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 | 미래학교의 특징과 교사의 역할

교사가 학습 촉진자, 동기유발자, 코치 등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 이런 변화는 거의 일어나고 있지 않다. 어쩌면 교사가 교단 위 현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돕는 것에 대해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교사의 권위를 다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교사의 역할 변화는 빨리 일어날수록 좋다.

ⓒGettyimage/이매진스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 미래학교의 특징과 교사의 역할을 탐색하다

글 |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eduinnovator@21erick.org

지난 칼럼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2)'에서는 교육의 목적과 미래학교의 새로운 모델인 '학습공원(The Learning Park)'의 교육목적과 설계 원칙을 소개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2030년 미래학교의 특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학습공원은 오늘날의 학교를 대체할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적 학교의 모습임에 틀림이 없다.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를 위한 연구실(learning and redesign lab)이 소개하는 이 미래학교의 정체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학습공원'은 전통적인 공간 개념 없이 지역사회와 통합되는 학교다. 2030년의 학교는 '학습공원(learning park)'이나 '학습마을(learning village)'이란 용어가 더 어울리게 될 것이다. 이런 미래학교는 연령에 관계없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로부터' 배우는 장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학년제일 뿐만 아니라 교사는 역할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학교 운영방식도 기존과 다르며 지역에 따라 그 규모와 방식도 매우 다양할 것이다. 학교 내에 '아카데미(academy)'라고 부르는 작은 학교가 있고, 다시 작은 학교 내에 소규모(15-20명) 학습공동체인 '학습가족(learning family)'이 있다. 미래학교의 운영 방식은 매우 민주적이며 협동조합과 흡사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미래 고교에 대해 진화 모델을 소개한 책이 있는데 이 연구소가 상상하는 미래학교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칼럼 '고교 미래모형에 대한 새로운 상상!', 2014-02-19). 이는 『Teaching the Digital Generation: No More Cookie-Cutter High Schools(Kelly, McCain & Jukes, 2009)』란 책인데 이번 벨기에가 소개하는 미래학교 모형인 학습공원도 이 책에 나오는 개념을 일부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먼저 학습공원의 개요부터 살펴보자.

1. 학습공원의 개요(outline of the Learning Park concept)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학습공원의 설계원칙을 통해 학습공원에 대해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30년 우리가 준비해야 할 학교는 지금의 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한 대안적 모델이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주요국들의 전통적인 학교는 다양한 매력적 요소를 가진 학습공원을 점점 더 닮아 갈 것으로 예상이 된다.

▶ 지역사회(local community) 기반

학습공원은 지역사회 속에 깊이 그리고 단단히 뿌리를 내린 열린 학습공간이다. 이는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에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사람들을 초대해 관계를 맺고 소통이 이루어지는 열린 공간이지만 때로는 필요에 따라 전통적인 학교처럼 닫힌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웃은 물론 지역사회와 함께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습공원은 기본적으로 학습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지만 스포츠 클럽, 문화적 교류, 사회적 조직, 지역사회 조직, 지역 당국 등도 편하게 참가할 수 있다. 학습공원은 일상의 삶과 긴밀히 연관된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가 우선적이다. 아동 청소년들이 학습을 위해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 학부모들이 만나는 근거지가 되기도 한다. 건물을 유지보수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지역 주민의 몫이기도 하다. 학습 공원의 협력적 구조는 도처에 눈에 띈다.

▶ 프로젝트 수행이 활발한 학습환경

아동청소년들은 더 이상 하루 종일 교실 의자에 앉아 있지 않는다. 통상적인 날은 언어와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정규 학습동아리에서 두세 시간을 보낸다. 하루의 주된 수업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학습공원에서는 학생 각자의 학습경로(learning pathways)에 대해 개인의 선택을 매우 중요시한다. 중간에 여가 활동을 하는 시간도 있다.

