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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이후, 공포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ASSOCIATED PRESS

벨기에와 유럽의 수도인 브뤼셀이 위험하다는 징후는 예전부터 있었다. 11월 13일 파리 테러의 일부가 벨기에에서 조직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이 불길한 직감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파리 테러 후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26세, 모로코계 프랑스인)은 브뤼셀 근처 몰렌비크에 숨었다. 벨기에 정보 기관에서는 몇 달 동안 그를 찾았다.

대규모 피자 주문, DNA 추적, 꼼꼼한 전화 감청을 통해 압데슬람이 숨어 있던 집을 지난 주에 찾아낼 수 있었다. 그가 자랐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망명 및 이민을 관장하는 벨기에 국무부 장관 테오 프랑켄은 트위터에 '우리는 그를 잡았다'라고 썼다. 오사마 빈 라덴을 잡았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연설을 빗댄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위험이 제거되지는 않았다. 국무 장관도 이를 이해했다. 그는 자기 트윗을 지웠다. 보안 부서에서도 아직 진행 중인 것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3월 22일 오전 8시경에 위협이 실현되었다. 수도 브뤼셀의 공항과 지하철 역에서 테러가 일어나, 최소 32명이 죽고 260명 정도가 다쳤다. 초현실적인 동시에 섬뜩하게 현실적인 모습이었다.

이슬람 국가를 자칭하는 집단이 자신들의 웹사이트 아마크의 '뉴스 속보'를 통해 이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벨기에가 ISIS에 맞서는 국제 연합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칼리프 국가의 군인들이 십자군들을 죽였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에 맞서 연대한 십자군 국가들에게 어두운 날들을 약속한다. 이는 그들이 이슬람 국가에게 보이는 공격성에 대한 응답이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더 심하고 격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왜 지금 행동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런 테러를 기획하는데 필요했을 과정을 생각하면 압데슬람의 체포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은 낮다. 압데슬람과 관련이 있었을 테러리스트 조직이 안보 기관의 수사망이 좁혀지는 것을 느끼고 지금이 움직일 때다, 저질러 버리자는 원칙에 따라 행동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에서 최초 반응은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그건 정상이다. 브뤼셀의 열차와 대중 교통 운행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군대가 기차와 지하철역에 투입되어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시민들에겐 현재 위치에 그대로 있으라는 권고가 발표되었다. 일부 건물 입구에는 금속 탐지기가 설치되었다. 브뤼셀은 포위당한 도시였다. 상처 받고 충격 받았으나 반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연방 경찰이 지원하는 특수 부대가 여러 곳에서 가택 수색을 했다. 장갑차, 드론, 헬리콥터, 특수 무기 등 온갖 조치를 다 동원했다.

일부 벨기에 정치인들의 반응은 지나쳤다. 물론 이해는 가지만 과장된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진보적 유럽의 가치와 우리 삶의 방식이 공격 받았다고 말했다. 기독민주당 CD & V의 수장 바우터 베케는 "일어나 보니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지만 이성적으로 보면 넌센스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방식이 위험해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공포에 굴복하고 진보적 가치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가혹한 조치를 안보 때문에 받아들일 경우에만 삶의 방식이 위협 받는다. 신플랑드르 연대 정당의 바르트 데 베버는 이미 12월에 정보 기관에 광범위한 권한을 주는 벨기에식 '애국자법'을 제안했다. 당시 정치인들 대부분은 반대했으나, 테러로 인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가 작년 7월에 이브라힘 엘 바크라위(브뤼셀 테러범 중 하나)에 대해 벨기에에 경고했다고 주장한다. 이 고통스러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보 기관이 더 강력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정보 및 안보 기관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똑똑한 기관이다.

우리는 테러리즘에 도움이 되는 식으로 논의의 틀을 잡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에시[ISIS의 아랍어 명칭]를 그럴싸하게 보이게 만든다. 그들은 국가, 전사와 순교자로 구성된 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국제 전략 연구소장 프랑수아 아이부르가 뉴욕 타임스에 한 말인데, 이 말이 옳다. 우리는 테러리스트 단체와 개인들, 범죄자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싸움이 아니다. 벨기에는 단호하지만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테러리즘과 싸워야 한다. 사회를 더 양극화시키거나, 소외되고 좌절한 젊은이들의 분개를 강화시켜서는 안 된다. 물론 하원에서 단 3석을 차지하고 있는 극우정당(Vlaams Belang)은 지지를 얻기 위해 공포의 정치를 펼칠 것이다.

테러가 있던 날, 플랑드르계 영국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나이젤 윌리엄스는 트위터에 "그들은 우리가 그들을 이기게 해줄 때만 이긴다는 걸 기억하라. 그들은 소수고 우리가 다수다. 테러는 결코 이기지 못한다."라고 썼다. 어쩌면 이것은 살인광들에 맞서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가 이것일지도 모른다. 단호한 현실주의. 우리가 공포의 함정에 빠지면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걸 도와주는 게 된다.

허핑턴포스트US의 After Brussels, We Must Not Fall Into the Trap of Fea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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