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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이 테러 대상이 된 이유

  • 김병철
  • 입력 2016.03.23 08:08
  • 수정 2016.03.23 08:30
A memorial to attack victims with a Belgian flag and flowers is set up outside the stock exchange in Brussels on Tuesday, March 22, 2016. Explosions, at least one likely caused by a suicide bomber, rocked the Brussels airport and subway system Tuesday, prompting a lockdown of the Belgian capital and heightened security across Europe. (AP Photo/Geert Vanden Wijngaert)
A memorial to attack victims with a Belgian flag and flowers is set up outside the stock exchange in Brussels on Tuesday, March 22, 2016. Explosions, at least one likely caused by a suicide bomber, rocked the Brussels airport and subway system Tuesday, prompting a lockdown of the Belgian capital and heightened security across Europe. (AP Photo/Geert Vanden Wijngaert) ⓒASSOCIATED PRESS
  • 22일, 브뤼셀에 다수의 폭발이 일어나다
  • IS(이슬람국가)를 자칭하는 주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다
  • 현지 경찰이 공항 CCTV로 찍힌 3명의 용의자 이미지를 공개하다
  • 최소 34명의 사망자와 200여 명의 부상자 수가 확인됐다
  •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20명 사망, 자벤템 공항에서 14명 사망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인구가 100만 명 남짓으로 유럽 수도 중 비교적 작은 도시지만, 이번 테러 공격이 있기 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잠재적인 테러 장소로 꼽혀왔다.

지난해 11월 이웃 프랑스 파리에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 테러 직후에도 벨기에는 테러 경보를 최고 등급으로 높이고 대중교통과 학교를 임시 폐쇄하며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기도 했다.

브뤼셀은 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타깃이 됐을까.

◇ 테러 위험지역으로 급부상

파리 테러 이후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를 비롯한 주범 9명 중 4명이 벨기에 출신인 것이 확인되면서 브뤼셀은 유럽의 '테러 위험지역'으로 급부상했다.

그중에서도 아바우드와 지난 18일 파리 테러 4개월 만에 생포된 살라 압데슬람이 살던 브뤼셀 인근 몰렌베이크 지역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집중됐다.

인구 10만 명 가량인 몰렌베이크는 50년 전부터 터키와 모로코 출신 이민자들이 정착한 이후 현재 인구의 3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이들 무슬림 이민자들은 벨기에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되지 못했다. 인근 지역과의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강력 범죄가 늘어나면서 몰렌베이크는 현지인들조차 접근을 꺼리는 슬럼처럼 변했고, 실업률은 40%에 달했다. 좌절과 불만을 키운 몰렌베이크의 일부 젊은 무슬림은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

공개수배 다음날 테러가 터졌다.

Posted by 허핑턴포스트코리아 on Tuesday, March 22, 2016

10년 전 몰렌베이크 취재를 통해 실태를 전한 벨기에 언론인 힌드 프라이히는 워싱턴포스트(WP)에 "몰렌베이크에 있는 세대 전체가 극단주의 행동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표현했다.

이런 무슬림 젊은이들의 욕구를 흡수한 것이 바로 IS나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였다.

국제급진주의연구센터(ICSR)에 따르면 벨기에의 인구 대비 지하드(이슬람 성전) 참전 비율은 인구 100만 명당 40명꼴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500명가량의 벨기에 국적자가 시리아와 이라크로 들어가 IS 등에 합류했고, 이 가운데 100명가량이 다시 벨기에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 일부가 아바우드와 압데슬람처럼 유럽을 겨냥한 테러를 조직하고 실행한 것이다.

파리 테러 이전에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와 2014년 브뤼셀 유대인 박물관 테러, 지난해 8월 파리행 고속열차 테러 시도 등의 용의자도 모두 몰렌베이크에 연고를 두었다.

브뤼셀 공항 CCTV에 찍힌 폭탄테러 용의자 3명

◇ 빈곤문제 대처 못해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통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파리 테러 이후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테러 사건은) 항상 몰렌베이크와 연계됐다"며 "너무 방심했다. 우리는 지난 부주의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인구와 정치구조가 복잡하다는 벨기에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테러 대처에 성공하지 못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가령 브뤼셀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특별지역은 6개 경찰서로 치안을 맡고 있고, 특별지역에 속하는 19개 시의 시장이 각각 소속 정당과 언어가 달라 협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경찰력과 시 정부의 분산, 공공부문의 부패와 족벌주의 등이 극단주의 확산에 토양을 마련했다"며 "극단주의를 키우는 일부 지역의 빈곤에 대처하지 못했고, 대테러 활동을 위한 효과적인 연락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벨기에 군인이 EU 본부 앞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 '유럽의 심장' 공격했다는 상징성

브뤼셀이 유럽연합(EU)의 본부가 위치한 EU의 수도라는 점도 테러범들이 브뤼셀을 택하게 한 요인이다.

22일 폭탄 테러가 발생한 브뤼셀 도심의 말베이크 지하철역은 EU 본부가 위치한 곳이었다.

아직 EU 관계자가 사상자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테러범 입장에서는 EU 본부 인근에서 테러를 자행함으로써 '유럽의 심장'을 공격했다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벨기에는 또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3대 국가의 가운데에 위치해 지리적으로도 '유럽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또다른 테러 장소가 브뤼셀 국제공항이라는 점도 이번 테러가 벨기에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브뤼셀 테러 이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브뤼셀 공격을 통해 유럽 전체가 당했다"고 규정했으며,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도 "벨기에가 아니라 유럽의 이동의 자유를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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