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경찰이 장애 아들을 죽인 후 자살했다

ⓒgettyimagesbank

"홀로 장애아들을 키우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4일 오전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20)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 기장경찰서 소속 김모(49) 경위는 유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김 경위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미숙아로 태어났다.

인큐베이터에서 지내고 나서 부모 품으로 돌아온 아들은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 하나가 추가로 복제돼 발생하는 유전 질환으로, 비장애인보다 발달이 더디며 특히 뇌 발달의 이상으로 지적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경위 아들은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지능과 학습능력이 떨어져 학교도 늦게 입학했다.

10년 전 이혼한 김 경위는 혼자서 장애아들을 키웠다.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고 집안일까지 하면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특수학교(고교 1학년 과정)에 아들을 입학시켰다.

김 경위는 매일 오전 8시 집 앞에서 특수학교 셔틀버스에 아들을 태워 보냈다.

문제는 학교를 마치고 난 후 였다.

방과후 귀가하는 아들은 장애인활동보조 도우미와 2∼5시간을 함께 지냈다.

부산시와 기장군이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김 경위의 아들을 위해 장애인활동보조 도우미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김 경위가 장애인활동보조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에 104시간이다.

김 경위의 사례는 장애인을 돕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김 경위는 유서에서 "장애 아이를 키우려면 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고 썼다.

이복남 하사가장애인상담넷 대표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함께 책임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부모가 거의 모두를 떠맡고 있다"며 "장애인이 학교 문 앞을 나오는 순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며,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을 둔 한 학부모는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지능력이 떨어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정부에서 주는 장애수당(30만원)과 도우미를 지원하는 것으로는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성인으로 성장해서도 취직도 할 수 없어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동료 경찰관은 "김 경위가 집안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 장애인 아들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며 "항상 웃으면서 일했고 업무도 주도적으로 추진해 모범적인 직원이었는데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경찰 #장애 #자살 #다운증후군 #부모 #장애인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