▶ 달라지는 교사의 역할

학습공원에서는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할까? 교사는 더 이상 가르치는 것만이 주업이 아니다. 미래학교에서는 실용적 지식과 기능, 역량 그리고 학문적 교과지식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배움을 위해서는 교사들로 구성되는 '지도 담당팀과(teaching team)'과는 별도로 전문성을 가진 '어른들로 구성된 자원팀(resource team of adults)'이 함께 학생들의 참여, 협동수업, 교수학습을 돕게 될 것이다. 미래학교는 교원의 수급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자율성과 신축성이 있게 될 것이다. 교사들도 자신들의 경험, 장래 희망, 전문 역량에 따라 역할과 직업을 바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교과지도, 코칭, 프로젝트 수업 관리 활동 등 특정 영역에 더 비중을 두게 될 것이다. 또한 교사들은 지금보다 존경과 인정을 더 받게 될 것이다. 미래학교에서 교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과제를 다루고 처리하는 등 더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팀은 미래학교의 설립원칙이나 개념적 특성 등을 열린 자세로 접근한다. 이상과 같은 미래학교의 새로운 개념은 하나의 안일 뿐이므로 독자들이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학습공원은 이런 통합적이고 열린 접근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 개념이 보완되고 수정되어 갈 것이다.

☞ 벨기에의 이 연구소가 상상하는 2030년 미래학교는 파격적이지만 이미 한국에도 이런 움직임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일반학교와 대안학교, 일반고와 특성화고, 학교와 마을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초중고의 경계 역시 흐려져야 할 것이다. 학교가 지금보다 더 망가지지 않으려면 나이보다는 흥미, 장래 희망, 학습 이력 등이 학습단위(learning unit) 혹은 학습그룹(learning group) 편성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의정부의 '꿈이룸 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학생의 구성을 보면 일반학교, 대안학교, 홈스쿨링 출신의 학생은 물론 학교를 다니지 않던 학생 등이 함께 어우러진 학교다. 초등학생과 고교생이 한 팀이 되고 초등학생이 팀장이 되기도 한다. 이는 학습공원이나 학습마을의 초기 형태라고 생각된다. 이런 변화는 빠를수록 좋다. 정부나 교사는 이를 막지 말아야 한다. 공적 학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학교밖 시스템에서 필요한 것을 찾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미래학교 학습공원은 학사운영이 매우 신축적이고 여유가 있다. 오전에는 가장 기본적인 교과 수업을 한다. 전통적인 학교처럼 많은 과목을 강제로 배우게 하지 않는다. 2030년쯤에는 지금의 '강제'란 것이 대부분 '선택'에 맡겨질 것이다. 이미 한국에도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학생들이 결정하게 하는 실험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결과는 놀랍도록 좋다. 교육과정은 실생활에 필요한 소수 과목 중심이며 학생의 선택을 중시한다. 오후에는 관심이 같은 동료들과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학습자가 학습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한다. '어른들로 구성된 자원팀'의 존재도 환영할 만하다. 실용적인 프로젝트 학습은 교과목을 지도하는 교사들보다 지역사회의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훨씬 더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사의 임용 및 채용 제도도 지금보다 대폭 유연해진다. 한국도 2018년부터 초중고에 '기업가 정신 교육'이 정규 과목으로 들어온다. 이를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한국이 학습공원의 교원 임용, 활동 방식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이 연구소는 2030년대에는 교사도 자신의 전문성과 희망에 따라 직업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2030년에는 기업으로 스카웃 되어 가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하튼 새로운 학교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매우 놀랍다. 미래학교의 이런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벨기에뿐만 아니라 핀란드, 미국 등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유사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한국도 현재의 낡은 시스템을 보수해서 그대로 쓰려는 생각을 버리고 학교를 학습공원 혹은 학습마을로 재탄생시키려는 계획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2. 학습공원의 주요 특징

학습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 '지역기반 협력 공동체'이며, 전통적인 교사 대신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지도 담당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1) '지역기반 협력 공동체'

