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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고양이에게도 '잔소리'는 금물

"요청해도 듣지 않으니까 반복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아니다. '앉아 앉아 앉아 X 100'라고 말을 반복하지 말고 강아지나 고양이가 그 말을 듣고 생각하고 반응할 시간을 주어라. 행동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단어를 반복하는 것은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 폴랑폴랑
  • 입력 2016.04.12 12:09
  • 수정 2017.04.13 14:12
ⓒGettyimage/이매진스

강아지, 고양이 교육을 할 때 나는 보호자들에게 '오염된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 또는 '단어를 오염시키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오염된 단어'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부모님의 '잔소리' 같은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외쳐도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 단어들을 말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반복해서 들으면 지긋지긋하기 마련이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고장 난 테이프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던 그 말이 얼마나 지긋지긋했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려버렸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우리의 강아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유용한 단어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1. 때에 맞지 않게 반복하거나

2.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서 반복해서 말하면

그 말을 듣지 않고 흘려버린다.

그 순간부터 그 말은 해도 소용없는 말이 되고 만다. 따라서 더 이상 그 단어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런 단어를 나는 '오염된 단어'라고 부른다.

흔한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1.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경우 나는 보호자에게 이름을 바꿀 것을 권한다.

보호소에 있는 동안 강아지, 고양이는 수시로 이름이 불리게 된다. 반려동물이 보호소에서 머무는 동안 정확한 의사소통 없이 여러 사람이 오가면서 의미 없이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름이 불리워도 그 이름의 주인공인 강아지나 고양이가 자신의 이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그 이름은 아무 의미가 없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오염된 단어가 된다.

애초에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는 것 아닌가? 이름을 불렀을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보자.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서 쳐다보았더니 아무 이야기가 없다. '왜 불렀어?' 상대방의 대답이 없다. 그런데 다시 또 이름을 부른다. 쳐다보았지만 부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이 불렸을 때 귀 기울여 듣지 않게 된다.

비단 보호소에 있는 반려동물들의 경우만 아니다. 보호자가 습관적으로 반려동물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반려동물이 반응이 없고 무관심하다면 내가 습관적으로 이름을 부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이 좋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너는 꽃이 되는 것' 그렇게 특별한 것이 이름이다. 의미 없이 부르고 있지는 않은가?

2.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안돼, 앉아, 이리와......'

"요청해도 듣지 않으니까 반복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아니다. '앉아 앉아 앉아 X 100'라고 말을 반복하지 말고 강아지나 고양이가 그 말을 듣고 생각하고 반응할 시간을 주어라.

행동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단어를 반복하는 것은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폴랑폴랑 교육에서 "안돼"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떤 행동이 허용할 수 없는 행동인지' 가르치면 안 되기 때문이 아니다.

올바른 교육을 한다면 "안돼"라는 말을 사용할 일이 정말 드물기도 하지만 "안돼"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행동의 허용 범위를 알려주기 위한 "안돼"라는 개념의 말은 필요하다.

그러나 "안돼"라는 말은 사용할 수가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보호자들이 "안돼"라는 말을 너무나 남용해왔기 때문에 오염된 단어가 되어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미 너무나 심각하게 오염된 단어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표현을 사용해서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표현을 가르쳐도보호자들이 새로운 표현을 사용할 때마저도 "안돼"라는 말을 하던 습관 그대로 남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하게 되면 그 표현 역시 오염된 단어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언제 말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즉 커뮤니케이션하는 올바른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3. 잘못된 교육에서 사용된 단어

단어나 행동을 가르치는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확한 방법으로 훈련에 사용한 케이스들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하는 교육 중에 매트 교육이 있다. "매트"라는 단어는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떨어질 때 불안해하거나 (흔히 보호자들이 분리불안이라고 부르는) 혼자서 차분히 지내는 연습이 필요한 반려동물들의 교육에서 매우 유용한 교육이다.

내가 가르치는 "매트"라는 교육은 일정 공간 안에서 반려동물이 완전히 릴랙스된 상태로 편안히 장시간 지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매트" 훈련을 받았다는 한 반려 가족의 강아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반려견에게 "매트"란 보호자의 명령에 의해 올라가 있어야 하는 불편한 자리일 뿐이었다. 이런 경우 "매트" 교육은 매우 유용하고 필요한 교육임에도 사용할 수 없다. 오염된 단어이다.

우리가 교육하는 모든 내용은 반려동물에게 재주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스킬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고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이다. "앉아"라는 단어 하나를 가르쳐도 그 결과물이 전혀 다른 이유가 그것이다.

단어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제대로, 의미를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염된 단어로는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다. '지금 나는 반려동물에게 오염된 단어로 소통하려 하지는 않는지' 한번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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