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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선거(?), '우리'의 삶

이번 선거에서 각 당 비례대표들의 재산 평균은 24억 원이라고 한다(새누리당 평균은 41억 원, 국민의당은 23억 원, 더민주당은 12억 원, 지역구 출마자 포함하면 평균 23억). 2015년 현재 가구주 전체 재산평균이 2억 8천만 원이니까 거대 정당의 비례, 지역 후보들은 평균적인 국민들보다 9배나 부자인 셈이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의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회는 자산 상위 1%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다.

  • 김동춘
  • 입력 2016.04.05 10:51
  • 수정 2017.04.06 14:12
ⓒ연합뉴스

지난 3월 17일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 씨가 자살했다. 그는 금속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 측으로부터 11차례 고소를 당했고, 8번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3월 14일 회사 측이 3차 징계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자 집을 나간 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는 용역회사인 창조컨설팅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유성기업의 조합원 손해배상 소송, 징계, 노조탈퇴 유도 작업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무부서인 노동부는 회사 측의 주도하여 설립한 어용노조가 교섭대표 지위를 갖는 것을 묵인하였으며, 검찰은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대다수는 심각한 우울증

현재 유성 금속노조 조합원 반수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직업집단 중 통상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소방공무원의 5배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지난 2011년 이후 유성기업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삶은 매일이 '전쟁상태'였고, 노동부, 검찰, 법원, 언론,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은 '다른 세상'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너무 흔한 일이어서 별로 충격도 주지 않는 한 사람의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사회를 어떤 사회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35%는 경쟁사회, 18.4%는 양극화사회라고 답을 했고, 평등사회, 공정사회라고 답한 사람은 1%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사회의 갈등이 단절·원한·반감·단죄의 감정 등 극단적 트라우마 상태로 빠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매우 심각한 우울증, 트라우마 상태에 있다는 보고가 많고, 이것이 11년째 한국이 OECD 자살률 1위의 고공행진을 하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사회생활에서 극도의 불공정감과 원한, 분노를 갖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많은 한국인이 부당한 일을 겪거나 억울한 처지에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노조, 관청, 정치권에 호소해 봐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치, 정당, 선거라는 것은 다수 국민의 가장 심각한 고통을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 67%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말하며, 청년층의 투표참가율도 OECD 거의 최하위권이다. 지역구에서는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2위 이하의 표를 합친 것이 모두 사표가 되고, 이런 한계를 교정하려고 만든 비례대표 의석수도 전체의 4분의 1도 안 되고, 이번 그 비례의 공천마저도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국민의 보통 삶과는 거리가 먼 국회

현 19대 국회의원 중 정몽준 의원을 뺀 299명의 재산 평균은 28억4342만 원이다(18대 국회 평균 재산인 26억4384만 원). 이번 선거에서 각 당 비례대표들의 재산 평균은 24억 원이라고 한다(새누리당 평균은 41억 원, 국민의당은 23억 원, 더민주당은 12억 원, 지역구 출마자 포함하면 평균 23억). 2015년 현재 가구주 전체 재산평균이 2억 8천만 원이니까 거대 정당의 비례, 지역 후보들은 평균적인 국민들보다 9배나 부자인 셈이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의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회는 자산 상위 1%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다. 국민의 평균적인 부를 가진 사람들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상위 1%에 속한 부자 국회의원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11번이나 고소를 당한 일도, 온갖 괴롭힘을 당하는 일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거대 여야 정당들의 정책이나 후보자 개인 구호에서도 일터에서의 이런 불공정과 괴롭힘을 시정하겠다는 목소리는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최악 상황을 막기 위해 선거 참여는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대 정당의 정치 독점, 지역의 일상 정치활동 부재,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생색내기 비례대표 의석, 하향식 공천, 그리고 노동자나 영세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의 세력화 등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거는 '그들의 잔치'일 뿐일 것이다. 선거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면 사회적 갈등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상태로 빠질 것이다.

* 이 글은 다산연구소의 다산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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