2030년 미래학교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의 참여를 특징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는 "교육은 모두에게 속하는 일이다(Education belongs to all of us)."라는 말의 또 다른 해석이다. 교육의 혜택은 사회 전체가 입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동 책임이란 의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래학교 성공의 핵심은 지역 공동체 내의 사람들을 가능한 한 더 많이 참여시켜서 학습공원을 책임지고 이의 운영에 헌신할 책임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상호 평등한 관계 속에서 학습공원이 기대하는 교육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책임을 수행한다. 이러한 조직과 비전은 협력 공동체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결국 지역 공동체가 학습공원에 대해 더 많은 직접적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된다. 이처럼 미래에는 학교교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학습공원은 협동적 조직으로 구성·운영되며 지역이 처한 환경과 긴밀히 연계시켜 운영될 것이다. 학습공원에 종사하는 모든 직원들, 학부모, 지역의 산업체, 협회 등은 협력 공동체의 주인으로서 함께 헌신하고 참여하며 책임을 지게 된다. 이 연구소는 지역 사회의 기업들과 비영리 조직, 정부, 기관의 대표자, 교직원 그리고 특히 학부모들이 학습공원의 이사회 멤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교육은 모두에게 속하는 일이다(Education belongs to all of us)."란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처럼 교육에 관한 것이면 모든 것을 학교 혼자서 수행하게 하고 책임을 묻는 일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교육은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하는 공동사업이란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접근을 위해서는 교육의 지방 분권화를 앞당기고 중앙정부 역할과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중앙정부의 역할은 전국의 전통적인 학교들이 학습공원이나 학습마을로 전환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지원하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교육의 변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 변경뿐만 아니라 학교경영에 대한 학교장의 인식과 역할 변경 역시 시급하다.

▷ 협력 공동체의 이사회 구성원 자격

'지역 위원'이란 의제는 더 검토해야 할 두 가지의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지역(local)이란 어떤 수준의 지역(local)인가?' 학습공원이 근거리에 위치하는 사람들의 공동체(neighbourhood)라면 이는 특히 도시 상황에서 다른 학습공동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지역의 인구수와 밀도에 따라 작은(small) 학습공원, 큰(big) 학습공원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학습공원의 각 행위자가 모두 조합원의 자격을 갖는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합한가?

또 다른 질문은 학습공원의 경영과 관련된 문제다. 학습공원 이사회에 정치인을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한가? 시의회의 교육의원은 학습공원 이사회의 위원이 될 수 있는가? 있다면 어떤 자격으로 가능한가? 학부모로서, 지역주민으로서, 선출된 정치인으로서?

학습공원이란 협력 공동체를 구성하는 위원의 자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선택지도 적지 않다. 재정적 지원을 하는 사람도 위원의 자격을 가질 것인가? 재정적 지원을 하는 사람을 위원으로 포함시킨다면 이는 실제 큰 의미가 있는가, 그냥 상징적인가? 자녀를 학습공원에 보내는 것 자체가 기여를 하는 것이고 위원의 자격을 얻게 되는가? 이는 공동체 조합원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인가? 조합원은 언제 탈퇴하는가? 탈퇴하면 그동안 기부한 후원금은 되돌려 받는가? 이 연구소는 이렇게 열린 질문들을 통해 학습공원의 아이디어를 널리 구하고 있다.

▷ 이사회와 의사결정

조직경영이란 측면과 법적 위상을 고려하면 학습공원의 모든 회원들이 실행계획, 행정, 프로젝트 관리, 재정, 인사 등의 정책결정을 할 때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는가? 아마 모든 회원은 동일한 투표권을 가지며 지역 사회의 기업과 협력해서 만들어 낸 이익은 학습공원에 전액 재투자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형태의 학교구조로 인해 지역 학습공원은 지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사회적 변화가 지속적으로 학교교육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 운영방식과 유사한 학습공원의 모든 위원들은 이사회, 경영, 인력 채용, 프로젝트 학습, 재무, 외부 전문가의 참여, 이해당사자들의 참여 등에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이런 개념의 학습공원에서 운영책임자는 학습공원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경영에 대해 설명할 책임을 진다. 대신 이사회 구성원들은 인력을 채용하거나 후보자를 선별할 때 외부 자문단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학습공원 운영책임자나 교수진을 채용할 때 그 기준이나 갖출 이력 조건은 이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런 의사결정 방식은 학습공원의 필요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정된다.

▷ 이해당사자들?

