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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200% 즐기기 | 렉스 루터, 원더우먼, KG비스트

역대 DC 코믹스에서는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의 삼각관계를 늘 재미있는 소재로 다루었다. 원더우먼은 때론 슈퍼맨의 아내가 되고, 때론 배트맨의 애인이 되기도 하였지만, 원래는 슈퍼걸이나 배트걸처럼 그들의 짝이 되려고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울 때 중재자 역할을 하고, 각자 자신만의 정의를 외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할 때에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며, 슈퍼맨과 배트맨이 타락할 때 그들을 호되게 꾸짖고 바로잡는 역할을 할 때 가장 멋있게 그려진다.

  • 이규원
  • 입력 2016.03.28 12:58
  • 수정 2017.03.29 14:12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트맨 데이 기념 특별 연재 26] 「배트맨 대 슈퍼맨」200% 즐기기

─ 렉스 루터, 원더우먼, KG비스트

3월 24일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이번 연재글에서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원작 만화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렉스 루터, 원더우먼, KG비스트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1. 렉스 루터

"피고인은 이런 사악하고 악독한 범죄자에 대한 숭배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영웅으로 떠받들었으며, 심지어 본받는다고까지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 피고의 광기가 이 땅의 모든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요. 루터. 시기와 탐욕, 자기 기만으로 점철된,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반사회적 이상 성격의 흉악범입니다!"

그랜트 모리슨의 『올스타 슈퍼맨』. 법정에 선 피고인을 향해 판사는 이렇게 호통친다. DC 코믹스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슈퍼맨 최대의 숙적이자 브루스 웨인의 사업적 라이벌이기도 한 인물, 렉스 루터다. 메트로폴리스 수사이드 슬럼에서 극심한 가정 폭력을 받으며 자란 루터는 자동차 사고를 가장하여 부모를 살해한 후, 그 보험금을 밑천으로 사업을 시작해 밑바닥부터 거대한 기업을 일구었다. 사업적으로 브루스 웨인과 처음 만났던 시절에 대해서는, 주로 배트맨의 활동 초창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살펴보던 2007년의 『배트맨 컨피덴셜』 시리즈 첫 번째 스토리 아크에 다루어져 있다.

2006년 말~2007년 초, 영웅의 초창기를 조명한다는 기획으로 『수퍼맨 컨피덴셜』과 같은 시기에 시작된 『배트맨 컨피덴셜』 이슈 1 표지.

( 이미지 출처http://dc.wikia.com/wiki/Batman_Confidential_Vol_1_1?file=Batman_Confidential_1.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대체적인 구도는 영화 「아이언맨2」의 토니 스타크, 저스틴 해머의 그것과 같다고 보면 되는데, 각자 웨인 테크와 렉스코프 두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두 회사 모두 미 국방부의 무기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서 경쟁했다. 루터는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라이벌의 기술을 빼돌려 사고를 일으키는 일을 서슴지 않았으며,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라면 누구든지 가차 없이 제거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언론을 통한 이미지 세탁에도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메트로폴리스와 고담 시가 큰 재난을 겪던 시기 그것을 기회로 삼아서 주인 잃은 재산들을 훔치고 빼돌려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동시에 한편으로 미디어를 이용하여 재난 현장에 큰 기여를 하고 봉사를 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였고, 때로는 돈을 목적으로 일부러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재난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런 인물이 마침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는 찰나에 그에게 '피습 사건'이라는 천운의 기회가 찾아온다. 카메라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이 전국 모든 채널을 통해 방영되면서 동정 여론이 불기 시작하였고, 렉스 루터는 미국 대통령에 당당히 당선되고 만다. 실제 DC 코믹스 만화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이 된 렉스 루터는 자신의 정적인 슈퍼맨과 배트맨을 제거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을 동원한다. 루터는 탁월한 언론 플레이로 여론을 주도하고, 법을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슈퍼맨과 배트맨을 철저하게 뒤쫓고 사냥한다. 그는 슈퍼맨과 배트맨을 외계의 침략자, 스파이, 첩자, 평화와 질서를 교란시키는 위선적인 자들, 무법자로 낙인찍고 몰아붙인다.

2. 원더우먼

원더우먼이란 캐릭터에게 '아름답다', '섹시하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그녀는 아마 무척 불쾌해할지도 모른다. 원더우먼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가 배경이다. 가부장 사회에서 남자 전사들이 세력을 키우기 위하여 서로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투쟁하는 가운데, 수많은 여성이 희생된다. 그녀들은 전사를 생산하는 출산 공장이나 전리품, 성욕의 배출구로 취급받고 고된 노동과 폭력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 아테나 같은 여신들은 이 불쌍하게 죽은 여성들의 영혼을 거두어 부활시키고 그들을 아마존 부족으로 만든 후에 남성 사회와 동떨어진 곳에 낙원의 섬을 건설하고 살아가게 한다.

