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휴가 중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육군 김동욱 상병의 눈에 만취한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술에 취한 50대 남자가 버스에서 내리려는 20대 여자의 손목을 잡은 채 이유 없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남자는 바로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 여자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실랑이 끝에 여자는 남자가 가로막은 뒷문으로 내리지 못하고 버스 앞문으로 도망치듯 내렸다.
뒤이어 여자를 따라 술에 취한 남자도 버스에서 내렸다.
멀찌감치 이를 지켜보던 김 상병은 불길한 예감에 출발하려는 버스에서 급히 내려 이 남자를 뒤쫓았다.
50m 정도 따라가자 남자가 육교 위에서 버스에서 내린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가만히 있으라는데 왜 움직였느냐"고 소리를 질렀고, 영문도 모른 채 머리채를 잡힌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김 상병은 뛰어가 남자를 여자로부터 떼어내고 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화가 난 남자는 김 상병을 육교 난간으로 밀어내며 몸싸움을 시작했지만, 훈련받은 육군 상병이 술에 취한 50대 남자를 제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 상병은 달려드는 이 남자를 왼쪽 다리로 걸어 넘어뜨린 뒤 바닥에 눕혀 재빨리 제압했다.
남자는 잠시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으며,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폭행을 한 남자나 피해를 본 여성 둘 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사건을 맡은 광주지검 담당 검사는 김 상병이 복무 중인 육군훈련소에 전화해서 "김 상병이 묻지마 폭행을 당한 여성을 구한 용감한 일을 했다"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김 상병은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23연대 분대장이었다. 적극적인 훈련병 교육에 앞장서 지난해 우수분대장 표창을 받았고, 3월 사격경연대회에서는 20발을 100% 명중시켜 부대장 상장을 받은 모범 분대장이다.
육군훈련소는 김 상병의 용감한 행동을 격려하며 연대장 표창을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상병은 2박3일 포상휴가도 받았다.
김 상병은 "군인으로서 어디에서든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어두운 밤에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조심스럽긴 했지만 군인이라면 위기에 처한 여자분을 구하려고 모두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