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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문제는 민주주의다!

알파고의 위력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더 충격적인 일도 진행되고 있다. 2005년에 시작된 '푸른 뇌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자금 모금만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10~20년 안에 인간과 흡사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인공두뇌를 컴퓨터 안에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혀 다른 신세계'가 어떤 경로를 밟아 언제쯤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인류가 부닥친 또 다른 거대한 난제들, 예컨대 기후변화나 핵전쟁 위험 같은 것도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다.

  • 지영선
  • 입력 2016.03.23 12:14
  • 수정 2017.03.24 14:12
ⓒTerminator 3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선택한 탓에,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역사적 대국'을 지켜보며,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나게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 기계를 상대로 고독한 싸움을 벌인 이 9단이 그나마 1승을 건진 탓에, 알파고를 만든 인간능력과 인간 이세돌이 '모두 이겼다'고 애써 자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분석과 평가와 예측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하나 더 보태고 싶다. 그것도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알파고의 충격 이후 언급되는 대응책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을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주 청와대에서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간담회'를 열어,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 응용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하나는 육체노동 뿐 아니라 정신노동까지 대신할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일자리를 걱정하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개발 강화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조물 인간이 창조주가 되는 시대

물론 그런 현실적인 대응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역사적 대국'은, 전문가들뿐 아니라 우리 보통사람들에게까지, 인간의 과학과 기술 발달이 얼마나 빠르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7만년의 인간종 전체의 역사를 다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술이 발달한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학과 기술 발달은,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가 되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유기물이 아닌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작물, 수명이 몇 배로 길어진 벌레, 기억과 학습능력이 크게 개선된 천재생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등의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는 이 즈음이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불치병을 정복하며 인지적 정서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의학이 그런 생명공학기술들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 지적 정서적 능력이 변화된 '초인간'과 보통인간 사이엔 어떤 관계가 만들어질까.

사이보그란 '자연적 요소와 인공적 요소를 한 시스템 안에 결합시킨 자기조절유기체', 쉽게 말하면 생물과 무생물을 합친 존재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벌써부터 사이보그 시대에 살고 있다. 의수 의족 안경 보청기 심박동조절장치에다, 컴퓨터와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는 휴대전화는 우리 뇌의 능력을 상당 부분 확장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뿐이 아니다. 컴퓨터 공학자들은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기억과 의식, 정체성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알파고의 위력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더 충격적인 일도 진행되고 있다. 2005년에 시작된 '푸른 뇌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자금 모금만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10~20년 안에 인간과 흡사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인공두뇌를 컴퓨터 안에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혀 다른 신세계'가 어떤 경로를 밟아 언제쯤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인류가 부닥친 또 다른 거대한 난제들, 예컨대 기후변화나 핵전쟁 위험 같은 것도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다.

첨단기술 둘러싼 결정 시민이 해야

다보스 포럼의 창설자 클라우스 슈바브는 지난 1월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생명공학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터가 결합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어떤 대비가 필요한 것일까. 각 기업과 국가가 첨단기술발달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투자를 서둘러야 할까.

그보다 훨씬 심각하고 중요한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 가공할 기술을 인간에게 이롭게 사용하기 위한 대비일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에서 일했던 컴퓨터 전문가 크리스 그레이는 <사이보그 시티즌>이란 책에서, '터미네이터'의 파국을 막는 길은 첨단기술을 둘러싼 결정이 풀뿌리 시민참여에서 이뤄지는 데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열쇠는 정치, 민주주의다.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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