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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척도 않던 '시급 15달러'가 이젠 현실이 된다

  • 김병철
  • 입력 2016.04.04 12:50
  • 수정 2016.04.04 12:52
Protestors march in support of raising the minimum wage to $15 an hour as part of an expanding national movement known as Fight for 15, Wednesday, April 15, 2015, in Miami. The event was part of a national protest day to coincide with the April 15 deadline for filing income taxes. (AP Photo/Lynne Sladky)
Protestors march in support of raising the minimum wage to $15 an hour as part of an expanding national movement known as Fight for 15, Wednesday, April 15, 2015, in Miami. The event was part of a national protest day to coincide with the April 15 deadline for filing income taxes. (AP Photo/Lynne Sladky) ⓒASSOCIATED PRESS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코웃음을 쳤다. 동료들조차 불가능한 얘기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뉴욕 맥도날드의 한 매장에서 시급 8달러를 받고 일하던 앨터리크 홀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변을 설득했다.

"이제 변해야 한다"는 그들의 메시지가 조금씩 공감을 얻기 시작했고, 드디어 2012년 11월 '시급 15달러 쟁취'를 위한 서막이 올랐다. 200여 명의 패스트푸드 종사자들이 뉴욕의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때만 해도 단 1달러 인상조차 불가하다는 패스트푸드 업체를 향해 '임금을 두 배로 인상하라'는 그들의 외침은 공허해 보였다.

그러나 3년 반이 지난 지금, 남들이 터무니없다고 말하던 그들의 요구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버거킹 시급 근로자인 홀리 다이어스가 캘리포니아 최저시급 15달러 인상 합의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왼쪽은 제리 브라운 주지사

지난주 초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오는 2022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안을 주의회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오는 2018년까지 뉴욕시 전역에, 교외 지역은 2021년까지 시급 15달러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의회와 합의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영향력이 큰 두 주의 이런 결정은 곧바로 다른 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뉴저지와 콜로라도, 메인, 워싱턴주 등이 시간당 최저임금 15불 인상안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성과가 가시화하자 3년 여전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이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한 KFC 매장 종업원은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급 7.25달러를 받으며 1주일에 80시간을 온종일 끓는 기름과 달궈진 그릴 속에서 일했지만 내 가족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면서 "뭔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11월 첫 집회에 참석하면서 징계나 해고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 '우리는 7.25달러로는 살 수 없다'고 외치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졌다며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KFC 등 패스트푸드 종사자들로 시작된 '시급 15달러 쟁취 투쟁'은 이제 언론에서 '파이트 포 15(Fight for 15)'로 명명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네이션와이드 보험, 페이스북과 피츠버그의 최대 병원 체인 종업원들도 최저임금 15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15달러 운동'을 지원하는 서비스업종사자 국제연대의 메리 헨리 회장은 "15달러 운동은 요구(demand)를 기준(standard)으로 바꿔놓았다"면서 "이제 우리의 싸움은 얼마나 빨리 이것을 얻어낼 것이냐의 문제만 남겨놨다"고 말했다.

2013년 뉴욕 맥도널드 시위(위키피디아 제공)

뉴욕타임스(NYT)는 3일 '조롱이 어떻게 현실이 됐는가'라는 분석 기사에서 "전통적인 노조 운동이 퇴조하는 시점에 '15달러 운동'의 성과는 매우 놀랍다"며 "한 도시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미국의 150개 주요 도시를 휩쓸고 있고 대학생과 도심 근로자, 건물 경비원들과 보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지를 끌어내면서 수십 년래 미국 최대의 노동 운동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비노조 교사들이 교원노조의 '노조비 강제징수'에 반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 대법원이 4대4 동수 판결을 내려 노조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함으로써 간신히 미국 공공노조의 숨통을 살려놓긴 했지만, 미국 노동운동은 이미 한물간 지 오래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민간분야의 노조 가입률은 6.7%에 불과하고, 인디애나, 미시간, 웨스트버지니아 등의 주에서는 2011년 이후 반노조 관련법까지 제정했다.

그러나 조지타운대 역사학과의 마이클 카진 교수는 NYT에 "여전히 친노동자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평등이 오늘날 최대의 이슈이며, 15달러 운동은 1960년대 초반 시민권 운동과 같은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영상

특히 대선을 목전에 둔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입장을 말해야 하는 처지다. 5천만 명 이상의 미국 근로자들이 15달러 미만의 시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가치관 조사를 주로 하는 공공종교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59%의 미국인, 특히 민주당원의 84%와 무당파층 58%가 '15달러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원은 32%만이 지지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는 최저임금이 15달러는 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의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지금도 임금이 너무 높다고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각 주와 시의 상황에 따라 15달러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최저임금이 12달러는 돼야 한다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15달러 운동'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장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은 가뜩이나 온라인 쇼핑 경쟁자들로 인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데 종업원들의 시급을 두 배가량 올릴 경우 견뎌낼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뉴머크 교수는 "시급 15달러가 현실화되면 최소한 5∼10%의 고용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간 대신 자동화로의 변화가 더 촉진될 것이며 각종 상품의 가격 인상을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론도 있다.

반면, 마이클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일부 가격 인상이나 자동화 진전 등은 예상할 수 있겠지만, 고용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향상하면서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4월 11일은 맥도날드 국제 공동행동의 날입니다. (원래는 13일. 한국의 경우는 총선날이기때문에 앞당겼습니다) 알바노조는 IUF(국제식품연맹)과 함께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를 진행합니다. 본인의 생활반경 근처 맥...

Posted by 알바노조 on Sunday, April 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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