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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초 햄버거 정책'에 대한 맥도날드 알바들의 반응(사진, 영상)

“빅맥세트 주문하신 고객님!”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2초가량 머뭇거린 사이에 아르바이트생은 한층 더 커진 목소리로 한 번 더 외쳤다. 초 단위로 노동이 통제되는 맥도날드에서 2초가 낭비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아르바이트생은 빅맥세트를 건네주자마자 다급히 주방으로 사라졌다.

세계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국제 공동행동, 한국에서도 진행 중입니다.오늘도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 앞으로 왔습니다. 여덟번째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전달할 예정입니다.#FastFoodGlobal#fightfor15

알바노조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4월 10일 일요일

서울 종로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을 11일 점심께 찾았다. 매장은 점심을 먹기 위해 온 손님들로 붐볐다.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세트’를 주문하면서 스톱워치를 눌렀다. 주문하고 결제하는 데 20초14가 걸렸다. “오른쪽에서 기다려주시면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등 뒤로 주방에서 햄버거 빵 안에 고기 패티와 토마토 등을 바쁘게 넣고 있는 또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빅맥세트 주문하신 고객님!” 아르바이트생의 호출에 맞춰 누른 스톱워치는 53초91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문시간까지 포함해 총 1분14초05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 사이에 아르바이트생은 초조한 듯 한 번 더 고객을 찾았다.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알바노조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45초 햄버거 정책 폐지’와 ‘17분30초 배달제 폐지’ 등 10대 요구사항을 담은 단체교섭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면담을 요청했으나 맥도날드 쪽이 거부해 건물 앞에 앉아 항의하고 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매장에서 주문 뒤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고, 고객은 1분15~20초 내외로 완성된 햄버거를 받아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악명 높은 ‘45초 햄버거 정책’이다. 맥도날드 주방에서 일하는 ㄱ씨는 “조금이라도 주문이 지체되는 듯하면 매니저가 ‘초 관리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뜨거운 패티에 손이 데는 것도 모르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강도는 높지만 지급되는 안전장비는 비닐장갑뿐이다.

맥도날드는 배달시간도 통제하고 있다. 주문이 들어와 제품이 라이더(배달 직원)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7분30초에 완료해야 한다. 이동시간(10분)을 포함해 고객에게 17분30초 안에 배달을 마쳐야 한다. 교통법규를 어기고 무리하게 주행하다 다치는 라이더가 빈번한 이유다. 최근까지 맥도날드에서 라이더로 일했던 서아무개(28)씨는 “시간을 맞추려면 신호 위반이나 인도 주행을 할 수밖에 없다. 과태료도 내 돈으로 냈다. 한번은 급히 운전하다 넘어져 발목을 다쳤는데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가 매니저로부터 ‘그럴 거면 그만두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알바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5초 햄버거 폐지 △17분30초 배달제 폐지 △머리망·구두·유니폼 세탁비용 지급 △목장갑과 토시 지급 등을 요구했다. 오는 14일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30여개국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알바노조는 이날 45초 햄버거 폐지 등 10가지 안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맥도날드 쪽에 전달하려 했지만 직원들에게 저지당했다. 알바노조가 공문을 전달하려다 저지당한 것은 지난 2월26일 이후 8번째다. 한국맥도날드 쪽은 알바노조가 한국맥도날드와 무관한 단체이며 단체교섭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겨레>에 한국맥도날드 쪽은 “45초 햄버거와 17분30초 배달제는 가이드라인일 뿐 강제사항이 아니며, 햄버거를 만드는 데 무리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매장이 공사현장도 아니라 목장갑과 토시를 지급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 집에서 요리할 때도 목장갑과 토시를 안 끼지 않느냐”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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