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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도사' 전희경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논문 표절 의혹

  • 허완
  • 입력 2016.04.11 14:12
  • 수정 2016.04.11 14:13

새누리당 비례대표 9번 후보인 전희경(41)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의 석사 학위 논문이 다른 논문들을 베끼기 수준으로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의 79% 이상을 다른 논문에서 그대로 ‘복사’했는데, 특히 결론의 경우 한 문장을 풀어쓴 것을 빼고는 모두 베껴 썼다. 전 후보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국정교과서 전도사’로 이름을 알린 인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20대 총선 영입 인사 6인 가운데 1명이다.

11일 <한겨레>가 전 후보의 2001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 연구>를 검토한 결과, 전 후보의 논문은 유병복 전 혜전대 교수 등의 2000년 논문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결정요인 분석>과 산업연구원 박기홍씨 등의 1998년 논문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과 규제 제도>를 집중적으로 짜깁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희경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의 2001년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 논문의 결론 부분(아래)이 2000년 명지대학교 정부행정연구센터에서 발간한 <정부행정> 창간호에 실린 유병복 전 혜전대 교수 등의 논문의 결론(위)과 동일하다.

우선 전 후보의 논문을 구성하는 430여개 문장 가운데 340개 이상이 앞서 발표된 두 논문에 실린 문장과 동일했다. 전 후보 논문의 79%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참고 문헌 목록을 제외하고 62쪽으로 이뤄진 전 후보 논문 중 31쪽은 한 면 전체가 다른 논문에서 가져온 내용으로 채워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표절 내용은 더 심각하다. 유 전 교수와 당시 명지대 박사과정을 밟던 강여진씨가 2000년 발표한 23쪽짜리 논문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결정요인 분석> 가운데 14쪽이 전 후보의 논문에 그대로 실렸다. 논문의 60%가량이 전 후보 논문에 포함된 것이다. 또 이 논문에 실린 표 9개 가운데 7개가 전 후보의 논문에 등장한다.

논문을 작성할 때 심혈을 기울이는 결론 부분은 한 발 더 나가 100% 표절에 가깝다. 전 후보가 논문의 결론으로 작성한 문장 20개 가운데 19개는 유 전 교수와 강씨의 논문 결론과 토씨까지 동일하다. 남은 한 문장도 유 교수와 강씨 논문에 나온 내용을 풀어썼을 뿐이다.

유병복·강여진 논문: 앞으로 정보통신산업이 지금과 같은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요인 정보화와 공급인 정보통신산업이] 계속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성장하여야 한다.

전희경 논문: 앞으로 정보통신산업이 지금과 같은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위치에 있는 정보통신산업과 이를 수요함으로서 달성되는 정보화가] 계속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성장하여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 후보는 논문에서 단 한 차례도 유 전 교수와 강씨의 논문을 언급하지 않았다. 인용을 표시한 주석에도, 참고문헌이라고 밝힌 90개의 자료 목록에도 유독 유 전 교수와 강씨의 논문은 빠져있다.

전 후보가 유용하게 활용한 또 다른 자료는 산업연구원에서 1998년에 펴낸 박기홍·전수봉·박정수·김영국씨의 논문이다. 총량으로 보면, 이들의 논문도 유 전 교수의 논문과 엇비슷하게 차용됐다. 그나마 이 논문은 전 후보의 논문에서 표 인용 3건 등 모두 4차례 인용 출처가 언급된다. 이밖에도 전 후보의 논문에서 두 논문이 인용한 문장과 같은 일부 문장의 원출처를 밝히고 있으나, 중간 출처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모두 유 전 교수와 박씨 등의 두 가지 논문을 가져오며 인용된 부분들로 보인다.

전 후보의 ‘Ctrl+C, Ctrl+V’식 논문 표절은 앞서 표절 의혹에 휘말린 인사들과 달리 발췌해온 논문 속 오타는 모두 표기법에 맞게 고치는 꼼꼼함이 눈에 띈다.

전 후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월 영입한 20대 총선 영입 인사 6인 가운데 1명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국정교과서 특강을 한 전 후보를 두고 “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당시 전 후보는 뉴라이트 성향의 보수 단체인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자격으로 “민주화를 무오류인 것처럼 가르친다. 민주주의가 완전무결한 것으로 주장되면 광화문광장에 넘치는 떼법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야권을 위시해 반대한민국 세력이 가장 물러설 수 없는 보루가 역사교과서”, “주적 누구인지 북한 어떻게 봐야 하는지 학생 머릿속에 뚜렷이 관 서야 하는데, 지금은 평화 아름답고, 통일 좋은 것이요 이렇게 단순교육 이뤄져”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폈다.

전 후보는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뉴라이트 계열의 또 다른 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등을 지낸 것 외에는 특별한 경력이 없어, 당선 가능성이 큰 새누리당 비례대표 9번 후보가 된 것을 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 후보는 이에 대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석사 논문 심사 때) 제가 여러 기존 문헌을 참고하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적었다고 지적받았던 사실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 제기하는 문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병복 전 교수 등) 그분들 존함을 처음 들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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