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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현상은 끝나는가

서던 일리노이대 명예교수(철학) 김상기박사는 트럼프 현상을 천민들의 반란이라고 본다. '뉴요커' 기자 조지 패커의 통찰도 유사하다. 패커는 이런 사실을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수백만의 중산층 백인들이 서민층으로 추락했다. 그 뒤 경제가 살아났지만 경제성장의 과실은 부유층에 독점되어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백인 서민들은 홀로 내팽개쳐졌다는 좌절감을 느끼고 정부와 주류 정치인들과 부자들에 대해서는 배신감을 갖게 되었다. 패커는 이런 배경에서 2008년부터 미국에서는 서서히 경제적·도적적 붕괴가 진행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경제적·도덕적 붕괴는 미국의 전통적인 품위(Decency), 이민자들에 대한 관용, 강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대외적인 관여까지 박탈하고 있다. 백인 서민층이 억만장자의 선동에 열광하는 것은 비길 데 없는 아이러니다.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는 하나의 초상식적 현상(Transcendental phenomenon)으로 위스콘신까지 달려왔다. 독일 시사주간지 '데어 슈피겔'은 그를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간으로 묘사했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처음엔 그의 대선 출마를 농담으로 알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의 저거노트(Juggernnaut:거대한 괴물) 앞에서 미국의 품위가 맥없이 무너지고 미국의 문명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다. 공화당 주류세력은 정신이 혼몽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 트럼프의 노이즈 마케팅에 백인 저학력 빈곤층이 열광하고 공화당 극우세력 티파티가 트럼프 밴드왜건에 뛰어올랐다. 무한질주하던 트럼프가 4월 5일 위스콘신 공화당 예선에서 테드 크루즈에게 다리가 걸렸다.

정치적 상식을 초월한 트럼프 현상은 위스콘신까지인가. 공화당 주류세력과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걱정하는 미국인들, 그의 몰상식한 대외정책 발언에 신경이 쓰이는 한국과 일본과 나토 동맹국들은 그러기를 바란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 적어도 대의원수 92명의 4·19 뉴욕주 예선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대의원 수가 169명이나 되는 캘리포니아도 남았다.

도대체 트럼프 현상의 진원지는 어디인가. 그의 전기작가 마이클 단토니오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지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의 아방궁 같은 펜트하우스에서도 단토니오는 책을 한 권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문화적 소양이 바닥인 트럼프가 어떻게 미국 정치명문가의 젭 부시를 초장에 퇴장시키고, 플로리다 출신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를 플로리다에서 무릎 꿇리고, 테드 크루즈를 기진맥진 상태에서 위스콘신까지 오게 만들었는가.

서던 일리노이대 명예교수(철학) 김상기박사는 트럼프 현상을 천민들의 반란이라고 본다. '뉴요커' 기자 조지 패커의 통찰도 유사하다. 패커는 이런 사실을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수백만의 중산층 백인들이 서민층으로 추락했다. 그 뒤 경제가 살아났지만 경제성장의 과실은 부유층에 독점되어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백인 서민들은 홀로 내팽개쳐졌다는 좌절감을 느끼고 정부와 주류 정치인들과 부자들에 대해서는 배신감을 갖게 되었다. 패커는 이런 배경에서 2008년부터 미국에서는 서서히 경제적·도적적 붕괴가 진행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경제적·도덕적 붕괴는 미국의 전통적인 품위(Decency), 이민자들에 대한 관용, 강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대외적인 관여까지 박탈하고 있다. 백인 서민층이 억만장자의 선동에 열광하는 것은 비길 데 없는 아이러니다.

트럼프는 서민들의 불만을 히틀러 뺨치는 선동·선전술로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로저 스톤이라는 파렴치한 흑색선전 전문가가 막후에서 써 주는 각본대로 인종차별적, 배타적 발언을 쏟아낸다: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마약과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 테러리스트는 가족까지 처형하겠다, 한반도는 우리가 관여할 바 아니다, 주한·주일미군을 철수하겠다, 높은 관세로 중국 상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 나토 동맹국들에 유럽 방위비용을 물리겠다....

로저 스톤은 『클린턴 부부의 여성들과의 전쟁』이라는 괴상한 제목의 책에서 클린턴의 딸 첼시가 빌 클린턴의 딸이 아니고, 빌에게는 흑인 매춘부가 낳은 아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11월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대결할 때 트럼프가 써먹을 흑색선전 자료다. 트럼프 현상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고 안 되고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정치문화를 깊고 혼탁한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담당 보좌관 피터 웨너는 이렇게 한탄한다. "공화당은 분열되었다.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되면 공화당은 종말을 맞는다." 공화당이 끝장난다는 말은 과장이지만 환골탈태하는 개혁은 불가피하다. 미국 정치, 더 크게는 미국 문명 자체도 반성이 요구된다.

위스콘신이 트럼프 폭주의 최후의 저지선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 보유를 허용하겠다는 트럼프는 웨너의 표현대로 끔찍한 독성을 가진, 정서적으로 불안한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주한·주일미군이 느닷없이 철수하면 제일 반가워할 사람은 김정은이고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질서는 중국 주도로 넘어간다. 트럼프가 7월 전당대회까지 매직넘버인 1237명의 대의원 수를 확보하지 못하여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 : 결선투표)라는 복잡한 절차에 따라 이성적인 대안 후보가 나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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