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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날린 이재오를 살려야 했던 김무성의 사연

  • 김병철
  • 입력 2016.03.28 11:14
  • 수정 2016.03.28 11:19
ⓒ연합뉴스

"내가 당신에게 공천장을 줄 줄이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010년 7·28 서울 은평을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오 의원에게 공천장을 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얘기였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 대표는 정몽준 대표가 6·2 지방선거의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이 의원은 제18대(2008년) 총선에서 낙마한 뒤 재도전할 때였다.

앞서 18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한 김 대표는 친박(친박근혜)에 대한 공천 학살 주역이 이방호 사무총장이었고, 배후에는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이 의원이 존재한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요컨대 김 대표는 구원(舊怨)은 뒤로하고 경쟁력만 따져 '정적'인 이 의원에게 공천장을 준 셈이다.

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떨어진 후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사실 같은 해 김 대표가 대선 경선에 패배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내대표에 도전했을 때 이 의원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를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김 대표와 이 의원 사이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6선에 도전하는 이 의원이 정체성 위배 문제로 '컷오프'(공천 배제) 되자 김 대표는 이 의원을 제치고 공천 티켓을 받은 유재길 후보의 공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는 이른바 '옥새 투쟁'으로 버텼다.

아무리 정치 노선을 달리해도 보수 정권을 탄생시킨 백전노장을 그런 식으로 자를 수는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다섯 번 공천된 사람을 이제 와서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Posted by 허핑턴포스트코리아 on Wednesday, March 16, 2016

결국 이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 없이 분열된 야당과의 전투에만 집중하면 되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이번에 또 다른 무공천 지역인 대구 동구을에 얽힌 사연도 아이러니하다.

사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히고 공천관리위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한 유승민 의원은 지난 2013년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경쟁자였던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최고위원을 밀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오히려 김 대표의 옥새 투쟁으로 동구을이 무공천되면서 출마 길이 막힌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김 대표를 물밑 지원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위해 정치적으로 자신을 지지했던 후보를 '읍참마속'한 셈이 됐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무공천 소식에 탄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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