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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것은 배려를 권리로 느끼는 것이다

난 솔직히 그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함께 상점을 다니시면 모든 제품들을 만져보게 해주고 싶어하시는 우리 어머니의 조금은 과도한 요구들에서 그 정치인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장애아를 자녀로 둔 어머니들은 그것이 죄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평생을 빚을 진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상식 안에서의 논리적인 비판도 그녀에겐 스스로가 감내해야 할 업보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확실한 것은 공정함을 넘어선 특별한 배려들이 그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안승준
  • 입력 2016.03.29 09:40
  • 수정 2017.03.30 14:12
ⓒGettyimage/이매진스

눈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난 정말 많은 종류의 배려를 경험하면서 사는 것 같다.

영화관에 동행한 친구들은 화면을 해설해 주고 음식점의 메뉴판들도 다른 사람의 눈을 빌려서 읽는다. 주변 관람객들에겐 약간의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고 어떤 점원에겐 지루한 기다림일 수 있었겠으나 대부분은 배려라는 이름으로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떤 경우엔 이 배려라는 녀석이 나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힘들게 내뱉는 음성만으로도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어르신의 자리양보는 내게 금방 내릴 거라는 반사적 거짓말을 생산해내게 하고 목적지보다 몇 정거장이나 먼저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어려운 식사자리에서 나를 중심으로 배열되는 메인음식들은 민망함과 불편함을 함께 동반하여 황급히 식사를 마무리 하게 하기도 한다.

나름 튼튼한 다리와 짧지 않은 팔을 가진 나에게도 따뜻한 마음 씀씀이들은 감사하기도 하고 과분한 편안함도 느끼게 해 주지만 이런 것들이 가장 무서운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습관적 권리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돈까스를 썰어주지 않는 동네식당을 불친절하다고 말하고 요금을 할인해 주지 않는 버스를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말하는 제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 적이 있는데 이는 가정과 사회의 과도한 배려들이 만들어낸 권리착각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 조차도 복잡한 길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다 보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을 조금은 원망하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도움 받는 것에 습관화 되어버림에서 기인한 것일 것이다.

어르신들의 자리양보나 식탁에서의 반찬위치 배려를 내가 불편해 하는 건 그것들을 당연시 여기게 될지도 모를 나에 대한 두려움들 때문일 것이다.

어느 유명정치인 딸의 대학 부정입학이 요즘 논란의 중심에 잇는 듯하다.

장애가 있는 딸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학교의 배려가 많이 지나쳤던 듯하다.

난 솔직히 그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함께 상점을 다니시면 모든 제품들을 만져보게 해주고 싶어하시는 우리 어머니의 조금은 과도한 요구들에서 그 정치인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장애아를 자녀로 둔 어머니들은 그것이 죄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평생을 빚을 진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상식 안에서의 논리적인 비판도 그녀에겐 스스로가 감내해야 할 업보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확실한 것은 공정함을 넘어선 특별한 배려들이 그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의 달콤함보다는 당당한 실패의 경험이 그 아이들에겐 자립의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면접장에서 어머니의 직책과 위치를 자신 있게 말하는 아이에게서 혹시 이미 권력을 이용하는 쉬운 길을 알아버린 게 아닐까 하는 염려의 마음이 들었다.

걸음마를 배우려면 넘어지는 법을 알아야 하고 날아가는 것을 배우려면 안전하게 추락하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한다.

장애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께 감히 말하고 싶다.

넘어지고 울고 있는 아이를 먼저 일으켜 주지 마십시오. 늦더라도 혼자서 일어날 때 그 녀석은 조금씩 혼자 사는 힘을 기르고 있을 겁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지켜보는 마음이 정말 고통스럽다는 걸 알지만 그 인내의 마음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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