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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29일 12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3월 29일 12시 37분 KST

사진 찍겠다고 꼭 이렇게까지?...‘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들 수난

회색 솜 뭉치나 커다랗게 뭉쳐진 먼지 덩어리처럼 보이는 물체 안 쪽에서 주황색 테두리의 부리부리한 눈동자 4개가 빛났다. 부화한 지 3주도 채 안 된 수리부엉이 새끼 두 마리였다.

수리부엉이 새끼 두 마리가 28일 낮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한 섬 절벽에 위치한 둥지에서 큰 눈을 뜬 채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수리부엉이 둥지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대체로 나뭇가지 등으로 엄폐된 절벽 등에 위치하나, 사진가들이 사진촬영을 하기 위해 둥지 주변 나뭇가지를 모두 잘라내 둥지가 훤하게 드러나고 있다.

2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간척지에 있는 13~4m 높이의 바위 절벽 중턱. 수리부엉이 새끼들은 자신들을 향한 절벽 아래 쪽 취재진의 카메라와 망원경들을 내려다보다 숨기라도 하려는 듯 눈을 감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약간 튀어나온 평평한 바위 위에 흙이 조금 덮여 있을 뿐인 둥지랄 것도 없는 둥지는 관찰자의 시선으로부터 그들을 감춰주지 못했다.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위치한 밤의 제왕인 수리부엉이라도 새끼 때는 언제든 다른 맹금류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어미가 새끼들을 키울 보금자리로 어떤 은폐물도 없는 곳을 고른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둥지 앞에 둥지를 가리고 섰던 나무들은 윗 부분이 모두 잘려나간 상태였다. 둥지 바로 옆과 위에서 둥지를 가려줬을 나무들에도 톱날에 잘린 단면이 선명했다. 잘려진 나무들은 절벽 하단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28일 낮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한 섬에 위치한 수리부엉이 둥지 옆에서 찾은 펠렛.

‘시화호 지킴이’로 유명한 안산시청 환경정책과 최종인씨는 “2주 전 부엉이 새끼가 부화한‘ 것을 처음 확인했을 때는 둥지가 나뭇가지와 마른 덩굴들로 가려져 있었는데, 지난 23일 밤 다시 현장에 가보니 나무와 덩굴들이 모두 제거된 상태에서 사진가 5~6명이 강한 플래시 조명을 터뜨리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며 “부엉이 새끼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부엉이가 좀더 잘 찍히게 하려고 둥지 주변을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 전문가들은 어린 새끼가 있는 둥지를 가려주는 수목을 제거해 노출시키고, 야간에 플래시를 터트리며 촬영하는 것은 해당 조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야간 촬영을 위한 강한 순간 조명이 조류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특히 약한 빛에도 민감한 야행성 조류와 시신경이 다 발달하지 않은 어린 새에게는 어떤 형태로는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8일 낮 경기 안산 대부도 한 섬 절벽에 위치한 수리부엉이 둥지 주변으로 나무가 잘려있다.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조류팀장은 “눈동자에 강한 빛을 쪼이고 나면 일시적으로 시력을 상실하면서 움직일 수 없게 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먹이 사냥과 새끼 양육 등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부엉이류 가운데 가장 큰 수리부엉이는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각각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희귀 조류다. 하지만 이 법정보호종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부 사진가들의 반생태적인 행위는 관련 규정 미비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멸종위기종을 관리하는 환경부는 대부도 간척지와 같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는 서식지 훼손은 규제할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보호구역 밖이라도 생물종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처벌할 수 있지만 둥지 주변의 나무를 자른 것과 생물종의 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보호구역이 아닌 곳의 서식지 훼손도 억제할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문화재관리법에 따라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문화재청은 허가 없이 국가지정문화재 보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촬영을 하는 경우 처벌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나무 제거의 정도와 야간 조명의 밝기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여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선뜻 고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법기관에 고발하더라도 무혐의 처리돼 고발한 공무원들만 피고발자들에게 시달리기 때문이다.

박진영 팀장은 “둥지 가까이 접근해 촬영하려는 사진가들에 의해 보호종 야생조류들이 위협받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진 컨테스트에서 둥지에 접근해 촬영한 사진은 아예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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