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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다이어리 3' : 리메이크 열풍의 문제

  • 김도훈
  • 입력 2016.03.24 07:10
  • 수정 2016.03.24 07:12

옛날이었다면 ‘프린세스 다이어리 3’의 영화 제작 소식은 미국 전역을 들뜨게 만들었을 것이다. 성공한 스토리라인은 전통적 속편을 넘어서까지 늘리는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경우에 그랬다. 예를 들어 ‘브링 잇 온’과 ‘금발이 너무해’는 여러 편 나왔다. 그러니 팬들이 좋아하는 옆집 공주를 화면에서 더 만나게 해주는 것은 영리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스탤지어를 노리는 리메이크작들로 과포화된 현재의 시장에서(‘X-파일’, ‘헤더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보이 미츠 월드’, ‘풀러 하우스’…) 미아 서모폴리스가 놈코어 괴짜에서 제노비아 공주로 변신하는 이야기의 재탕이 낄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밀레니얼 세대 대부분은 앤 해서웨이의 캐릭터가 왕족의 부담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2001년의 1편과 2004년의 속편 덕분이다. 2007년 정도라면 속편을 제작해 곧바로 DVD로 출시하기에 이상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ABC에서 허구한 날 틀어줬을 것이다(2007년의 ‘브링 잇 온 4에버 Bring It On: In It To Win It’처럼).

그러나 디즈니는 그 시기를 놓쳤다. 디즈니로선 실망스러웠을 일이다. 인터넷과 스트리밍 TV가 등장했고, 업계는 사랑받았던 과거의 아이디어로 새로 돈을 벌 기회에 달려들었다. 이 현상은 TV에 새로운 이야기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벌쳐가 교묘하게 보여주었듯이, 수많은 멋진 컨텐츠들을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경영진이 옛날 인기작들을 다시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포화 시장에서는 시청자들이 이미 아는 이야기로 유혹하는 것이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TV의 미래의 가망을 생각하면 이런 관점에는 단점이 있다. 노스탤지어 자체가 양날의 검이다. 노스탤지어의 어원은 그리스어다. ‘노토스’는 ‘귀가’를, ‘알고스’는 고통’을 의미한다. 1996년 히트 곡이 흘러나와서 노스탤지어를 느끼든, 묘하게 여름 캠프를 떠올리게 하는 냄새를 맡아서든, 어찌 보면 노스텔지어는 돌아갈 수 없는 집을 가졌다는 고통이다. 로맨틱한 컨셉트지만, 현실에서는 장밋빛 기억만큼 모든 게 다 좋지는 않았다는 걸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된다. 당신의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는 좀 얼간이였다. 그리고 당신이 어렸을 때 사랑했던 TV 시리즈나 영화는 – 당신 과거의 세피아 빛 촬영지 때문에 당신이 깊은 의미를 부여했던 – 오늘날의 빛을 받으면 예전처럼 빛나지는 않는다.

‘풀러 하우스’는 ‘풀 하우스’의 예전 여덟 시즌이 없었더라면 지금 시즌으로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원작 ‘풀 하우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회상되는 시기인 1980년대말-90년대초에 방영되었다. 넷플릭스로 파일럿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팬들이 쓸데없이 스튜디오 관객의 박수 때문에 말을 멈추고 첫 시리즈의 인상적인 대사를 재활용하는 캐릭터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노스탤지어를 너무 강조했고, 낡았다고 느껴졌으며 스토리라인은 아는 사람만 아는 농담들보다 덜 중요한 것 같았다. 정말 너무했다! 물론 출연진이 인스타그램에 다시 모인 걸 보니 재미는 있었고, 사랑받는 캐릭터들이 다시 어울린 것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키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그걸 객관적으로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쇼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다시 미아 서모폴리스 이야기로 돌아가자. 해서웨이는 한 번 더 왕관을 쓸 거라고 전해지지만, 그 외에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3’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누구를 노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첫 영화를 극장에서 봤던 25~35세? 그들의 아이들? 그 사이의 관객들?

그게 중요할까? 특히 리부트의 세계에서 말이다. 나는 텔레비전이 시청자들에게 자꾸 반복되는 이야기들을(넷플릭스, 훌루 등 덕택에 다시 보기 아주 쉬운 이야기들을) 계속 제공하는, 시청자들의 정서 자극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성공을 노리는 세계는 두렵다.

노스탤지어는 놀러가기엔 재미있지만 눌러앉기엔 피곤한 곳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Whose Remake Is It, Anyw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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