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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성공할 스타트업 감별해내기

"스타트업 창업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해보는 것입니다. 그 스타트업은 당신이 뭔가 배울 수 있을 만큼 적당히 크고, 또 그 조직 안에서 뭔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대충 10명에서 40명 사이의 스타트업회사에 들어가서 일해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우버나 리프트 같은 소위 유니콘 회사를 말하는 것 아닙니다. 직접 대화가 가능한 현명한 경영진이 있고 빠른 성장을 하는 회사이면 됩니다."

  • 임정욱
  • 입력 2016.04.03 10:50
  • 수정 2017.04.04 14:12

내가 하는 일은 스타트업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다니는 일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문제가 없다. 새로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좀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대학생들에게 무조건 "창업하라"고 하는 분위기다.

대학을 졸업할 때 이미 다양한 인턴활동과 창업활동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회사경영의 ABC도 모르는 풋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사회경험을 쌓기도 전에 창업에 나선다고 성공할 리가 없다. 십중팔구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실패에서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설픈 창업으로 귀중한 청춘의 몇 년간을 날리는 것은 인생의 첫단추를 잘 끼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허송세월한 실패의 시간은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별로 도움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인데 무조건적으로 "젊은이여 창업하라"고 바람을 넣는 요즘 분위기가 마음에 걸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가끔 대학에서 강연할 때는 바로 창업에 나서기보다는 유망한 작은 스타트업에 가서 먼저 일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몇 년간 일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동안 나중에 자신의 회사를 시작할 때 필요한 지식, 기술, 경험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얼마전 시애틀 출장에서 핫시트(Hot Seat)의 저자이자 경험 많은 스타트업 CEO인 댄 샤피로를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핫시트는 스타트업CEO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그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이 최선의 대답"이라며 동의했다. 자신의 생각을 더 자세히 들려줬다. 남겨두고 싶은 좋은 얘기라 그의 대답을 아래처럼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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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wforge CEO Dan Shapiro (Photo by Jungwook)

[댄 샤피로] 스타트업 창업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해보는 것입니다. 그 스타트업은 당신이 뭔가 배울 수 있을 만큼 적당히 크고, 또 그 조직 안에서 뭔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대충 10명에서 40명 사이의 스타트업회사에 들어가서 일해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우버나 리프트 같은 소위 유니콘 회사를 말하는 것 아닙니다. 직접 대화가 가능한 현명한 경영진이 있고 빠른 성장을 하는 회사이면 됩니다.

이런 회사에 가려면 우선 그 회사의 리더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나서 "나는 이 회사를 내 커리어의 시작점으로 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 회사를 성공시켜 내 인생최고의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하세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세요. 기술에 관심이 있으면 CTO와, 경영에 관심이 있으면 CEO 와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나는 당신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직접 지켜보고, 기여하고, 나중에 내 회사를 만들고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하세요. 훌륭한 리더라면 이런 자세를 가진 사람이 회사에 들어오는 것을 아주 좋아할 겁니다.

[임정욱] 어린 친구가 장차 직장상사가 될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 괜찮을까요. 건방지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댄 샤피로] 아니요. 10명~40명 규모의 회사의 리더라면 당연히 좋아할 겁니다. 그런 사람이 오면 단순히 평범한 직원 하나를 충원시킨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사람에게 경영진은 더욱 중요한 일을 맡길 겁니다. 만약 그런 친구가 4년 동안 내 회사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나서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다고 "댄, 내가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줘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발벗고 나서서 도와줄 겁니다. 투자자도 그런 사람을 소개받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가 취직해서 일한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경우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그를 채용한 보스는 정말로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채용한 직원이 새출발을 하도록 더 열심히 도와줄 겁니다. 이렇게 스타트업월드에서 인맥네트워크를 쌓는 것은 장기적인 성공에 있어서 핵심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할 때는 자기 돈을 집어 넣고 시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외부투자를 받거나 회사가 이익을 낼 때까지 몇 년동 안은 거의 돈을 집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이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고통스러운 단계를 버티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스타트업을 위해 일하게 된다면 돈을 받으면서 스타트업운영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다니는 것만큼 돈을 많이 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경험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임정욱] 하지만 그런 작은 스타트업회사들은 망할 확률도 높습니다. 어떻게 그 중에서 성공할 만한 회사를 가려내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것은 항상 제가 학생들에게서 받는 질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스타트업중 어떻게 장차 성공할 유망 스타트업을 가려내서 들어갈 수 있을까.

[댄 샤피로] 성공할 만한 회사를 미리 가려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 시간 그 일을 해온 VC들도 잘 못하는 일인데 사회초년병이 쉽게 잘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장차 페이스북처럼 될 회사와 얼마 지나지 않아 망할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성공할 회사를 찾아내는데 있어 프로 투자자들과 같은 기준을 이용하라고요.

우선 트랙션(Traction)을 보세요. (그 회사의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올리고 있는지 보라는 뜻.) 누가 그 회사의 제품, 서비스를 쓰고 있는지 알아보고 물어보세요. 그들이 만족하고 있는지, 좋은 입소문이 나오고 있는지 보세요. 프로투자자처럼 시간을 들여서 숙제를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이 그 회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당신의 시간, 인생은 물론 당신이 다른 더 좋은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투자한다는 뜻이니까요.

두번째로 그 회사의 재무상태를 보세요. 재무상태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회사가 은행에 얼마만큼의 예금을 가지고 있는가 입니다. 돌려말하지 말고 물어보세요. 어떤 회사는 말을 안 해줄 겁니다. 그럼 가지 마세요.

그 회사가 그동안 얼마나 투자를 받았는지, 한 달에 얼마만큼의 현금을 사용하는지 (burn rate)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세요. 물론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질문을 통해 그 회사의 재무상태에 대해서 대충의 '감'은 잡을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20명 이하의 작은 회사라면) 투자자와 이야기해보세요. 잡오퍼를 받으면 회사에 이야기해서 투자자를 소개해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투자자에게 "왜 그 회사를 좋아하는지, 왜 투자했는지, 그 회사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물어보세요.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보세요. 유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투자한 것인지 아니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창업자의 친구가 투자한 것인지 알아보세요. 잘 알려진 좋은 VC가 투자한 회사는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투자한 회사보다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는 팀과 이야기해보세요. 그 팀이 성공할 만한 제품을 만들 만한 역량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는지 보세요. 그리고 당신이 매일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들인지 생각해보세요. 팀의 역량이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

그의 말이 한국적인 현실에서 다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어찌보면 지극히 미국적인 접근 방법이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건방지게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했다고 합격을 취소해 버릴지도 모른다. 나중에 창업하겠다고 하면 지레 안 뽑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한 트랙션, 재무상태, 투자자, 팀은 일리가 있는 포인트다. 그리고 너무 당연해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은데 들어가려고 하는 회사의 창업자가 어떤 사람인가가 제일 중요할지 모른다. 대학생 여러분은 참고하시길.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estima.wordpress.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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