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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보름만에 우리과가 없어졌다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재학생 100여명이 마스크를 쓰고 통폐합 되는 학과의 장례식을 상징하는 침묵시위 연 뒤 기자회견이 열리는 정문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ㄱ(19)양은 지난 2일 ‘무역학도’의 꿈을 안고 경남 양산 영산대의 글로벌비즈니스대학(학부) 국제무역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 보름 만인 지난 16일 국제무역학과가 없어진다는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영산대가 교육부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3년간 총 6000억원) 지원을 받으려고 학부·학과를 통폐합하면서, 국제무역학과와 해운항만경영학과를 합쳐 해운항만물류학과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ㄱ양과 동기들에게는 해운항만물류학과 학생이 되거나 자퇴하거나 둘 중 하나 ‘선택권’이 주어졌고, ㄱ양은 24일 자퇴서를 내기로 했다. ㄱ양은 “무역학을 전공하고 싶지 물류학을 할 생각은 없다. 학과 통폐합 계획이 있었으면 입학원서를 넣기 전에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프라임 사업 탓에 ‘잃어버린 1년’을 한탄했다.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중앙대 학생들. 자료사진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프라임 사업 계획안을 확정 고시하고 오는 3월31일까지 지원서를 받기로 하면서, 무리한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대학가의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학교당 많게는 300억원이 지원되는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려면 학사 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 대학들이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학과 통폐합과 정원감축을 밀어부치면서,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영산대의 경우 ㄱ양과 같은 피해를 입은 건 국제무역학과 학생뿐만이 아니다. 이 대학 글로벌비즈니스단과대학이 없어지고 그 안에 있던 영어학과·중국비즈니스학과·일본비즈니스학과는 모두 ‘외국어 전공’으로 통합돼 호텔관광대학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아세안비즈니스학과에선 베트남어를 없앤 뒤 글로벌학부로 편입하고, 인도비즈니스학과도 글로벌학부로 들어간다. 경영학과는 품질관리공학과로 변경되고 부동산금융학과는 평생교육대학의 부동산금융자산관리학과로 바뀐다.

이 대학 학생회는 “(학교 쪽이)프라임 사업을 위해 인문학을 줄이고 이공계열을 확대시켜 자체 학과평가를 통해 인문계열 위주의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비공개로 단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사실을 공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입시 전문가인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진로교육이 이런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며 “학생이 하고 싶은 진로가 있어서 관련 학과로 입학을 했는데 한 달도 안 되어 자퇴를 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교육부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하려면) 지난해 이를 염두에 두고 신입생을 선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대학입시 3년 예고제가 공염불에 불과해 보이고, 갓 피어나는 새싹들을 무참히 밟는 이런 조처야말로 정말 비교육적이고 행정 위주의 횡포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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