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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학생들은 어떻게 학내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았나

  • 박세회
  • 입력 2016.03.25 12:37
  • 수정 2016.03.25 12:42

숙명여대가 경비 노동자 인원을 감축하고 무인 경비시스템 도입하려다 청소미화 노동자와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가 빗발치면서 방침을 철회했다.

아래는 연대 행동의 중심이 된 '숙명여대 대나무 숲'에서 방침 철회에 대해 밝힌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고용 승계를 얻어낸 것뿐 아니라 노동 조건이 개선되기도 했다.

#문의_질문_건의#4721번째눈꽃. 2016. 3. 23 오후 6:00:33축하 해 주세요!! 오늘 오전 경비 노동 조합원 고용 승계 및 임금 하락 없는 근무 형태 변경 그리고 각종 노동 조건을 개선 할 것을...

Posted by 숙명여대 대나무숲 on Wednesday, March 23, 2016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숙명여대분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 대학의 경비 노동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용역업체인 에스원에 간접 고용된 상태로 일을 해왔다. 이들은 에스원의 하청 용역업체 ‘인보’에 계약 기간 1년 단위로 소속돼 있다가 이달 31일자로 새로운 용역업체 ‘타워’와 계약을 맺어야 했다.

숙명여대는 새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학교 건물마다 시스템 경비나 출동 경비와 같은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면서 경비 노동자 37명 가운데 15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이 나왔다. 경비 노동자들은 원청인 학교 쪽에 고용승계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아침 교대 시간과 점심시간에 교정으로 나와 선전전을 벌이거나 집회를 열었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정에 게시된 대자보.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 활동을 벌였다. 숙명여대 학생 4500여명은 경비 노동자 해고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일부 학생은 학내에 대자보를 작성해 게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경비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글을 실은 학생도 있다.

지난 16일, 교정에 손글씨로 적은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역문(역사문화학과) 13학번 미림’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대자보에서 “무인시스템 도입과 경비원 감축이라고요? 무인시스템으로 숙명인의 안전이 보장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밤낮으로 학생들을 보호해주시던 아버님들을 하루아침에 내몰아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어느 누구보다 숙명인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오신 분들인데 생존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송곳’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경비 노동자들의 모습을 더 이상 외면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정에 게시된 대자보.

그러면서 “서명이나 대자보도 좋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를 하거나 언론에 제보를 하거나 방법은 많다”며 “밤낮으로 우릴 지켜주시던 그분들을 이제는 저희가 지켜드릴 차례입니다.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학 홍보광고학과 재학생 김아무개씨도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화팀 어머님, 경비팀 아버님들은 숙명의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을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에서 “누구보다 학교를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이분들이 지금 학교의 부당한 처우에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다”며 “경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임금과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재학생 이아무개씨는 경비·청소 미화 노동자와 학생들이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하는 내용의 그림을 그렸다.

이씨는 25일 <한겨레>와 나눈 온라인 메시지에서 “경비·청소 미화 노동자분들이 교내에서 집회를 벌이던 때라 이런 소식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응원하는 의미로 그림을 그려 학생들이 많이 보는 ‘숙명여대 대나무숲’에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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