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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꽃에서 시작하는 아름다움의 여정 | 장 미셸 오토니엘 인터뷰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의 의미가 깊다.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설치한 대규모 작업 이후에 갤러리에서 여는 첫 전시회다. 한국을 오가면서 유심히 본 연꽃을 모티브 삼아 작업을 진행했다. 자연과 스스로 결합하며 평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공유하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내 전시에서 미학적인 면은 굉장히 중요한데 예전 작업에 비해 이번에는 관능적인 면이 더해졌다.

  • 전종현
  • 입력 2016.03.21 12:45
  • 수정 2017.03.22 14:12

글로벌 시티 매거진 <타임아웃서울> 2016년 03월호 아트 리뷰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볕이 잘 드는 국제갤러리 K3관 내부는 말 그대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화이트 큐브'에는 기묘한 형태로 알알이 연결해 금속으로 마감한 유리 구슬 구조물, 비슷한 모티브를 은빛 캔버스에 거칠게 흑백으로 프린트한 평면 작업이 구석 구석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미술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이 오직 서울을 방문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동화의 일환이다. 제목에서부터 시적인 뉘앙스가 듬뿍 묻어나는 그의 개인전 <검은 연꽃 Black Lotus>은 지금 특별한 여행객을 기다리는 중이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깊은 내면으로 떠나는 아름다움의 여행에 동참할 사람들 말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27일 일요일에 끝난다. 봄날의 주말 여행지로 기록해두길.

PHOTOGRAPHER: 장현우

몇 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감회가 어떤가?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의 의미가 깊다.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설치한 대규모 작업 이후에 갤러리에서 여는 첫 전시회다. 한국을 오가면서 유심히 본 연꽃을 모티브 삼아 작업을 진행했다. 자연과 스스로 결합하며 평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공유하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내 전시에서 미학적인 면은 굉장히 중요한데 예전 작업에 비해 이번에는 관능적인 면이 더해졌다.

검정, 핑크, 금빛, 보랏빛까지 연꽃이 다양하다. 이번 전시 제목인 <검은 연꽃>의 유례가 궁금하다

내 작업에서 꽃은 중요하다. 특히 꽃말과 꽃이 품고 있는 의미에 관심이 많은데 연꽃의 경우, 더러움에서 태어나는 영성이란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연꽃의 본질적인 순수함과 악의 어두운 측면을 함께 묶으면 어떨까 궁금했다. 색깔로 치환하면 검정색과 흰색인데, 이 두 가지 상충하는 개념을 묶어 충돌시키면 마치 록밴드의 주제곡처럼 강렬한 에너지가 발생해 다층적인 감정을 부르는 것 같지 않나? 그만큼 시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전시의 절반을 자치하는 평면 작업은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전시관이 무척 맘에 들어 공간이 갖는 고유의 느낌에 맞는 전시를 구성하고 싶었다. 처음 전시관에 들어오니 벽이 무척 눈부시더라. 조각을 반사하며 공간을 확장시키는 느낌을 주는 평면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이번 평면 작업은 내가 일상적으로 해오던 수채화 스케치와 조각, 그 중간에 해당하는 새로운 시도다. 조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간 밀도의 대조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다.

혹시 전시를 구성할 때 생각해 둔 테마가 있나?

관객이 입장했을 때 꽃의 의미와 그 형태를 탐구하면서 둘러보는 구연동화 같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작업을 통해 아름다움을 먼저 느끼고, 그 뒤에 명상하듯 영적인 세계를 탐험한 후, 조각의 실제 형태를 통해 현재로 다시 돌아오는, 혹여 난해할 수도 있지만 미를 통해 사람들을 현실로 부르는 그런 동화 말이다. 동화는 은유와 비유를 통해 현실에 관한 교훈을 가르치는 매개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개인적인 팁을 준다면?

고요한 상태에서 홀로 작품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빛으로 꽉 차있는 전시관과 여러 작업이 만들어내는 씬은 환상적이고 마법처럼 다가설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제 막 50대에 들어서는 성숙의 시기에 있다보니 고요함과 평온함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처럼 불안하고 불확실한 세상에는 사람들이 안정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싶다. 평온함 속에서 환희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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