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정부청사 침입' 공시생의 또 다른 자백

ⓒ연합뉴스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의 성적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일 송씨가 본 시험에 앞서 치러진 지역 응시자 선발시험 문제지를 훔치려고 교직원을 사칭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

경찰은 제주지역 A대학을 다닌 송씨가 올 1월 지역 선발시험을 거쳐 학교 추천을 받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응시자로 뽑힌 과정을 살펴보다 송씨로부터 "선발시험 문제지와 정답지를 훔쳤다"는 자백을 받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했다.

지역인재 7급 공채는 지역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추천받아 응시 자격을 주는 제도로,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인 공직적격성심사(PSAT), 면접 등으로 구성된다. A대는 서울의 한 고시학원에 의뢰해 PSAT 모의시험을 치러 추천 대상을 뽑았다.

송씨는 대학에서는 PSAT 문제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한 5개 학원에 대학 교직원을 사칭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한 학원에서 문제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1월8일 서울로 올라와 해당 학원 내부를 탐문한 뒤 문제지와 답안지가 보관된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이틀 후인 1월10일 정오께 다시 학원을 찾아가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문제지 1부와 정답지 2부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훔친 문제지와 정답지를 숙지한 뒤 같은 달 23일 학교에서 치른 선발시험에서 평균 81점을 얻어 A대에서는 1위로 응시자 추천을 받았다. 2위로 추천된 학생의 점수는 57점으로 압도적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송씨는 3월5일 인사혁신처가 주관한 본 시험에서는 과락(40점)을 간신히 넘는 45점을 받았다. 경찰은 두 시험 간 점수차가 지나치게 큰 점을 의심하고 송씨를 추궁해 전날 1차 자백을 받고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학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문제지와 정답지를 도난당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측은 '문제지 등을 1월9일 늦은 시각 인쇄소에서 가져와 사실상 창고로 쓰는 2층 강의실에 잠시 뒀는데 다음날 도난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며 "도난당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 학원 모의시험에는 A대 학생 22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 277명이 응시했다. 학원 측은 문제지와 정답지를 각 의뢰처에 보내기에 앞서 전체 수량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밖에 A대가 인사처에 송씨를 추천하며 제출한 그의 토익(TOEIC) 점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 학과 성적 등은 이상이 없다고 보고 있다.

송씨는 3월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해 채용 담당자 컴퓨터를 조작,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합격권으로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경찰은 다음 주 초 사건을 마무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공무원시험 #공시생 #성적 조작 #취업난 #취업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