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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낮보다 아름다운 유럽 소도시 10곳

  • 박수진
  • 입력 2016.04.11 12:23
  • 수정 2016.08.01 11:46

유럽의 소도시들은 저마다 다채로운 문화와 전통과 함께 아름다운 건축물과 광장과 골목들을 품고 있다. 어떤 여행지든 낮과 밤을 모두 보아야 제대로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햇살 가득한 낮 풍경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진짜 황홀하리만치 낭만적인 아름다움은 밤이 되어야 드러난다. 밤이 되어야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는 유럽 소도시의 비현실적인 야경 속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여행사진작가 백상현

1. 독일 뷔르츠부르크(Würzburg)

걷다가 돌아보면 불 밝힌 성당과 다리, 거리는 한 폭의 유화가 된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좀처럼 강변을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일 전통 맥주가 아니라, 독일 소도시의 아름다운 밤풍경에 취한다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2. 스위스 루체른(Luzern)

강물처럼 흐르던 시간이 중세에 머물러 있는 듯한 루체른의 구시가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 카펠교에서부터 여행자들의 시간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강 건너 구시가로 들어가면 벽마다 수놓아진 프레스코화들이 여행자들로 하여금 중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예스러운 낮의 루체른은 밤이 되면 우아한 여인처럼 눈부시게 변신한다. 카펠교의 조명이 켜지면서 로이스 강물 위로 별빛처럼 반영이 빛나고, 달이라도 떠 있는 날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처럼 감미로운 기운이 가득 넘친다. 루체른의 밤을 보지 못한 여행자가 있다면 다시금 발길을 돌려 루체른 행 열차에 몸을 실어야 할 것이다.

3. 체코 올로모우츠(Olomouc)

프라하만큼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보유한 올로모우츠는 과거 모라비아의 수도였다. 저녁이 되면 도시는 점점 푸르스름한 대기에 물들어가고, 광장 곳곳에 별처럼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낮 동안 분주히 흐르던 대기도 안정을 얻고, 사람들은 광장의 성삼위 석주와 분수대 주변을 서성거린다. 올로모우츠 곳곳 분수마다 서려 있는 전설과 신화를 찾는 저녁 산책은 여행지에서 오랜만에 누려보는 여유와 자유로움을 안겨주는 시간이다. 모든 대기의 색채를 모아 비현실적인 정도로 새파랗게 빛나던 하늘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물러나는 때가 비로소 올로모우츠 여행의 하루가 마무리되는 시간이다.

4. 벨기에 겐트(Gent)

벨기에 북쪽 플란더스(Flanders) 지방의 작은 도시 겐트(Gent)는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코스모폴리탄적인 개방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와 너무나 아름다운 중세의 건축물들이 그림엽서처럼 예쁜 도시 겐트. 부드러운 달빛 아래 운하를 따라 흐르는 겐트의 밤풍경은 그 어떤 곳보다 마음을 흔든다.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는 예쁜 사진으로 남지만, 사람과의 추억이 아름다운 도시는 마음으로 남는다. 낯선 도시에서 느린 호흡으로 밤길을 거닐며 마음을 감동시키는 풍경에 녹아들 수 있는 곳. 겐트는 바로 그런 곳이다.

5. 폴란드 토룬(Torun)

세계적인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의 고향인 폴란드 토룬은 1231년 독일 튜톤 기사단(Teutonic Order)에 의해 건설된 유서 깊은 중세 도시다. 폴란드 북서쪽 비스와 강가에 고즈넉이 자리한 토룬은 폴란드에서도 진정한 고딕 양식 건축의 표본으로 인정받는 곳이기도 하다. 토룬의 구시가인 스타로브카(Starówka)는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미 등록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중세의 향기를 머금은 붉은 지붕들과 기나긴 세월 토룬과 함께 흘렀을 비스와강, 그리고 작은 골목골목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의 고리가 보이는 듯하다. 밤이 되면 골목골목 전설이 깃든 사연을 찾아나서는 모험이 바로 시작되는 곳, 폴란드 토룬이다.

6. 이탈리아 마테라(Matera)

이탈리아에서 가장 소외된 곳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남부 바실리카타(Basilicata)주의 깊은 계곡 속에 신비의 섬과 같은 도시 마테라(Matera)가 있다. 이태리에 셀 수 없이 많은 도시들이 있지만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첫인상을 선사하는 곳이 바로 마테라다. 그 경이로움의 비밀은 바로 그라비나협곡 서쪽 기슭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는 동굴거주지 사씨(Sassi)다. 그 옛날 마테라의 조상들은 그 바위 협곡을 따라 3,000개나 되는 석회암 동굴을 뚫고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마테라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Christ, 2004)"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여행자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밤이 되고 둥근 달이 떠오르면 마테라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7. 프랑스 안시(Annecy)

안시는 이탈리아와 접하는 옛 프랑스 남동부를 일컫는 사부아(Savoie)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휴양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가까운 프랑스의 작은 휴양도시 안시의 첫인상은 평화로움이다. 소도시를 여행할 때면 늘 그러하듯이 가볍게 카메라만 달랑 메고 옛 시가지를 천천히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알프스 산맥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서 공기는 청량감이 가득하고 안시 구시가를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운하는 너무나 프랑스적인 운하 주변 건물들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작은 마을이지만 안시는 매년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운하를 따라 걷는 발걸음은 동화 같은 풍경에 더욱 느려지는 곳이다.

8. 포르투갈 신트라(Sintra)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0여 km 지점에 평화로운 고도(古都), 신트라(Sintra)가 둥지를 틀고 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영화로운 에덴동산”(the glorious Eden)이라고 극찬했던 곳이다. 신트라의 울창하고 깊은 산속에는 13~15세기의 왕궁인 신트라 성, 정말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페나 궁전(Palácio da Pena), 아름다운 몬세라테 정원 등이 숨어 있다. 매년 여름이면 신트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교회와 궁전, 공원에서는 수준 높은 대규모의 ‘신트라 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특히나 안개 자욱한 밤이 되면 신트라의 밤은 판타지 속의 한 장면처럼 몽환적으로 변한다.

9. 스페인 그라나다(Granada)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속한 그라나다는 ‘눈 덮힌 산맥’이라는 뜻을 지닌 험준한 시에라네바다(Sierra Navada) 산맥 북쪽 해발 738m의 고지대에 위치한 고대도시다. 그라나다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알함브라 궁전이라면 최고로 로맨틱한 장소는 알바이신 지구(El Albayzín)다.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과 중세 무어인들의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주택가다. 알함브라 궁전과 함께 이곳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포된 곳이기도 하다.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신비로운 색채의 그라나다를 보고 있노라면 집시들의 노랫소리에 가슴이 쿵쿵 뛴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햇살 속에 누군가가 연주하는 기타 선율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그렇게 가슴 속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각인처럼 새겨지는 순간이다.

10. 에스토니아 탈린(Tallinn)

에스토니아의 수도이지만 아담한 소도시 탈린은 핀란드 만 남서쪽 해안에 위치해 있다. 윤기 나는 돌이 깔린 골목길이 이어지고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집들이 골목을 따라 이마를 맞대고 있다. 옛도시의 시작 툼페아 언덕 아래로도 낮게 형성된 구시가가 세월을 거스른 풍경 그대로 여행자들을 맞아준다. 그 옛날 바이킹들의 무용담과 튜톤 기사단의 은밀한 이야기들, 한자동맹의 상인들의 무역선에 함께 실려 왔을 수많은 신비한 이야기들이 지금도 구시가 어느 선술집에서 이야기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탈린은 그렇게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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