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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은 더 이상 김무성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4·13 총선 후보 공천 결과는 선거 이후 친박(친박근혜)계의 대대적인 '당권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친박계는 공천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의원과 옛 친이(친이명박)계를 배제시키기 위해 부심했지만 비박(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의 '저항'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당권 장악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일단 총선 승리를 위해 선거를 마칠 때까지 김 대표에 대한 공격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며 공천 과정에 김 대표를 향해 겨눴던 창을 거둬들이는 분위기이다.

후보공천을 둘러싼 내분 사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싸늘한 시선으로 인해 박근혜정부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과반 의석 확보'에 비상등이 켜진 만큼 민심을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김 대표와 비박계를 향한 감정의 앙금이 해소된 것은 전혀 아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공천 의결을 보류해 총선 출마가 무산된 이재만 예비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잠겨 있는 공관위 출입문을 두드리며 최고위의 무공천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김무성·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체제로 끌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가 김 대표의 6개 지역구 '무(無)공천' 주장을 일부 수용해 '3개 지역구 무공천·3개 지역구 공천안 의결'로 절충한 것은 유 의원 지역구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단수 후보로 투입할 경우 불어닥칠 '역풍'을 우려하면서 당장 김 대표 체제를 흔드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에서다.

친박계는 그러나 김 대표가 공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겠다고 버티는 '옥새투쟁'을 거치면서 "김 대표와는 더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에 "선거 이후를 잘 지켜보라. 김 대표에게 상당히 고통스러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며 총선 이후 김 대표에 대한 반격을 예고했다.

서청원 새누리 최고위원

친박계는 김 대표가 이재오(서울 은평을)·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지역구 및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로 꼽히는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역구(서울 송파을) 등 3곳에 무공천 방침을 관철한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들 3개 지역구에 대한 무공천이 확정된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사상 초유의 무공천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 내부에선 김 대표가 무공천을 강행한 결과 탈당한 이 의원과 유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 것이 사실상 '해당(害黨) 행위'가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고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결정은 당규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 '김 대표가 이 의원과 유 의원을 도와준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입장에선 총선의 승패와 무관하게 선거 이후 '김무성 흔들기'를 본격화하면서 오는 7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을 위한 세력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주도한 이번 공천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를 가리지 않고 친박계 성향으로 분류되는 후보의 수가 비박계로 분류되는 후보보다 많다는 점에서 친박계는 당권 싸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친박계는 또 김 대표가 공천 막판에 보인 '이재오·유승민 구하기 행보'는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 진영의 결집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친박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에 "이번 공천 갈등으로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는 점은 명약관화해졌다"며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지금은 다소 빠졌지만, 앞으로 '박근혜 지키기'에 보수 세력이 뭉치면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공천 갈등으로 인해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할 김 대표의 활동에도 다소 제약이 따르는 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 대표가 당을 통합하고 분란을 해소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극대화하는 벼랑끝전술을 택해 당의 간판으로서 입지를 스스로 좁혔다는 분석도 있다.

단적인 예로 김 대표가 무공천을 주장한 추경호·정종섭·이인선 후보의 경우 자신들이 김 대표의 '유승민·이재오 일병 구하기'의 '볼모'로 잡혔었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구 지역 후보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지역의 후보를 3명이나 떨어뜨리려 한 것 아니냐"며 "대구 지역에선 김 대표가 지원 유세를 오는 게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정서가 흐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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