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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주식대박'에 넥슨 직원들이 분노하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6.04.07 18:14
  • 수정 2016.04.07 18:25
ⓒ연합뉴스

“우리가 피땀 흘려 회사를 키웠는데, 비상장 시절 주식 받아 돈방석에 앉은 사람은 따로 있었네. 이런!”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 주식으로 120억원대의 ‘대박’을 친 것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해, 넥슨 임직원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창업과 성장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밤잠 못 자며 회사를 키워온 임직원들보다 비상장 시절 주식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었냐는 것이다. 불만의 화살은 넥슨 창업자이자 오너인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에게로 향한다.

7일 넥슨재팬이 2011년 12월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신규 상장 신청을 위한 유가증권보고서’의 주주 명단을 보면, 진 검사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지분율이 각각 0.23%로 권준모(0.18%) 전 넥슨코리아 대표, 김미정(0.15%) 엔엑스시 이사, 조성원(0.14%) 당시 넥슨코리아 퍼블리싱본부장, 박지원(0.12%) 당시 운영본부장 등 넥슨 임직원들보다 많다. 박지원 전 본부장은 현재 넥슨코리아 대표다. 넥슨의 비상장 시절 주식은 직원들도 사고 싶어도 못 사던 것이다.

넥슨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꼴이다. 비상장 시절 주주 명부는 공개되지 않길 바랐는데, 드러났으니 후유증이 클 것 같다. 박탈감을 호소하는 임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한 간부급 직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진 검사장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은 회사 발전에 아무런 기여도 안 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비상장 주식으로 회사를 키워낸 임직원들보다 더 큰 보상을 받았다는 게 말이 되냐”고 언성을 높였다.

넥슨에서 오래 일한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직원은 “언론 보도를 보면, 진 검사장 등이 김정주 대표와의 인연으로 임직원들조차 획득하기 어려운 비상장 주식을 대량으로 갖게 됐다고 한다. 고생한 임직원들에게 먼저 기회를 줘야지, 어떻게 외부인에게 먼저 살 수 있게 할 수 있냐”고 말했다. 그는 “김정주 대표의 잘못된 ‘보상 방정식’이 이번에도 화를 불렀다”고 했다. 한 넥슨 출신 인사는 “김정주 대표는 분배 및 보상 방식에서 임직원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 문제로 창업공신들과도 갈등을 빚어왔는데, 2004년 넥슨의 초기 개발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정주 대표의 자서전 성격의 책 <플레이>를 보면, 2004년 정상원 당시 대표와 초기 개발자 등 이른바 ‘원조 넥슨맨’들이 대거 회사를 등지면서 성장판이 크게 훼손됐다. 이를 계기로 넥슨은 게임 개발보다는 될만한 게임을 찾아 유통시키는(퍼블리싱) 업체로 탈바꿈한다. 이 책은 김 대표가 ‘큰 상장’ 전략을 가졌던데 비해 당시 대표를 포함한 개발자들은 조기 상장을 통해 보상을 받는 것에 집착해 빚어진 ‘상장통’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당시 당사자로써 상황을 잘 안다는 게임업계 관계자는 “책 내용이 많이 각색돼 있다. 김 대표의 분배 및 보상 방식에 실망을 느껴 떠났다고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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