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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설리를 욕하면 좀 많이 창피한 이유

설리가 올린 사진 하나로 한국 사람들의 '우리나라답고 구린 특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니 영국의 작가인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나와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1963-1995'이 떠오른다. 당시 32살의 비교적 젊은 작가였던 트레이시 에민은 텐트 안에 자신과 함께 잤던 사람 102명의 이름을 패치의 형태로 붙였다. 당시 영국의 언론 및 대중이 그녀를 향해 삿대질하던 관점이 설리를 향해 지금 쏟아지는 비판들과 비슷하다. '관심 종자', '트레이시 에민은 예술과 성을 상품화한다'. 그러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벌써 1995년이다. 지금은 2016년이다.

  • 박세회
  • 입력 2016.04.11 11:11
  • 수정 2017.04.12 14:12

설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자와 함께 침대에서 뽀뽀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욕을 엄청 먹고 있다.

바로 이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설리 시집 다갔네. 최자 니 잘해라. 나중에라도 설리 울리면 밤길 조심해야 할 기다."

아이고 세상에. 욕하기 전에 이 사진도 한번 보자.

이건 테일러 스위프트가 3주 전에 올린 사진으로 연인 켈빈 해리스와 해변에서 키스 하는 장면이다. 과연 이 사진에도 '테일러 시집 다 갔네. 캘빈 니 잘해라. 밤길 조심해야 할 기다'라는 댓글이 달렸을까? 보시다시피 '정말 예쁘다', '아름다워, (자기) 우리도 나중에?' 정도의 댓글이 대부분.

이건 저스틴 비버가 3주 전에 자신의 계정에 올린 사진이다. 좋아요 3백만개를 넘기며 인스타그램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 사진에는 수많은 '퍼펙트'와 '뷰티풀'이 달렸지만, '난 이 새끼 싫어', '셀레나 꺼져'등의 댓글도 가끔 보인다. 다만 자신의 호오를 표현한 것일 뿐 설리에게 쏟아지는 것처럼 선악을 가리거나('애들도 보는 인스타에 이런 걸 올리면 어떻게 해') 훈계('아이돌이 이러면 되나?')하는 식의 글은 찾기 힘들다.

설리가 싫은데 그걸 죄라도 지은 것처럼 포장해서 사회적으로 욕보이고야 말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본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은 밴드 홈페이지 일기장에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설리가 남자친구인 최자랑 침대에서 키스하는 사진을 자기 에스엔에스에 올렸다고 난리가 난 모양인데 사람들 반응이 참 우리나라 답고 너무나도 구리다.

무슨 설리가 어린 나이에 색맛을 알았다느니 부성결핍이라 늙은 남자를 좋아한다느니 아이구 이런 들떨어진 병신들아 연애 한번 못해본 것들이 누굴 진단하고 앉았냐 난 걸그룹 자체에 관심도 없고 설리가 누군지도 잘 모르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 왜? 내가 볼때 설리는 지금 남자한테 빠져서 자기 이미지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행동하는게 아니라 아주 명확하게 자기 표현을 자기 의지와 주관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거든. 우리나라같은 데서 게다가 아이돌이 그렇게 하기가 쉽냐?(후략) -언니네이발관 홈페이지(이석원, 2016년 4월 9일)

그런데, 설리가 올린 사진 하나로 한국 사람들의 '우리나라답고 구린 특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니 영국의 작가인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나와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1963-1995'이 떠오른다.

당시 32살의 비교적 젊은 작가였던 트레이시 에민은 텐트 안에 자신과 함께 잤던 사람 102명의 이름을 패치의 형태로 붙였다. 언론은 이 발칙한 작품에 대해 '섹스했던 모든 사람의 이름을 붙인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실 그 안에는 동성 친구, 이성 친구를 비롯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이름도 있었다.

이 사진을 두고 '크림'이 포르노에서 무슨 의미인 줄 아느냐는 말이 나오기에 하는 말이다.

????

설리가진리????(@jin_ri_sul)님이 게시한 사진님,

당시 영국의 언론 및 대중이 그녀를 향해 삿대질하던 관점이 설리를 향해 지금 쏟아지는 비판들과 비슷하다. '관심 종자', '트레이시 에민은 예술과 성을 상품화한다'. 그러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벌써 1995년이다. 지금은 201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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