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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편지'를 옆집 문에 직접 넣으면 '통신매체 이용 음란 행위'가 아니다

  • 강병진
  • 입력 2016.03.20 10:57
  • 수정 2016.03.20 11:02
ⓒGettyImagebank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과 달리 음란한 내용의 손편지를 피해자 집 앞에 직접 갖다놨다면 특례법의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47)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이씨는 2013년 11∼12월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한두 문장과 그림으로 된 편지를 자신의 원룸 옆방 문에 6차례 끼워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이씨의 유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씨가 우편 등의 통신매체를 거치지 않아 기소된 죄명으로는 현행법상 처벌이 안 된다고 봤다.

이씨에게 적용된 특례법 조항은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채 '직접' 상대방에게 글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해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이라며 "실정법 이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난 가능성이 크더라도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라며 "학계에서도 일부 비판이 있지만 입법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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