학습공원은 다른 지역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회의나 학습을 하기 위한 장소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학부모, 지역의 모험적 사업가, 비영리 단체 등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도 있다. 이들은 시설이나 사람들이 제공하는 학습기회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주제는 실용적인 것과 지적인 것 두 가지가 다 있다. 이와 관련해서 아직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우리는 계약을 맺어야 하는가? 하지만 시간이 없어 이런 배움의 기회를 활용할 수 없는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도 우리는 최소한의 수준으로라도 참여하는 것을 합의해야 하는가? 기업가나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마도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각 지역의 고유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미래학교인 학습공원의 운영은 협동조합을 방불케 한다. 그 민주적 운영방식이 매우 부럽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어른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도 매우 바람직하다. 어쩌면 진로교육 같은 것도 교사가 맡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교사가 다른 직업세계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교과정의 운영을 기업을 포함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것을 적극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다.

2)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지도 담당팀

학습공원이란 개념의 학교에서는 조직 운영자들이 팀으로 존재하는데 이는 단순히 2030년 미래 사회의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시민의 모임이 아니라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자신의 전문성, 지혜, 사랑, 경험 등을 나눔으로써 공헌한다. 2030년의 매우 복합적인 사회를 청소년들이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잘 준비시키기 위한 학습의 절차는 매우 복잡하며 다양한 종류의 경험을 해보게 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학습 경험은 지도팀에 의해 제공된다. 이 팀 속에서 학생들은 협력하며 학습한다. 이때 다양성, 창의성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 교사는 학습촉진자·프로젝트 관리자·코치

학습공원 개념의 학교에서는 아동청소년의 학습을 가장 가까이서 도와주는 것은 교수진이다. 이들의 역할은 학습촉진자, 프로젝트 관리자 겸 코치다.

(1) 학습 촉진자(facilitators)로서의 교사

학습 촉진자로서의 교사는 수업을 구조화하고, 이끌고 안내한다.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학생들이 일간, 월간, 연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돕는 일이다. 교사팀은 추가적으로 '공식적인 교육과정(formal curriculum)'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이런 표현을 보면 미래학교에서의 '공식적 교육과정'은 그 비중이나 중요성이 지금보다 많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교사팀은 책임지고 학습자들이 숙달해야 할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팀은 '학습가족(learning family)'이란 단위를 통해서 이런 책임을 수행하는데 이는 무학년제로 운영된다. 이는 작은 학교 내 작은 학습공동체이며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빌면 '학습 동아리'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된다. 교사팀은 학습촉진자로서 각 아동의 진전도와 활동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주] '학습가족(learning family)' - 아주 큰 학습공원의 경우, 한 학습공원 내에 작은 학교인 학습 아카데미가 복수로 존재하고 다시 각 아카데미 내에는 10~15명 규모의 학습가족 단위로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다. 전통적인 클래스에 대한 새로운 이름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교사들은 학습공원의 다른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에 몇 개의 수업활동을 담당할지에 대해 계약을 맺는다. 수업은 오전, 오후, 저녁 반이 있다. 교사들은 약 40%의 시간을 그룹을 단위로 하는 수업에 사용한다. 교사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같을 경우 학습공원 내의 다양한 학습공동체를 서로 연결해주는 특별한 임무도 지닌다. 또한 교사들은 학습이 학생의 책임이며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란 의식(ownership of learning)을 학생은 물론 가족과 다른 이해당사들이 함께 갖도록 하는 의무도 지닌다. 아울러 교사들은 프로젝트 관리자로서 주간 및 야간의 학습활동을 학부모 및 공동체 사람들과 조직하고 조정한다.

(2) 프로젝트 관리자로서의 교사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출신 배경이 매우 다양하며 학습공원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지에 대해 아동들과 협의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경험 축적을 중시하는 개별화 학습, 현실 세상의 문제 다루기,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의 함양 등이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학습자를 도와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진전 정도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점점 더 깊이 있는 학습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학습자들은 각 프로젝트마다 학습일지를 쓴다. 프로젝트 관리자와 학생들은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에는 어떤 종류의 것을 할지 서로 상의하여 결정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또 기업을 포함한 학습공원 밖의 활동을 통해 가교 역할을 한다. 이런 프로젝트의 수행은 특정 나이의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동료 코칭이 적극 활용된다.

프로젝트 관리자와 코치들을 위해서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이를 통해 지도팀은 고무되고 새로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된다. 학습공원에서 교사란 직업은 유연성이 매우 높아, 교사들은 일련의 전문적 경험을 쌓는 것이 장려되며 지도와는 다른 역할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코치와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자신의 흥미, 열정, 재능 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애 경로를 만들어갈 기회를 가진다. 시스템의 유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지도팀의 교사들, 코치,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더 이상 딱 한 가지 직업의 경로만 밟지 않는다. 학습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일들은 교사 자신의 학습과 성장의 기회가 된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자신의 역량을 확장해 간다.

