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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스피커도 들 수만 있으면 합법, 이상한 선거법 4가지

4·13 총선에 뛰어든 후보들은 피켓을 목에 걸고 홍보활동을 한다. 목이 불편할 듯 한데도 굳이 걸고 한다. 왜 일까?

피켓이 땅에 닿는 순간 불법이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알쏭달쏭한 선거법 때문에 후보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신경전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피켓은 목에 걸거나 손에 들어야 '합법'

부산의 한 후보는 피켓에 줄을 달아 목에 걸고 홍보전을 펼쳤다.

부산의 한 후보가 한복 차림에 피켓을 목에 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화장실에 갈 때는 홍보 문구가 보이지 않도록 피켓을 엎어 놓아야 한다.

홍보 문구가 보이도록 땅에 놓으면 홍보용 시설물로 간주해 처벌받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 해운대 선거구 한 예비후보는 지난달 피켓을 잠시 땅에 내려놓았다가 선관위로부터 주의 조처를 받았다.

"무거워서 잠깐 땅에 둔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선관위의 입장은 달랐다.

선관위 관계자는 "모든 후보가 피켓 여러 개를 고의로 땅이나 벽에 죽 늘어놓고 시설물로 만들어 홍보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이같은 법 조항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가 잠시 이동하기 위해 땅에 놓거나 벽에 세워 놓으면 구두로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68조(어깨띠 등 소품)는 모자나 옷, 표찰·수기·마스코트·소품 등은 (몸에)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고'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만 허용한다.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지' 않으면 선거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진열·게시한 행위에 해당해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로 처벌받는다.

◇ "휴대용 입니다"…대형 스피커도 들고 있으면 규제 안 받아

지난달 31일부터 공개장소 연설이 허용되면서 스피커 부피를 놓고도 곳곳에서 승강이가 빚어졌다.

공직선거법 제102조(야간연설 등의 제한)는 연설로 인한 소음 공해를 방지하기 위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연설을 제한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는 휴대용 스피커(확성장치) 사용을 허용한다. 오전 7∼10시는 대형 스피커를 이용한 연설도 가능하다.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서 선거업무종사자들이 선거 벽보를 부착하고 있다.

문제는 소음공해 유발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 스피커를 제한하고 휴대용 스피커만 허용한 오전 6∼7시와 오후 10∼11시.

휴대용 스피커의 크기를 정해 놓지 않아 후보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울산의 한 후보는 상대 후보 측이 오전 7시 전에 사용해서는 안 될 대형 스피커로 연설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증거 사진도 제출했다.

자신들은 법을 지켜 손에 들 수 있는 휴대용 스피커를 사용해 유세했는데 용량이 큰 상대 스피커 소리에 묻혀 후보 연설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대형 스피커를 사용한 후보 측 관계자가 손으로 들고 휴대용이라고 주장하자 선관위는 혼란에 빠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막상 대형 스피커 불법 사용을 단속하면 후보 측에서 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며 "무게나 부피로 보면 사실상 계속 들고 있을 수 없는 데 쫓아다니며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어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 개인이 총선후보 비방성 문자 발송하면?…처벌 '난감'

개인이 특정 후보를 음해하는 문자를 다량 발송했을 경우 선거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

울산의 한 총선 후보는 자신을 음해하는 문자메시지가 유권자 휴대전화로 발송되고 있다며 발신자를 추적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발신자가 '시민'으로 된 문자메시지는 특정 후보의 선관위 등록 재산신고 사항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경찰은 해당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선뜻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등 공식 수사를 하려면 이같은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판단이 우선 내려져야 한다.

하지만 선거법에는 개인이 특정 후보를 상대로 음해성 편지글을 보냈을 때 처벌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방법은 있으나 해당 후보가 고소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경찰을 고민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하기가 모호하지만, 후보를 비방·음해한 내용이 있어서 수사 여부를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후보 동행인이 주민에게 쌀 나눠 주면…

경기도의 한 후보는 같은 자리에 있던 지인이 산악회 회원들에게 쌀을 나눠 줘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후보는 선거구내 산악회 회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같은 당 소속 한 인사는 산악회 회원들에게 홍보용 특산미를 나눠 줬다.

선관위는 선거법의 기부행위 제한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쌀 구입 대금의 출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선거법 제115조(제3자의 기부행위제한)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해 후보자나 소속 정당을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쌀을 나눠 준 인사는 '통상적인 특산물 홍보행위'라고 주장, 선관위가 법 적용에 난감해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법이 빠른 사회 변화와 전자통신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법 적용이 헷갈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선거운동 중 애매한 사안이 있으면 선관위에 즉각 문의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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