발매의 방해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곡에 대한 악성 댓글들도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SM은 앰버가 이 노래를 발표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최대 기획사가 아티스트의 의견을 지원해주고 지지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대중들의 취향과 다소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SM은 정말 한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사이다.

2. 노래 제목과 뮤직비디오

이 곡의 제목은 'Borders'이다. 경계, 한계 등으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앰버에게 어떤 의미일까? 앰버는 분명하게 정의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야 한다. 만약 앰버가 노래 가사에 특정 단어를 사용했거나 노래 제목을 Closet(옷장, 벽장)과 같은, 사회적 의미가 뚜렷한 단어를 썼다면 분명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사회, 정치, 문화적으로 매우 시끄러웠을 것이고 한류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중국과의 관계에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쯔위의 선례가 보여주듯이)

그래서 'Borders'라는 제목은 아주 적당하다. 심하게 티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예 티가 안 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뮤직비디오는 또 어떠한가. 네온 상자 안에 앉아서 노래하는 앰버, 짧은 머리의 어린이, 괴로워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웃는 남녀 주인공. 정말 애매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선과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솔직하면서도 전략적이다.

3. 대한민국

전 세계적으로 한계를 뛰어넘자는 노래는 많다. 그 한계가 성 정체성인 것도 매우 많다. '2016 GRAMMY Nominees' 앨범에 수록된 Little Big Town의 'Girl Crush'는 대놓고 여자가 여자에게 반했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다른 나라의 노래이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정서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저런 내용의 노래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단 그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의 소속사 앞, 앨범 유통사 앞에서 반대 시위가 열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 노래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을 법원에 낼 것이고, 어떤 정치인들은 그런 노래를 듣고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일장연설을 할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히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Borders'라는 노래를 부른 앰버는 진정으로 용감한 가수이다.

만약 우리가 앰버였다면, 과연 우리는 악성 댓글과 팬들의 등돌림 등을 이겨내고 'Borders'를 발표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앰버의 용기와 노력이 좀 더 빛을 보았으면 한다. 내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앰버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 평범한 대중으로서 그녀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앰버를 위해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과 커버 곡을 만들어 보았다.

Cause mom said I'd be crossing borders

Never be afraid even when you're cornered

Stand up straight,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모두가 나를 보네 거친 눈을 하고

자기와는 다르다는 편견을 가지고서

What's wrong with me 나는 왜이럴까

Can you tell me now? 내가 뭘 잘못한거니

뒤에서 안티들이 손가락질해

폭풍악플 속에서 난 고개를 숙이네

I'll be walking with my eyes down

eyes down, eyes down

Cause mom said I'd be crossing borders

Never be afraid even when you're cornered

Stand up straight,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Through the borders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무거운 압박이 내 어깰 눌러대도

넘어지고 쓰러지고 상처가 난다해도

오해와 편견으로 만든 상자속에서

더이상 나를 속이며 살아갈수는 없어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길이라도

똑바로 일어서 걸어가 앞으로

Strong in my stance with my eyes down

eyes down, eyes down

'Cause mom said I'd be crossing borders

Never be afraid even when you're cornered

Stand up straight,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Through the borders

Fight your way, fight your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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