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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의 새 패러다임

우리는 지금까지 교육혁신을 실시할 때 주로 외국의 사례를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경우 기대하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핀란드 교육도 그대로 베껴오기는 어렵다. 핀란드는 인구가 겨우 500만을 넘는 조그만 나라이기 때문이다.

ⓒShutterstock / hxdbzxy

교육개혁의 새패러다임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개혁 접근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글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전총장)

미래 사회에 적합한 교육개혁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우리 상황에 적합한 접근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조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한국적 조화점을 탐색하고, 이어서 구체적인 교육개혁 접근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교육개혁을 위한 한국적 조화점 탐색

가. 새로운 조화점 탐색이 필요한 영역

소위 진보진영 사람들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계도하고자 하지만(한만중, 2015) 이는 불안감을 주어 오히려 멀어지게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수진영 사람들은 조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수월성을 추구하여 기득권 옹호의 시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박세일, 2015). 아름다운 중용의 지점은 시대 상황과 여건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혁신 의제에 따라서도 중용의 지점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그러한 중용(조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영역의 예시를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 혁신 추진체, 절차, 방법: 상향식, 하향식, 양방향

- 시장·경쟁 가치와 공존·화해 가치

- 체력 교육을 바탕으로 한 인성과 지성 조화

- 수월성과 형평성의 조화

- 전문가의 식견과 정치인 및 일반국민들의 의견 조화점에 대한 논의

- 학교(교원)의 자율성과 책무성의 조화, 책무성 보장 방법 조화

- 자율과 통제의 조화

- 학교교육의 전인교육과 선발과 선별을 위한 역할과의 연계 및 조화

- 교육제도 운영에서 자율의 범위 등등.

나. 아탈리의 제3의 유토피아: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향한 협주곡

"사람들은 결과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기꺼이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축하하기도 하지만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기회의 평등은 사회의 효율과 공정성을 위해 중요한 요서이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적절하지 못한 건강관리와 질 낮은 교육을 받으며 자라거나, 사회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면 기회의 평등은 더욱 어려워진다. 셋째, 불평등은 필연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주며, 사회 불안과 상처를 만들어 낸다." (Brynjolfsson & McAfee, 2011: 99).

그의 주장과 달리 결과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이제는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축하하지도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프랑스의 석학 아탈리(Attali, 2001)도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시장은 가난한 다수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데에 반해서, 민주주의는 부유한 소수 집단에 불이익을 준다. 따라서 시장의 이데올로기가 부유하고 참을성 없는 소수 집단을 부추기면, 그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관리하고 있는 덜 부유한 다수 집단으로부터 그 권리를 도로 빼앗아 가기로 결정할 것이다. 그러면 자유 유토피아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소외와 기회의 불균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21세기는 가장 가난한 계층의 대대적인 반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아탈리(2001: 165)의 주장이다. 실제로 자유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불평등과 불안정의 심화를 막을 수 없고, 역으로 평등은 자유의 폐허 위에서만 나타난다(Attali, 2001: 90). 그 결과 21세기에 들어 자유와 평등의 대립이 그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자유와 평등 사이의 모순은 정치사상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제이고 많은 사상가들이 그 모순을 놓고 씨름했지만 모두가 실패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아탈리는 자유와 평등이 더불어 존재할 수 있는 제3의 유토피아를 찾아낼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공멸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점차 평등 이념은 힘을 잃어가고 있고, 반면에 자유 이념은 그 힘이 강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자유 유토피아를 강조하면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소외와 기회의 불균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21세기는 가난한 계층의 대대적인 반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Attali, 2001: 165), 이는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의 도래를 막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이념 간의 조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적절한 조화점은 어디이고, 이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중용, 즉 적절한 조화점이 중간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교육 분야에 있어서 조화점은 자유와 평등 이념이 절반씩 고려되는 지점이 아니라 평등 이념이 더욱 강조되는 지점이다. 아탈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 결국엔 모두가 패배하고 만다는 사실을 시장이 입증해주고 있는 분야"의 하나로 교육을 들고 있는데 (Attali, 2001: 184), 이는 교육에 자유 시장 논리를 적용하면 모두에게 패배를 가져올 뿐이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시장 논리를 강조할 경우 "부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고약한 일은 시장이 가난한 자들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서 부자들의 자유 행사와 소유권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에 이익이 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유 유토피아를 평등 쪽으로 밀고 가야 한다."는 것이 아탈리의 주장이다 (Attali, 2001: 105).

최근 진행되는 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심리학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자기중심적이라고 한다. 외모만 비슷해도 우호적이 되고, 역으로 외모만 달라도 적대적이 된다. 유사한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와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 아예 뇌의 작동 부위가 달라진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생각할 때는 빨간색 부위의 뇌(그림 상단 부위)가 활동하고, 다른 부류의 사람을 생각할 때는 파란색 부위(그림 하단 부위)가 활발해진다.

