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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임금을 10원과 100원짜리 동전으로 준 식당 사장

  • 강병진
  • 입력 2016.03.30 10:34
  • 수정 2016.03.30 10:35

경기도 성남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다 그만둔 김모(46)씨는 최근 업주에게 밀린 임금 29만원을 달라고 했다가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밀린 임금을 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내자 업주가 자기 방식대로 밀린 임금을 17만4천760원으로 깎고 이마저도 1천원짜리 지폐 4장을 제외하고 모두 10원짜리 위주의 동전으로 준 것이다.

30일 김씨와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6일간(29일 휴무일 제외)성남시 중원구의 한 대학 앞 음식점에서 배달 종업원으로 일하고 그만뒀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김씨는 "배달 일당은 평일 11만원, 주말 및 공휴일 12만원으로 친다. 그래서 평일근무 3일치(33만원)와 주말·공휴일 근무 3일치(36만원) 합해 69만원이 내가 일한만큼의 임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 시작한지 이틀 만에 아파트 공과금과 생활비 등에 쓸 돈이 필요해 업주에게 39만8천560원을 가불해 썼다.

가불금액을 빼면 29만1천440원의 임금을 받아야 했는데 주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애초 업주와 둘이서 배달 업무를 하는 조건으로 이 음식점에서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 며칠 전 주방 종업원 2명 중 1명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문제가 생겼다.

주방에 일손이 부족하자 업주가 그 일을 도왔고 그러는 사이에 배달 일은 김씨가 거의 혼자서 맡다시피 했다.

애초 업주와 한 약속과 달리 일이 너무 많아 힘이 들자 김씨는 5일부터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업주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밀린 임금을 주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10일 성남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넣었다.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업주는 김씨의 밀린 임금을 일당과 월급제를 혼용해 자기 방식대로 계산해 가불해간 돈을 제외한 17만4천740원을 29일 지급했는데 10원짜리 위주 동전으로 줬다.

김씨는 "진정 넣은 것이 괘씸해 이렇게 준 것 아니겠냐. 해외토픽에서나 본 일을 겪고 보니 갑의 횡포에 참을 수 없는 수치감이 든다"고 말했다.

밀린 임금을 줄 때 이 업주는 지폐와 동전이 섞인 4천760원을 김씨의 손에 쥐여주고 나머지 17만원은 10원, 50원, 100원짜리 동전이 담긴 자루 두 개로 건넸다.

김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임금을 깎아 29만원을 17만원으로 만들기에 그거라도 받고 끝내려고 생각했는데 10원짜리 잔돈이 담긴 자루 두 개를 가리키며 가져가라고 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손이 부들부들 떨려 마음을 진정하기 힘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자루에 담긴 동전이 얼마인지 확인해 금액이 맞으면 노동청에 진정 취하서를 내기로 했는데 엄두가 안 난다"며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릴 것 같아 내일 아침 은행이 문을 여는 대로 찾아가 확인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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