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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146명의 부산영화제 지지선언 기자회견

  • 강병진
  • 입력 2016.03.24 12:14
  • 수정 2016.03.24 12:15

김태용, 유지태, 변영주, 김조광수 등을 포함한 146인의 영화감독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감독들은 "저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했던 감독들"이라며 "문화는 '다름'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과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원칙 안에서만 꽃 피울 수 있다. 그 시선과 원칙이 국가의 품격이며, 동시대는 물론 다른 세대들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지금의 부산에서는 어떤 품격도 예의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날 146인의 영화감독이 전한 부산영화제 지지선언문이다.

저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했던 감독들입니다.

저희 서로는 이제 몇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는 것 말고는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각자 세대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고 종교나 정치적인 입장도 서로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서로의 다름보다 더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든든한 울타리였습니다.

영화제를 통해 기쁘게 관객을 만날 수 있었고, 과분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전 세계 다양한 관점의 영화들을 만나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분들의 새로운 시선을 배우며, 각자 마음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그 경험은 영화인으로서의 성장 뿐 아니라 '다름'을 껴안을 수 있는 인간으로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의 대표적 영화제로 성장해 나간 것은 영화제 자체의 규모의 성장만이 아니라 그곳에 참여한 영화인들과 시민들의 내적 성장을 동반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안에서 함께 성장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만의 성장이 아니라 세계 영화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데도 한 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에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인 토대 위에서 20년에 걸친 전문성과 균형 감각을 가지고 지켜온 부산국제영화제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문화는 '다름'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과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원칙 안에서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 시선과 원칙이 국가의 품격이며, 동시대는 물론 다른 세대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에서는 어떤 품격도 예의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이것은 문화예술지원의 숭고한 전제이며 전 세계가 공유하는 보편적 이해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울타리는 오히려 더 넓어져야 합니다. 결단코 더 깊어져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문화가 우리 세대만의 소유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계없는 하늘을 본 아이는 우주를 상상하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 손을 담근 아이는 자연을 이해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우리가 전할 자유로운 문화의 가치로 인생을 만날 것입니다.

우리는 온 힘을 모아 부산시에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어떠한 부당한 간섭과 압력에도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열정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마음을 모아 주십시요.

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146인의 영화감독들은 아래와 같다.

강석필<소년, 달리다>, 강미자<푸른강은 흘러라>, 강이관<사과>, 경순<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공미연<전장에서 나는>, 권오광<돌연변이>, 권우정<땅의 여자>, 권효<소년은 기타를 배우기로 했다>, 김곡<고갈>, 김광빈(모던 패밀리), 김대환<철원기행>, 김동령<거미의 땅>, 김동명<거짓말>, 김동원<명성 그 6일의 기록>, 김동현<만찬>, 김래원<이사>, 김량<경계에서 꿈꾸는 집>, 김명준<우리 학교>, 김미례<산다>, 김병우<더 테러 라이브>, 김병준<개똥이>, 김석영<마취>, 김선<고갈>, 김선웅<라이브TV>, 김성균<꿈의 공장>, 김성제<소수의견>, 김영근<산책가>, 김영남<내 청춘에게 고함>, 김영조<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예영<산책가>, 김용완<이 별에 필요한>, 김의석<오명>, 김인선<아빠의 맛>, 김일란<마마상>, 김재한<안녕, 뚜이>, 김정<도시를 떠돌다>, 김정구<샴 하드 로맨스>, 김정인<충심, 소소>, 김조광수<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김종관<조금만 더 가까이>, 김준호<길>, 김진도<흔들리는 물결>, 김진열<진옥언니 학교 가다>, 김진황<양치기들>, 김철민<불안한 외출>, 김태곤<1999, 면회>, 김태균<시인과 영화감독>, 김태용<만추>, 김태용<거인>, 김태일<오월애>, 김한국<학교 너머>, 김홍준<정글스토리>, 나루<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남다정<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 노영석<조난자들>, 문정현<할매꽃>, 문지원<나의 자리>, 민병훈<사랑이 이긴다>, 민용근<혜화, 동>, 민환기<불안>, 박경태<거미의 땅>, 박근범<여고생>, 박동훈<계몽영화>, 박배일<나비와 바다>, 박석영<스틸플라워>, 박성진<허들>, 박정범<산다>, 박정숙<첫사랑-1989 수미다의 기억>, 박제욱<찡찡막막>, 박준범<도다리>, 박지연<낙타들>, 박찬옥<파주>, 박홍민<혼자>, 백재호<그들이 죽었다>, 백현진, 변영주<화차>, 부지영<카트>, 서은영<초인>, 서호빈<못>, 소준문<올드랭 사인>, 손승웅<영도>, 손태겸<여름 방학>, 신동일<방문자>, 신수원<마돈나>, 신아가<밍크코트>, 신연식<러시안 소설>, 안선경<파스카>, 안재훈<메밀꽃 필 무렵>, 안주영<옆구르기>, 안해룡<다이빙벨>, 양익준<똥파리>, 양해훈<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연상호<돼지의 왕>, 오멸<지슬>, 오영필<후용리 공연 예술단, 노뜰>, 오정훈<낙선>, 우문기<족구왕>, 원풍연<웃으세요>, 유지태<마이 라띠마>, 윤덕현<농민가>, 윤성호<은하해방전선>, 윤영호<바르도>, 이강길<야만의 무기>, 이광국<꿈보다 해몽>, 이근우<프로젝트 패기>, 이난<평범한 날들>, 이돈구<가시꽃>, 이마리오<미친시간>, 이상철<밍크코트>, 이상호<다이빙벨>, 이송희일<후회하지 않아>, 이수진<한공주>, 이승원<소통과 거짓말>, 이용승<10분>, 이원우<붕괴>, 이유빈<셔틀콕>, 이은정<치욕일기>, 이지상<더 배틀 오브 광주>, 이진영<엄마가 아들에게 사랑을 담아 하이킥>, 이진우<팔월의 일요일들>, 이홍기<순천>, 이한종<출근>, 이혁상<종로의 기적>, 이훈규<146-73=한미FTA+스크린쿼터>, 임창재<눈물>, 임흥순<위로공단>, 장건재<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기철<홈리스>, 장률<경주>, 장희선<마이 페어 웨딩>, 장희철<미스진은예쁘다>, 전재홍<살인재능>, 전효정<미자>, 정윤석<논픽션 다이어리>, 정일건<대추리에살다>, 정지연<봄에 피어나다>, 제정모<안나>, 조성봉<구럼비 바람이 분다>, 조창호<다른 길이 있다>, 최용석<다른 밤 다른 목소리>, 최정열<글로리 데이>, 태준식<샘터분식>, 홍동명<귀>, 홍석재<소셜포비아>, 홍형숙<경계도시>, 황윤<어느날 그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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