아마존의 여왕인 히폴리타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하였고, 신에게 간청한 끝에 해변의 흙을 빚어서 아이를 만드는데 바로 미래의 원더우먼 다이애나다. 어느 날 이 섬에 한 공군 조종사가 탄 비행기가 추락한다. 다이애나는 그를 치료해 주다가 사랑에 빠지고, 여전히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남성의 세상으로 나가 평화와 사랑이라는 방식을 전파하기로 결심하였다.

역대 DC 코믹스에서는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의 삼각관계를 늘 재미있는 소재로 다루었다. 원더우먼은 때론 슈퍼맨의 아내가 되고, 때론 배트맨의 애인이 되기도 하였지만, 원래는 슈퍼걸이나 배트걸처럼 그들의 짝이 되려고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울 때 중재자 역할을 하고, 각자 자신만의 정의를 외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할 때에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며, 슈퍼맨과 배트맨이 타락할 때 그들을 호되게 꾸짖고 바로잡는 역할을 할 때 가장 멋있게 그려진다. 대표적인 만화라면 『원더우먼: 히케테이아』가 될 것이다.

원더우먼에게 보호를 요청하며 고대의 계약(히케테이아)를 맺은 한 여성 살인범. 그리고 그를 고담으로 데리고 가려는 배트맨의 이야기. 배트맨의 굴욕적인 모습이 화제가 된 『원더우먼: 히케테이아』표지

(이미지 출처: http://dc.wikia.com/wiki/Wonder_Woman:_The_Hiketeia?file=Wonder_Woman_The_Hiketeia_Vol_1_1.jpe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3. KG비스트와 배트맨의 살인

영화에서 루터에게 고용되었던 용병 두목은 본래 만화에서는 KG비스트(KGBeast)라는 인물이다. 낯선 이름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캐릭터는 역대 배트맨이 만난 적수 중에 가장 치명적이고 무자비한 살인마 중의 하나로, 특히 시대적으로는 KGB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잔혹한 악당과 배트맨의 대결을 그린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는 1988년 《배트맨》 417~420호 '야수의 열흘 밤'이다.

내용은 이렇다. 러시아의 슈퍼 암살자 KG비스트가 고담에 나타났다는 첩보가 입수된다. 러시아에서는 이 암살자가 자신들이 허가하지도 않은 임무를 독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에 경고한다. 비스트는 1980년대 당시에 레이건 정부가 주도한 스타워즈 프로그램의 핵심 인물 10명의 목숨을 노린다. 고담 경찰국과 배트맨은 그중 2명의 목숨밖에 구해내지 못하였으며, 비스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고담에서만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한다. 그리고 최후의 10번째 표적은 미국 대통령. 배트맨은 대통령을 보호하는 한편 비스트를 체포하기 위해서 고담의 지하 수로에서 추격전을 벌인다. 배트맨은 비스트와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그의 뛰어난 실력을 인정한다. 비스트는 수로를 따라 달리다가 막다른 방에 도착한다. 코너에 몰린 비스트는 배트맨에게 둘 중에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 결판을 내자고 제안하지만, 배트맨은 잽싸게 문을 닫고 돌아 나온 다음 비스트를 방 안에 가둬 버린다.

"아마 몇 년 전의 나였다면, 너와 실력을 겨루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월은 내게 귀중한 가르침을 주었지. 내 목숨을 걸어 가며 너를 쫓아 그 안까지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 그래봤자 아무런 얻을 것이 없거든.... 규칙을 반드시 준수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규칙이 정의를 손상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나는 규칙을 지키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목적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배트맨은 비스트를 하수구 수로 안에 가둔 채로 현장을 떠난다. 수많은 인명을 해친 야수를 하수구의 골방 안에 격리하여 굶어 죽게 한 것이다. 배트맨의 목적은 무고한 사람들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전사'로서의 배트맨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자신의 '살인 금지' 원칙, '총을 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었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이 원칙들을 어겼다.

추운 나라에서 온 야수! 러시아의 슈퍼 암살자와 어둠의 기사가 펼치는 대결이 실린 《배트맨》 417호 표지.

(이미지 출처: http://dc.wikia.com/wiki/Batman_Vol_1_417?file=Batman_417.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연재는 세미콜론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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