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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때문에 한국 드라마는 앞으로도 '사전제작'을 하게 될까?

한국 드라마의 중국 상륙 20년 만에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한류 상업화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중 첫 동시방영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는 한국드라마 판권 판매액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이를 독점 방영하고 있는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愛奇藝)에도 '대박'을 안겨줬다.

20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 중국에서 한동안 조용했던 한국드라마 붐의 재활은 중국의 시장 환경 및 제도 변화에 맞춰 기존과는 다른 제작방식으로 해법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1997년 중국중앙(CC)TV가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방영하면서 시작된 중국의 한국 드라마 인터넷 판권 가격은 3∼4년 전만 해도 회당 1천∼3천달러 수준이었다가 2013년에 회당 1만 달러(1천162만원)를 돌파했다.

이어 판권 가격은 '별에서 온 그대'가 회당 4만 달러를 넘긴 뒤 2014년 5월 '닥터 이방인'은 8만 달러에 달했고 같은 해 7월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12만 달러로 올랐으며 9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20만 달러로 치솟았다.

현재 태양의 후예는 회당 23만 달러(2억6천737만원)씩의 판권 가격으로 '별에서 온 그대'를 제치고 가장 비싼 한국드라마가 됐다. 태양의 후예에 투입된 제작비 130억원의 40%를 아이치이 판권 판매로 회수한 셈이다.

중국의 업계 관계자는 한국드라마 판권가격이 3년 사이에 최고 200배 가까이 오른 셈이라며 이번 태후 성공으로 앞으로도 판권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드라마가 앞으로 그간의 제작방식을 바꿀 경우를 전제로 삼았다.

바이두(百度) 백가(百家)망은 "2013년 '별그대'가 촬영과 방송을 병행하는 한국드라마의 제작관행에 맞춰 다행스럽게 큰 성공을 거뒀으나 사실 판권 수입자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얼마큼 인기가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작업도 부족했다"고 전했다.

그간 중국의 판권 구매자들은 통상 주인공의 지명도에 따라 시장과 가격을 판단하는데 여러차례 고가에 구입한 한국드라마의 실패로 손해를 보는 장사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아이치이의 경쟁사인 유쿠투더우(優酷土豆)도 지난 2014년 남자주인공인 비의 지명도에 맞춰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를 당시 최고가인 총 320만 달러(37억2천만원)에 들여왔다가 참패를 겪었다.

그런 과정에서 중국 인터넷에 방영되는 외국드라마에 대해 사실상 사전제작 검열을 의무화한 중국 당국의 규제조치가 이런 모델 변경의 계기가 됐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해 4월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인터넷에 올리는 모든 외국 드라마는 완결판이나 시즌별 전편(全編)을 들여와 중국어 자막을 입힌 다음 관할 당국의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 심사를 통과해 수입허가증을 교부받아야 인터넷에 방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규제는 주말 단위로 제작과 방송을 병행해온 한국드라마가 완전히 종영된 뒤에야 중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관련 업계는 그간의 드라마 제작과 방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먼저 촬영·방영 병행 관행을 타파하고 사전제작 방식으로 바꿨다. 또 드라마 대본 집필부터 시작해 제작촬영, 방송, 광고, 온라인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현지 시장의 여건에 맞춘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장위신(張語芯) 아이치이 판권제작센터 총경리는 "제작을 전후해 한국측 제작사와 긴밀한 협의를 거쳤다"며 "작가, 감독 등 제작진을 사전에 파악하고 중국시장의 상황과 중국이 수용 가능한 내용 등을 드라마에 반영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자의 면면도 성공한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최고 스타인 송중기, 송혜교를 남녀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가 집필을 맡았던 점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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