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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은 일본제국군의 후예인가?

위헌의견은 영창제도의 뿌리를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의 '육군징벌령'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자위대는 영창제도와 같은 징계제도를 유지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등 인권선진국에서는 군 및 경찰 등에서 영창제도를 찾을 수 없다. 일제의 잔재인 영창제도를 아직도 유지하는 우리 군과 이를 비호하는 헌법재판소는 일제에 항거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말하는 우리 헌법을 무시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 임태훈
  • 입력 2016.04.07 10:11
  • 수정 2017.04.08 14:12
ⓒ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2013년 7월 의무경찰에 대한 영창처분이 위헌적이라 판단하여 헌법소원을 지원하였다.(청구인 대리인 정정훈 변호사, 군인권센터 감사)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전투경찰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규정된 영창제도에 대해 재판관 4명(박한철 소장, 재판관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합헌, 5명(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재판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법령은 병사 및 의무경찰에 대한 징계처분의 하나로 영창을 규정하고 있다. 합헌의견은 영창 처분이 형사절차가 아니라 징계절차에 해당되기 때문에 헌법 제12조에 명시된 영장주의에도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징계위원회의 심의와 징계 대상자의 출석권과 진술권 등도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영창은 다른 징계에 비해 효과가 크고 징계양정기준 등에 따라 징계가 이뤄지는 만큼 영창처분의 남용 가능성도 낮다고 보았다.

그러나 위 결정은 영창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영창제도는 징계절차이기 때문에 영장주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국가권력 행사의 범위를 형사 절차로만 국한시킨 잘못된 해석이다. 이는 인신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을 방지하는 인신보호법의 제정취지와도 어긋난다. 위헌의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징계처분과 같은 행정절차에서는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신체의 자유 침해 등의 인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게다가 징계절차에 있어 영창제도는 간부를 제외한 병사 및 의무경찰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별적 성격 역시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육군 26사단은 2014년 6월 15일 오후 3시를 기해 헌병대에 백기를 게양했다. 헌병대 백기 게양은 영창에 수용된 인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연합뉴스

영창처분은 여타 징계처분에 비해 효과가 크다는 합헌의견의 주장 역시 헌법 제37조 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과잉금지 원칙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징계의 방식을 택했음에도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불가피할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 현행범과 사후영장제도 등 영장제도의 예외가 전제하는 급박한 상황 등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영장 없는 자의적 구금이 발생하는 것은 근대 형사법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영창처분 등 징계처분을 결정하는 징계위원회의 구성과 징계양정기준 등에 있어서도 인권침해가 발생할 소지는 존재한다. 내용이 유사한 비위행위라 할지라도 각급 부대의 징계처분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징계의 공평성을 신뢰하기란 힘들 뿐만 아니라 징계위원회 구성 및 징계처분 확정에 있어 지휘관 등 간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없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영창제도와 같은 인권 침해적 소지가 큰 징계제도를 운영할 경우 영창제도는 헌법과 UN 자유권규약 등에서 정의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된다.

5·18 35주년을 맞아 2015년 5월 8일 오후 한신대학교 학생 80여명 등이 옛 상무대 부지인 5·18 자유공원 내 영창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영창의 각 방 수용인원은 30명이었으나 당시 많게는 150명까지 수감돼 일일 16시간씩 정좌 자세로 버티도록 강요당하고 매질을 당했다. © 연합뉴스

위헌의견은 영창제도의 뿌리를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의 '육군징벌령'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자위대는 영창제도와 같은 징계제도를 유지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등 인권선진국에서는 군 및 경찰 등에서 영창제도를 찾을 수 없다. 일제의 잔재인 영창제도를 아직도 유지하는 우리 군과 이를 비호하는 헌법재판소는 일제에 항거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말하는 우리 헌법을 무시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 군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권 침해적 소지가 큰 불합리한 영창제도를 하루 빨리 폐지하여 일본제국군의 후예라는 오명을 벗는 일이 시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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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러운 것은 재판관 9명의 과반인 5명이 헌법 상 영장주의 등에 어긋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서 한 명이 모자라 간신히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보수적인 재판관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성향을 봤을 때 지속적인 위헌소송을 제기 한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위헌 결정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 보인다.(보수 재판관 6명, 중도 1명, 진보 2명) 무엇보다도 영창처분에 대해 당사자인 병사들이 부당하다고 인식해 더 이상 권리위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헌법재판소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병사들은 우리 공동체를 적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신의 기본권을 일부 반납한채 21개월동안 쥐꼬리 만큼의 월급을 받으며 헌신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더 존엄한 존재이며 민간인 보다 한층 두터운 헌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귀한 존재들이다. 그들을 더 이상 함부로 가두지 말라. 군인권센터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할 때까지 영창제도에 대한 위헌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P.S: 지난 3월 13일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헌법 비웃는 군대 영창제도" 제하의 글을 기고 하였다. 많은 독자들께서 21사단 소속 A병장의 영창14일 처분에 대한 징계항고심사위원회(위원장 법무참모 배정신) 결과 및 춘천지방법원에 제출한 영창 집행정지신청 및 징계취소소송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셨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창 14일 처분은 취소되었다. 춘천지방법원에 의해 취소된 것이 아니라 징계항고위원회가 취소하였다. 본 센터 운영위원장 김인숙 변호사와 김자연 변호사가 4시간 동안 공방을 통해 징계절차의 위법성을 입증하였다. 다음날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춘천지법의 심사를 앞두고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아지자 징계 자체를 취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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