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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방해된다며 220살 금강송 자른 유명 사진가의 최신 근황

ⓒ한겨레

사진 촬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수령 200년이 넘는 금강송을 베어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사진작가의 작품이 서울 예술의 전당 전시관에 걸릴 것인가?

한 잡지사가 산림보호구역 안 금강송 군락지에서 금강송 10여 그루를 불법 벌목해 2014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소나무 전문 사진작가’ 장국현씨의 사진전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기 위해 예술의 전당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장국현씨 일행이 ‘대왕송’ 촬영을 위해 불법 벌목한 현장 사진. 아래쪽에 잘려나간 ‘신하송’의 그루터기가 보인다.

예술의 전당은 다음달 12~26일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천하걸작 한국영송 장국현 사진전>에 대한 대관 취소 공문을 지난 17일 장씨 쪽 대관 신청자인 잡지사 ‘미술과 비평’에 보냈다. 예술의 전당 미술부 조성문 부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전시를 예술의 전당에서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전시에 대한 대관 승인은 장씨의 불법 벌목이 논란이 되기 전인 2014년 7월3일 이뤄진 것이어서 문제를 뒤늦게 파악하고 대관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현재 대관 신청자 쪽에서 취소 공문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여서, 정확한 일정은 알 수 없으나 다음주 초에 결론이 나지 않을까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장국현 씨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관계자는 “장씨 쪽에서 제출한 전시기획서의 전시작품 목록에는 문제가 됐던 금강송 사진들도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2011년 7월과 2012년 봄, 2013년 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산림보호구역에서 수령 220년 된 금강송을 포함한 금강송 11그루와 활엽수 14그루를 무단 벌목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약식 기소돼 2014년 7월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장씨는 지난 1월30일 <매일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전시회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내가 법원 판결을 받은 지 1년도 안 됐는데, 사회 여론이 너무 안 좋고 무엇보다 흠결 많은 나의 작품을 걸면 당신들 공직 생활에도 누가 된다고 말렸다”고 말했다. 자신이 처음부터 사진전을 적극 추진한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그는 이어 “전시회 장소가 세계적 화가들 작품만 전시한다는 ‘예술의 전당’이었고 순번도 고흐, 세잔, 모네전에 이은 전시여서 솔직히 욕심도 났다. 그러나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정을 미루던 차에 대구의 한 인사로부터 대구 범어대성당에 파이프오르간이 없어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시회를 파이프오르간 성금 마련전으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술의 전당 쪽 설명은 장씨와 달랐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관계자는 “대관자 쪽에 전시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나서 장씨가 서울로 와서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씨는 ‘전시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왜 취소하냐’고 항의했다. ‘공직 생활에도 누가 된다며 말렸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미술과 비평 홈페이지

이와 관련 천주교 대구교구 관계자는 “장씨가 교구에 직접 찾아와 ‘사진 작업을 하는 사람인데 속죄의 기회를 갖기 위해 전시를 하고 수익이 나면 성당에 기부하겠다’고 제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파이프오르간 이야기는 장씨의 생각인 모양이다. 장씨가 가톨릭 신도는 아니지만 속죄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어떤 사진이 전시되는지, 그 사진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 예술의 전당 쪽에서 전시 취소공문을 보냈다면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도 장씨의 기부를 수용할지 다시 논의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씨의 행보에 사진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찍는 과정에서 잘못이 발생한 사진을 전시하는 것이 속죄가 될 것 같지 않다. 하지 않는 것이 속죄하는 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표 문화공간인 예술의 전당 쪽이 이번에는 옳게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의 전당 전시관에 장씨의 사진이 걸린다는 것은 금강송을 무단 벌목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장씨에 대한 사회적 복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결정은 법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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