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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말하는 '곤충을 먹어야 하는 이유'(영상)

  • 박세회
  • 입력 2016.04.05 12:37
  • 수정 2016.04.05 13:07

신당동에 있는 '빠삐용의 키친'이 주목 받게 된 계기는 조금 재밌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전국의 학교들은 2016 과학탐구토론대회의 개최를 알렸는데, 그 중 초등부의 주제가 바로 '식품원료'다.

(식품원료) 해외에서는 식량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곤충 원료 식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곤충 원료 식품에 이제 조금씩 발을 내딛는 상황이다. 곤충 원료 식품 관련 국내·외 활용현황, 장점 등을 조사하고, 곤충 원료 식품으로 가장 적합한 곤충을 찾아 활용 방법을 제안하시오. 내일신문(3월 25일)

지난해 10월 문을 연 한국식용곤충연구소 산하의 작은 요리실 '빠삐용의 키친'에 초등학생과 학부형들이 들이닥친 가장 큰 이유다. 그 전까지 음식을 연구하고 연구원들끼리 맛보는 형태의 쇼룸으로 활용하던 매장에 난리가 났다. 한국에선 유일하게 식사의 형태로 된 곤충 요리를 내는 곳이다 보니 그렇다. 최대 6명밖에 앉을 수 없는 단 하나의 테이블은 다음 달까지 예약이 가득 찬 상태.

조금 엉뚱한 열풍인 건 사실이지만, 시기적절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서 곤충은 이미 10년 전 미래 식량 자원으로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기존의 가축과 생선 등의 주 단백질원으로는 늘어나는 환경비용과 절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박주헌 연구원.

빠삐용의 키친을 책임지고 있는 곤충요리 전문가 박주헌 연구원의 말이다.

곤충을 먹어야 하는 이유

사람은 단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섭취한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냉면과 불고기, 우육탕면과 만두의 조합은 모두 이 세가지 필수 영양분의 적절한 배합을 꾀한 식단이다.

지금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그 중 우리가 주로 고기, 생선 등을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의 환경적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소를 예로 들어보자.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평균 15,400L(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FAO 자료)의 물이 필요하다. 가디언은 영국인 식습관 연구에서 30,000명의 식습관을 분석한 결과 소고기 섭식 습관을 지닌 사람들의 하루 100g 이상의 소고기 섭취는 7.2kg의 CO2 배출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뉴스투데이에 따르면, 반면 식용곤충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축산업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분의 1수준. 물을 따로 주지 않아도 먹이(풀)에 들어있는 걸 포함해 최대 3,750L정도의 물로 충분하고, 인공 사료도 필요 없고 가축과 비교하면 사육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이 식당이 곤충을 가루낸 이유

그러나 이 식당에서 곤충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다 이유가 있다. 사실 우리는 아직 곤충을 입에 넣는 데 익숙하지 않다. 식습관이라는 건 오랜 시간에 거쳐 내려온 문화 일부다. 소주 안주로 번데기를 먹는 데는 거부감이 없지만, 더 작고 귀여운 밀웜을 입에 넣는 건 힘들다.

"10년 전쯤에 해외에서 식용 곤충 붐이 일었을 때 대중은 이를 '괴식'의 일부로 취급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곤충 레스토랑이 생겼지만 금방 문을 닫았죠. 한번 먹어보고 나면 다시 먹을 마음이 생기는 음식은 아니었거든요."

박 연구원의 말이다. 그래서 박 연구원을 비롯한 한국식용곤충연구소는 곤충의 형태를 없애고 특유의 맛과 향취를 없애는 메뉴에 주력했다.

"곤충을 식자재로 취급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건 곤충의 영양소를 그대로 살리되, 특유의 맛과 향취를 없애는 작업이었습니다.장기적으로 봤을 때, 형태가 없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빠삐용의 키친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풍기크림 파스타', 1만5500원.

이 식당에서 곤충의 형태를 모두 없애고 파우더와 기름의 형태로 식용곤충을 사용하는 이유다. 이 집의 풍기크림 파스타에선 곤충의 맛과 향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밀웜 파우더를 밀가루와 함께 반죽해 면을 뽑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메뉴도 마찬가지. 예들 들어 라이스 고로케의 튀김옷에는 밀웜(한국명 : 고소애)의 분말을 넣었고 쌀에 벼메뚜기 원료의 액상 단백질을 흡수시켜 만들었다.

라이스 고로케.

파우더와 기름의 형태로 식자재로 사용하게 되면 영양적 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먹는 파스타는 탄수화물 위주의 영양성분을 갖지만, 밀웜 파우더를 사용해 만든 빠삐용의 키친의 파스타를 먹게 되면 단백질, 지방까지 완벽한 한 끼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우리는 곤충을 먹게 될 것인가?

"인구의 증가와 식량 생산의 비용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곤충은 매우 중요한 식자재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치킨과 김치 삼겹살을 두고 같은 가격의 밀웜 파스타를 찾는 사람이 생길 것인가다. 환경적으로 올바른 식자재라고 해서 소비자가 선뜻 선택할 것이냐?

"솔직히 바로 앞에 있는 정육점에서 같은 가격에 목살 1근을 팔고 있습니다. 환경적 비용은 적게 들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곤충 식자재 생산자들 사이에 경쟁적 시장이 생기지 않아 원자재의 가격이 비쌉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맛의 이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박 연구원은 애플이 처음에 아이폰을 만들었을 때처럼 PDA나 휴대전화와는 전혀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자세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치적·환경적인 유인이 충분한 곤충이 식자재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을지는 이 연구소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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