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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 | 세월호특조위 2차 청문회를 주목하는 이유

청문회는 세월호참사 2주기를 앞둔 때이자, 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이라는 미묘한 시점에서 열린다. 따라서 청문회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주요 언론들이 외면한다고 해도 정치 상황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 총선의 쟁점으로 세월호참사가 부각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정부는 가장 우려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월호를 국민의 뇌리에서 한시바삐 지우고 싶어한다.

  • 박래군
  • 입력 2016.03.24 10:04
  • 수정 2017.03.25 14:12
ⓒ연합뉴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오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2차 청문회를 서울시청에서 연다. 이번 청문회의 주제는 "4·16세월호참사의 원인 및 관련 법령·제도적 문제 규명"이다. 구체적으로는 ①침몰 원인 및 선원 조치의 문제점 ②선박 도입 및 운영 과정 문제점 ③침몰 후 선체 관리 및 인양 등을 다루겠다고 특조위는 밝히고 있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 관계자, 관련 정부기관의 공무원 등 40명 가까운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된다.

이번 청문회도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의 거부로 국회가 아닌 서울시청에서 열리게 되며, 지상파의 생중계는 거부되었다. 만약 지상파 방송들이 청문회를 중계한다면 지난번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처럼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이 많이 시청할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CBS 노컷뉴스와 오마이TV 등 인터넷 기반 방송들이 공동 생중계를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또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 측 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청문회라서 정부·여당 측은 '반쪽 청문회'로 치부할 것이다.

2차 청문회의 중요성과 과제

이번 청문회는 입법 청원된 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열린다는 점에서, 아울러 특별법의 규정대로 특조위가 요청한 특검 임명 요구안을 국회가 다루지 않은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제약이 많다. 국회는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해 통과시키면서도 다급한 현안인 이 문제들은 외면함으로써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의지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만약 이대로 간다면 특조위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6월에 조사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특조위로서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연장될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을 맞고 있다. 많은 국민은 특조위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고 있으며, 또한 많은 이들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서 지겨워하고 있다. 이런 여론의 불리함으로 인해서 정부와 여당은 상식에도 어긋나게 특조위 조사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조사활동 기한도 자기들 멋대로 6월로 종료하게끔 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도 특조위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 측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증인으로 출석하는 이들에게 예상 질문지를 주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시키고 있을지 모른다. 1차 청문회 때 증인들은 미리 연습한 대로 위원들의 질문에 주로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김경일 123정장에게 뒤집어 씌웠다.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재연될까? 선원들이 관건일 것 같다. 현재 재판이 모두 끝나서 기결수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말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원들만 배에서 빠져나온 것은 구조작업에 나선 배가 123정 한척밖에 없음을 안 이들이 탈출의 기회를 놓칠까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까? 이에 대해서 위원들이 어떻게 추궁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오지 않더라도 준비된 자료들과 질문으로 충분히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을 구성할 수 있다.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정부는 인양에 의지를 갖고 있을까, 지금 인양 준비 작업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인양 이후 과정에 대해서 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일까 등등이 점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세월호의 도입이나 운영 과정의 문제점, 그리고 각종 법령과 제도의 미비점까지 짚어지기를 바란다.

이번 청문회는 세월호참사 2주기를 앞둔 때이자, 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이라는 미묘한 시점에서 열린다. 따라서 청문회가 위의 기대처럼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주요 언론들이 외면한다고 해도 정치 상황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 총선의 쟁점으로 세월호참사가 부각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정부는 가장 우려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월호를 국민의 뇌리에서 한시바삐 지우고 싶어한다.

소중한 진실이 드러나기를

사실 특조위는 지금까지 컨트롤타워의 존재 여부, 그리고 컨트롤타워 작동의 적정성 등을 조사하지 못했다. 또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거론되는 국정원의 참사 당시 역할에 대해서, 그리고 유병언과 김기춘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손대지 못했다. 총선이 끝난 다음에 열릴 3차 청문회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416연대는 온라인을 통해 1차 청문회의 내용을 담은 35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http://416act.net/notice/11920). 청문회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중요 증인들의 답변 태도와 함께 이 청문회를 통해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김석균 해경청장의 지시로 123정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허위 기자회견을 했던 점, 먼저 구조해낸 사람들이 선원인 줄 몰랐다는 123정장 등의 진술이 허위였다는 점, 대책본부가 구조세력을 과장하고 충격 상쇄용 언론 대응에 치중했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유가족들의 절절한 심정과 민간 잠수사 등의 울림 있는 증언 등도 담겨 있다. 길지 않은 영상이므로 모두 보면 좋겠다.

제작자들은 이 영상의 제목을 '도둑'이라고 붙였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스스로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의 비겁하고 뻔뻔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이런 그들에게 이미 우리가 광화문에서 그리고 전국에서 들려주었던 답이 있다. "감추려는 자, 범인이다." 정말 세월호참사에는 어떤 진실이 가려져 있는 것일까? 이번 청문회에서 다시 소중한 진실의 일각이 드러날 것이다. 청문회를 꼭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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