<그림 1> 대상에 따라 작동 부위가 달라지는 뇌

자료: 사이언스 타임즈, 2008.3.28.

뇌의 이러한 불완전성과 자기중심성으로 인해 우리는 나름의 편향된 신념 체계를 갖게 되고, 일단 그러한 신념체계를 갖게 되면 개인의 신념체계에 부합하는 이론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 논문을 쓰고 있는 나와 이 논문을 읽는 사람 모두 이 한계에 갇혀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도 있게 만들어져 있다. 우리 인간 사유 구조의 한계를 모두가 인정할 때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토론과 논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육이 개인을 그러한 차원으로 이끌 수 있을 때에만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녹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 교육개혁 접근 전략

가. 교육관련대책과 교육적대책 병행

박남기(2008)는 교육대책을 '교육관련대책(혹은 교육에 관한 대책)'과 '교육적대책'으로 구분하고 있다. 교육관련대책이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거나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대책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육관련대책이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는 지속성이다. 교육관련대책은 교육대책이 성공하도록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교육대책은 여건 조성이므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필요조건에 불과하므로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보장하기가 어렵고, 대책 마련 기대와 달리 부작용이 속출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한 컴퓨터지원, 학비지원 등 기존의 많은 소외계층 지원 대책은 교육관련대책에 머물러 있었다.

교육적대책이란 사람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의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기여하는 대책, 그리고 사람들의 관점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둔 대책이다. 그리고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가정과 아이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의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기여하는 대책을 의미한다. 박남기의 교육전쟁론(2003)에 따르면 교육 양극화란 교육 전쟁에의 참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적대책은 교육전쟁에의 참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도록 유도하는 것, 즉 사람들이 학교나 기타 교육을 통한 성장 혹은 지위상승에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의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대책이다. 가령 대학입시에서 부모의 직접적 영향 차단, 부모의 영향 비중을 축소할 수 있는 대책, 소외된 계층 자녀의 대학입학과 공공기관에의 취직 보장, 사회적 멘토링시스템 구축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교육대책이 단순히 교육관련대책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 교육적대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개별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전인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겠다'와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대책이 교육관련대책과 함께 교육적대책으로서의 요소를 함께 갖추어야 하는데 도입 성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성과 측정도 곤란하다 보니 교육관련대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제시하는 교육적대책이라는 개념은 교육대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새로운 차원에서 평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적대책이라는 개념은 어떤 교육대책이 교육관련대책에 그친다면 동 대책이 교육적대책으로서의 요건을 동시에 갖추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적대책의 가장 핵심은 열의와 능력을 가진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유인책을 제공할 경우 그 유인책을 바라보고 오는 교사들만 늘어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소외계층의 교육에 헌신하고자 하는 진정한 열의와 능력을 가진 교사를 가려내고, 이들이 목적달성을 위해 헌신하도록 하는 여건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교원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나. 밝은 점 찾기 전략

우리는 지금까지 교육혁신을 실시할 때 주로 외국의 사례를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경우 기대하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면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전략 중의 하나가 '밝은 점 찾기 전략'이다. '밝은 점' 찾기 전략이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과 사람들 속에서도 잘 적응하거나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 이를 보편화시키는 전략을 의미한다.

"베트남 아동들의 영양실조 퇴치 임무를 부여받았던 스터닌이 자료를 검토해보니 당시 베트남은 위생 설비가 형편없었고, 깨끗한 물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으며, 시골 사람들은 대부분 영양실조에 대해 무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모두 TBU(true but useless), 즉 '사실이지만 쓸모없는 것'이었다." (Heath and Heath, 2010: 50).

