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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SE : '혁신이 불가능한 시대'에 애플이 대처하는 방법

  • 허완
  • 입력 2016.03.22 12:05
  • 수정 2016.03.22 12:26
ⓒGettyimage/이매진스

애플이 21일(현지시간) ‘아이폰SE’를 발표했다. 아이폰5S와 같은 크기(4인치)의 ‘작은 아이폰’이다. 아이폰6와 6플러스 출시 이후 각각 4.7인치, 5.5인치로 커졌던 아이폰이 다시 작아진 것.

성능은 아이폰6S의 최신사양을 대부분 그대로 담았다. 3D터치 같은 일부 기능이 빠졌지만, 프로세서나 카메라 등 주요 하드웨어는 완벽히 아이폰6S와 똑같다. ‘보급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미안할 정도다.

애플이 '작은 아이폰'을 만든 이유

애플은 대체 왜 이런 아이폰을 만든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작은 아이폰' 대신 '역대 가장 저렴한 아이폰'에 초점을 맞춰보자.

더버지는 “이 아이폰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나 중국 같은 시장을 공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아이폰SE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399$부터 시작되는 가격이다. 이건 그동안 발표됐던 아이폰 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저가형 모델로 여겨졌던 아이폰5C도 549$부터였다. 아이폰SE는 2년 약정을 기준으로 ‘공짜폰’이 될 수 있다. (...) 애플은 가격을 낮추면서도 고사양 스펙을 유지해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리려 하는 것이다. (더버지 3월21일)

중국과 인도는 애플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아이폰 SE, 혁신은 없었다’는 기사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이폰SE는 애플의 시장 확장이라는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 그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1.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 때문에 애플의 아이폰 매출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 반면 중국과 인도 같은 지역에서만큼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다소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3. 이 지역은 중저가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4. 아이폰은 구매력이 높지 않은 이 지역 고객들에게 너무 비싸다.
  5. 최신 스펙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아이폰이라면…?

애플은 지난해 초 처음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출하량 기준)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애플에게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 특히 애플의 첫 대화면 모델인 아이폰6·6플러스 출시 이후 중국에서 애플의 매출은 112% 늘어났다. (2014-2015년 3분기)

인도는 세계 제2위의 인구대국이자 스마트폰의 ‘마지막 큰 시장’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애플은 올해 초 바로 이 인도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올해 초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서의 애플 점유율은 2%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 중국 다음은 인도? 애플, 인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다

다만 인도 같은 경우, 아이폰SE도 여전히 비싸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은 135달러(2014년) 수준이다. 더버지는 애플이 아이폰SE ‘8GB’ 같은 인도 시장 전용 모델을 내놓거나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중국과 인도 소비자가 아니더라도 ‘작은 아이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었다. 큰 화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작은 화면으로 돌아가기 어렵겠지만, 아직 아이폰5S를 쓰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아이폰SE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신 사양과 적당한 크기, 단단한 디자인, 그리고 훨씬 저렴한 가격. 이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혁신'이 아니다

이번 애플 이벤트는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했다. 눈에 번쩍 띄는 새로운 기능이 발표된 것도 아니었고,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이 공개된 것도 아니었다. 앞선 루머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었던 탓에 김이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의 포인트는 '혁신'이 아니라 '확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잊는 사실이지만, 애플은 더 이상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회사가 아니다. 애플은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정말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다품종 대량생산’ 기업이다. 더버지의 표현대로 "하나의 스마트폰, 하나의 태블릿, 몇 종류 안 되는 PC를 만들던 그 애플은 벌써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꽤 오래 전부터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술적 혁신은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고, 성장률은 둔화됐으며, 중저가 제조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아이폰은 여전히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그 시장에서는 더 이상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다른 모든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애플 역시 끊임없이 성장 압박에 시달린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며, 이에 따른 라인업 확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아이폰SE는 기존 아이폰 라인업의 오래된 빈틈을 완벽하게 채우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 가장 저렴한, 최신샤양(에 가까운) 아이폰.

애플의 예상대로, 아이폰SE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생애 첫 아이폰’일 가능성이 높다. 이 소비자들의 다음 선택은 아이폰7이 될 수도, 아이폰8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앱스토어에서 앱을 구매할 것이고, 아이패드나 애플워치, 맥을 구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앞서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폰SE가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의 혁신이 나오기 힘든 시대. 어쩌면 애플도 그렇게 적응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혁신이 아닌 확장으로.

New iPhone SE hands-on - The V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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