(3) 코치로서의 교사

코치로서의 역할은 상담심리학 분야를 공부하고 실무 경험을 가진 교사가 할 수 있다. 코칭을 맡은 교사는 아동들에게 개별적으로 각종 피드백을 제공하고 개인의 학습경로에 맞게 안내를 한다. 코치들은 지도를 담당하는 교사팀에게 학습심리에 관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수도 있다.

▷ 교장·교감은 코디네이터(coordinator)

학습공원의 관리와 조정을 맡는 사람을 코디네이터라 부른다. 미래학교에서는 전통적인 학교의 교장·교감이란 명칭이 사라지고 '학습공원 코디네이터'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학습공원 내에는 여러 개의 작은 학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 학습공원 내 작은 학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업무를 조정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학교는 '지역기반 협력 공동체'이고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현재와 같은 교장·교감의 명칭이나 기능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은 학습공원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과 진행과정을 성찰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판적 친구(critical friend)'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학습공원을 잘 이끌어 지속적으로 자체적 발전을 거듭해 나가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들에는 학습공원 출신의 아동·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해당사자들인 어른들까지 참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학습공원 관리자들(=코디네이터)은 목표를 공유하는 타 학습공원들과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학습공원을 경영한다. 목표만 공유할 수 있으면 이들이 벨기에 내의 플랑드르 지역 출신이든 타 지역 출신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학습공원 관리자들은 관련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 중에서 선발된다. 이들은 학습공원 관리자 전국 위원회를 조직하여 전략적 교육 의제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토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자문 의견을 낸다. 각 코디네이터들은 필요한 경우 코디네이션 팀의 도움을 받는다.

학습공원이 원만하게 관리되기 위해서는 진행이나 행정을 지원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주방 책임자, 건물 유지를 담당하는 작업자들, 정원사, 보건 관련 업무 담당자, 사회복지사, 사무실 관리자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 학생들에게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학교가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주] '학습 아카데미' - 큰 학교 안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작은 학습공동체에 대한 이름이다. 그 인원은 지역이나 학습공원에 따라 300~600명 규모일 수도 있다.

☞ 2030년 미래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을 매우 상세히 살펴보았다. 교사가 학습 촉진자, 동기유발자, 코치 등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 이런 변화는 거의 일어나고 있지 않다. 어쩌면 교사가 교단 위 현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돕는 것에 대해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교사의 권위를 다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교사의 역할 변화는 빨리 일어날수록 좋다. 물론 여러 가지 여건의 문제도 있기는 하다.

우선 정부가 교사의 역할이 이렇게 바뀌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할 것 같다. 교사를 평가하고 통제할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기우다. 이를 진정한 학교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촉매이자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지역사회 대표들을 포함한 리더십팀 등을 운영할 경우 정부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권력의 속성상 이를 쉽게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의 붕괴 상태가 너무 심하다. 60~70%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교실은 세계에서 한국의 일반고뿐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교사들이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돌려주려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학생이 학습을 주도하게 하지 않는 한 '학포자'가 절반이 넘는 학교교육은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교육의 방식을 지속시키는 한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우선 교사들을 믿고 교사의 역할을 바꾸어 가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만약 이런 변화를 외면한다면 이는 국가의 미래와 아동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일이란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알림] 다음 칼럼에서는 미래학교의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관련된 지난 칼럼]

학교교육 혁신(10)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2): 교육의 목적과 새로운 학교의 설계 원칙 (2016년 3월 17일)

학교교육 혁신(9)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1): 검토해야 할 주제별 핵심질문 (2016년 3월 2일)

학교교육 혁신(8) 2030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일까(2): 빅데이터 전문가예측 (2016년 2월 17일)

학교교육 혁신(7) 2030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일까(1): 설문기반예측 (2016년 2월 3일)

고교 미래모형에 대한 새로운 상상! (2014년 2월 19일)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2030년 #미래학교 #구상 #교사의 역할 #학습공원 #지역기반 #협력공동체 #이찬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