가령 전남의 농‧산‧어촌교육 활성화와 관련된 연구를 보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 및 학급 규모 급감, 소인수 학급 및 소규모 학교가 가지고 있는 복식교육 및 상치교사로 인한 교육 질의 문제와 학생들의 학습동기 문제, 농산어촌 근무 가산점 하향과 교사들의 과도한 잡무 및 교육부담 그리고 가족과의 별거 및 주거 여건 열악 등으로 인한 우수교사 확보의 어려움, 학부모의 사교육비 등 교육비 부담 증가, 이러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난항 및 필요한 재원 확보 어려움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제시된 거주 인구 확대 방안, 복식교육으로 인한 질 저하 방지 대책, 소인수 학급 학생들의 학습동기 향상 방안, 우수하고 소명의식을 가진 교사 확보 방안, 특별법 제정 및 필요한 재원 조달 필요성 등의 대안은 상당 부분이 스터닌이 말한 'TBU(사실이지만 쓸모없는 대안)'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스터닌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나? 우선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다른 가정과의 차이를 찾았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그가 찾은 것은 동일한 양의 음식을 일반가정과 달리 4회에 나누어 먹임으로써 흡수율을 높임, 아이들에게 적절치 않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던 논 새우와 작은 게를 잡아 밥에 섞여 먹임, 형편없던 식품으로 여겨지던 고구마 잎을 섞여 먹임 등의 세 가지였다.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가 발견한 것을 권고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식은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비만 상태인 의사, 이혼한 결혼 상담 전문가를 보면 알 수 있다."라면서 자신이 발견한 것을 단순히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에 옮겼다. 그것은 영양실조 퇴치 규칙 다섯 가지를 만든 후 영양실조에 걸린 50개 가정을 10가구씩 나누어 매일 오두막에 모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밝은 점' 해결책은 또한 'NIH 증후군(Not Invented Here Syndrome: 외부에서 들여온 해결책에 대해서는 우리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해결책이라며 무조건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증후군)' 문제까지 해결해준다(Heath and Heath, 2010: 53-55).

밝은 점 찾기 전략을 우리 교육혁신을 위한 전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 중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예: 교사들의 낮은 열의와 직무만족도)를 선택한다. 그 다음으로는 동일한 지역이나 학교 안에서 유사한 배경적 특성(연령, 성, 교직경력, 가정배경 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교사들과 달리 교직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열의도 높은 교사를 찾는다.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관찰과 면담 등을 통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렇게 높은 열의와 사기를 갖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낸다. 그 중에서 의미가 있고, 확산 가능한 요인을 선별하여 교사들이 이 요인을 내재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의거하여 연수를 실시하고 실행에 옮기도록 교사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한다. 만일 의제 선택부터 시작하여 밝은 점을 찾기, 밝은 점을 내재화할 프로그램 만들기, 프로그램 확산을 위한 연수 운영하기, 네트워크 형성하기까지를 모두 의욕적인 교사들이 스스로 주도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성과는 더욱 클 것이다.

그동안에 하향식으로 내려온 혁신안은 실정에 맞지 않기도 했지만 'NIT 증후군'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거부된 경우도 있었다. 학교혁신은 일반 행정혁신과 달리 하향식으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여기에서 제시한 '밝은 점 찾기'는 교사 주도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훌륭한 전략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다. 우리교육 강점 찾기

하그리브스와 셜리(2009: 168-169)가 '제4의 길'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항들은 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가 구축되어야 나타날 수 있는 모습들이다. 가령 미국 정부와 사회는 '능력 있는 교사들을 유인하고 유지'할 필요는 인정하지만 이에 필요한 재원을 투자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 이런 경우 미국의 저학력 학생과 저소득지역 교육은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잘하는 곳이 못하는 곳을 도와주는 혁신 지향의 문화'는 상호신뢰와 소통, 그리고 소득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을 때 가능하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당장에 이러한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문화라는 것은 잘 아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변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이 나아갈 수 있는 '한국형 학교 혁신의 길'의 하나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최대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열거하라고 하면 모두들 할 말이 많지만 우리교육의 강점을 열거하라고 하면 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이 교육전문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박남기(2002)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모습을 이솝우화에 나오는 '통나무 다리 위의 개'에 빗대고 있다. 국내의 다양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관심을 갖는 오늘의 한국교육이 되기까지에는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여건과 제도적 강점들이 있었다. 향후 교육혁신에서는 우리교육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이를 미래에 맞게 발전시켜나가는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 학교와 학교 제도 내의 온갖 문제들을 다루던 '병리적 연구(misery research)'로부터 잘 작동하고 있는 것들을 발굴하는 긍정적 연구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Hargreaves & Shirley, 2009: 129).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핀란드 교육도 그대로 베껴오기는 어렵다. 핀란드는 인구가 겨우 500만을 넘는 조그만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대국과 강소국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강점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며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되, 더 바람직하기로는 이제 교육선진국으로서의 역량을 깨닫고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한국형 교육발전 모형'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강점을 살려가며 문제점을 보완해가야 한다.

한국교육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이끌어 올린 요소 몇 가지를 열거한다면 부모와 학생의 높은 교육열, 우수한 교원, 국가공무원 지위 유지를 통한 전국 교원 급여 동일화, 교원 순환근무제,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 불평등도, 광역단위의 학교 배정제, 부모의 배경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각급 학교의 입학제도 등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제도적 강점으로 인해 우리 교육은 소득계층간 성적 차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다른 이유를 들어 유지해온 이러한 기본틀을 깨는 방향으로 교육혁신을 추진한다면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후 추진되는 교육혁신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가야 할 우리 입에 물려 있는 '고깃덩어리'를 잘 규명하여 이들은 지키고 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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