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나….”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18일, 유승민계로 분류돼 낙천한 한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괜찮으니 절대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측근 의원들의 고언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한다.
유 의원 하나만 남기고 우수수 떨어져나간 측근 의원들은 최근 “우리가 다 죽어도 대표(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살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고, 이런 뜻을 유 의원에게 전달했다. 한 측근 의원은 “우리가 낙천했다고 괴로워해서는 안 된다고 했더니 ‘내가 어떻게 괜찮겠냐’며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 했다.
이한구, "어명이다. 사약을 받으라." 유승민, "불가하오. 차라리 제 목을 치심이 합당하다고 아뢰오." 이거 뭐, 조선시대 사극도 아니고...21세기에 대체 이게 뭔 일이래?
— jungkwon chin (@unheim) 2016년 3월 18일
사실상 유승민 낙천을 기정사실화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여론 수렴을 핑계로 발표를 미루는 ‘고사 작전’을 펴면서 유 의원과 측근 의원들의 고민도 깊다.
20대 국회에 유 의원 혼자 입성해봤자 아무 힘도 못 쓸 것이라는 ‘이재오식 고립론’이나, 그래서 혼자만 배지를 달겠다는 것이냐며 유 의원의 자존심을 긁는 말들도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유승민계 의원은 “(혹시나 불출마 선언을 해도) 하나도 안 고마우니 욱하는 심정으로 결정하지 말라는 뜻을 모아 전달했다”고 했다. 낙천한 또다른 유승민계 의원도 “만약 유 의원이 컷오프를 당하고도 불출마 선언을 하면 우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 사무실에 붙어 있는 현수막과 박근혜 대통령 사진
가까운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출마를 상수로 둔 유 의원에게 고민되는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한다. 한 의원은 “경선에 올라가도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유 의원을 경선에 부칠 경우,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두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유 의원이 시나리오별 결심을 다 해놓은 상황은 아니다. 공관위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판단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조해진 의원에게 유 의원은 “당당하게 하라”는 말을 전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유 의원이 준비한 플래카드의 문구가 ‘대구의 자존심 유승민은 당당합니다’이다.
지난 15일 밤 이후로 선거운동을 중단한 유 의원의 선거사무소에는 이날도 기자 30여명이 진을 쳤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공관위에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유 의원이 어떤 발언이나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청와대에서 아예 유승민과 김무성을 확실히 죽여버리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아주 노골적이잖아요. 유승민은 무소속 출마해도 아주 힘들게 싸워야 할 겁니다. 지금 태세로 보면 출마하더라도 낙마시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같아요.
— jungkwon chin (@unheim) 2016년 3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