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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삼양컴텍'에 2700억 원의 방탄복 독점사업권을 준 이유

  • 원성윤
  • 입력 2016.03.24 11:17
  • 수정 2016.03.24 11:21
ⓒ연합뉴스

국방부가 28억원을 들여 최첨단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방산업체 삼양컴텍의 로비를 받아 사업을 취소하고 이 업체에 2700억여원에 이르는 일반 방탄복 독점사업권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뚫리는 방탄복’을 생산해 입길에 오른 삼양컴텍이 속한 삼양화학그룹은 6년간 예비역 군인 29명을 계열사 등에 채용해 로비스트로 활용했다. 이들 가운데 ‘고위공직자 재취업 윤리규정’을 어기고 ‘위장취업’한 퇴역 장성이 7명 포함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23일 국방부·방위사업청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방탄복 등 전력지원물자 획득 비리를 점검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점검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한 관계자가 철갑탄 방탄성능 시험으로 전면이 관통된 방탄판과 완전 관통된 방탄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국방부는 28억원을 들여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액체방탄복 개발에 성공해 각 군에 2012년부터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액체방탄복은 북한이 2006년께 전차·군함 등을 뚫으려 개발한 철갑탄을 보급하고 있다는 정보에 대응해 군 당국이 2007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것이었다.

액체방탄복 개발 사업은 2011년 10월 군 전력지원물자 조달 업무를 총괄하는 국방부 1급 공무원 ㄱ씨의 지시로 갑자기 중단됐다. 육군 소장 출신인 ㄱ씨는 이 무렵 삼양컴텍 소속 전역 군인의 청탁을 받고 철갑탄을 못 막는 ‘신형’ 다목적 방탄복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삼양컴텍 쪽은 북한 ㄴ소총의 보통탄 방어 성능을 신형 방탄복의 평가 기준으로 넣어달라고 청탁했고, ㄱ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국내에 해당 소총의 보통탄을 보유한 곳은 삼양컴텍뿐이었다. 아울러 ㄱ씨는 특정 업체에 독점공급권을 주는 쪽으로 사업 방식을 바꾸고 삼양컴텍에 이 정보를 줬다. 결국 삼양컴텍은 2012년 연구개발업체로 선정돼 2014~2018년 1284억여원 상당의 공급 계약을 따냈고, 2019~2025년 1492억원 상당의 방탄복 공급권도 보장받았다.

실제로 국방부는 2014~2015년 삼양컴텍한테서 3만5200여벌(260억여원)의 일반 방탄복을 구입해 국외 파병부대에 지급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실험해보니 이 방탄복은 철갑탄에 완전히 뚫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는 삼양컴텍한테서 4000여만원을 받았는데, 부인이 이 회사 계열사에 위장취업해 월급을 받는 형식이었다. 전직 육군 영관급 장교는 이 업체에 국방부 내부정보를 흘린 대가로 5100만원을 받았고, 이후 삼양컴텍 쪽 이사로 채용됐다. 육군사관학교 교수이던 ㄷ씨는 삼양컴텍에 시험용 탄약 534발을 무단 반출해 제공하고 허위 방탄 시험 성적서를 발급하는 대신 1억1000여만원어치의 주식을 받고 삼양컴텍 쪽 연구소장에 취직했다. 이번 비리와 직접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ㄱ씨의 전임인 국방부 1급 공무원 ㄹ씨도 육군 장성 전역 뒤 삼양화학공업에 한때 취업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전직 장성 3명, 영관급 장교 5명, 공무원 2명과 삼양컴텍 쪽 3명 등 13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 참고 자료를 제공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심사를 회피한 9명에 대해선 공직자윤리위에 통보했다. 감사원이 삼양컴텍의 방탄복 독점공급권을 취소하라고 통보한 데 대해, 국방부는 “관련 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고 연구개발확인서 발급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탄복 비리’ 삼양컴텍은?

군과 ‘검은 거래’로 ‘방탄복 비리’를 저지른 삼양컴텍은 1980년대 최루탄으로 떼돈을 번 삼양화학그룹 계열사다. 무기·총포탄 제조업을 업종으로 등록했지만 주로 방탄복·방탄헬멧 등을 생산해 군에 납품하고 있다.

삼양화학그룹의 모태로 1975년 설립된 삼양화학공업은 1979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최루탄을 생산해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기간에 큰돈을 벌었다. 이 회사 회장인 한영자씨가 1987년 삼성·현대그룹 총수 등을 모두 제치고 개인 납세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대기업 초봉이 40여만원이던 당시 한 회장이 낸 소득세는 28억원이다.

삼양화학의 군사정권과의 ‘커넥션’은 1996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1987년 대선 직전 한 회장의 비자금 100억원이 전두환 대통령 쪽으로 건너갔다. 1993년 ‘율곡비리’ 사건 때도 한 회장은 뇌물 수수 의혹을 받았다.

삼양화학은 1989년 국정감사에서 최루탄 제조 중단을 선언한 뒤에도 방위사업을 유지해왔는데, 이번 ‘방탄복 비리’의 주범인 삼양컴텍을 비롯한 여러 계열사에 장성급 등 퇴역 군인이 몸담아 ‘군피아’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삼양컴텍 등 삼양화학 관련 기업에 2008년 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몸담은 퇴역 장성 등 육군 전직 장교들은 모두 29명이었다. 이들이 군과 삼양화학을 잇는 핵심 고리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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