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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 중앙박물관장이 갑자기 '경질'된 이유

ⓒ한겨레

지난 9일 전격 경질된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신의 퇴임 사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한 프랑스장식미술전 개최를 반대하다 청와대의 압박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은 지난해 박 대통령이 이 전시에 가보고 싶다고 관심을 나타내자 이례적으로 김 전 관장을 수차례 불러 전시를 성사시키라고 계속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관장은 이 전시가 프랑스 명품 업체들의 상품을 전시하는 등 상업성이 뚜렷해 공공박물관에 전시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했고, 결국 지난달 전시가 무산되자 보복성 경질을 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나 전 관장은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 등) 상부의 압박으로 관장을 그만둔 게 확실히 맞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연말 이래로 청와대에 계속 들어가서 전시 내용에 대한 (반대)의견을 설명했으나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전시가 무산된 뒤인 지난 9일 갑자기 상부(청와대)로부터 관장이 교체됐다는 전화를 받고 바로 짐을 정리하고 박물관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성이 강한 전시를 수용할 경우 계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중앙박물관의 몇몇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김 관장의 전시 거부를 정부 정책에 대한 공무원들의 집단항명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김 관장뿐 아니라 전시를 추진해온 주무부서인 박물관 산하 교육문화교류단 간부, 직원들에 대한 후속 징계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프랑스장식미술전은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추진했던 국제교류전이다. 파리 루브르 국립장식미술관과 카르티에, 루이뷔통 같은 프랑스 명품 업체 등의 연합체인 콜베르재단이 공동주최해 올해 5~8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었다. 프랑스의 명품 장식물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전시 준비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으나, 김 관장이 상업성이 강한 전시는 할 수 없다고 완강히 반대하자, 지난 2월 중순 프랑스 쪽이 전시 의사를 철회해 무산된 상태다.

문체부 안에서는 앞서 2월29일 교체된 박민권 제1차관도 김 전 관장에게 전시 추진을 독려한 관할 감독자였다는 점을 들어 전시 무산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지워 함께 경질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전시와 관련해 기관장 인사까지 일일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도를 넘는 권력 남용이란 비판이 거세다.

이에 대해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프랑스 대사가 김영나 관장과의 소통 문제를 호소하며 개인적 관계가 있는 나에게 ‘살펴봐달라’고 요청해왔고, 이에 김 관장에게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들이 장식미술전 문제로 차질을 빚지 않도록 관리해달라는 당부를 한차례 한 바 있다”며 “중앙박물관장 교체는 이와 전혀 관계가 없으며, 교체 사실 역시 발표 이후에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김 수석은 “대통령께서 프랑스장식미술전에 관심을 표시하신 때는 (지난 연말이 아니라) 최근으로, 이미 전시회가 무산된 이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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