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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을 '페덱스' 배달원에 비유하며 백도어-암호화 논쟁을 설명하다

  • 허완
  • 입력 2016.03.18 13:00
  • 수정 2016.03.18 13:06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정부의 '백도어' 제공 요청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테러용의자의 아이폰에 대한 '잠금해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재차 밝힌 것.

그는 17일(현지시간) 공개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기사 / 전문) "(백도어는) 미국을 훨씬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만 위험해지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안전도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 "좋은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백도어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건 단순히 아이폰 한 대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부도 그걸 알고 있다"며 "선례를 만드는 게 그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미 FBI 등 미국 수사당국은 수십 건의 사건에 얽힌 아이폰에 대해 '잠금해제'를 요청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팀 쿡은 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몇몇 사안에 대해 또렷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아이폰에 담긴 정보를 제가 알고 있는데 (수사당국에) 주지 않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가진 정보는 다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추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무언가를 개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개발하라는 거에요. 수많은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열쇠를 말이죠."

"모두가 이 사건을 '프라이버시 대 국가안보'의 대립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하나를 포기하면 다른 하나를 더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건 매우 단순하고 틀린 얘기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그런 식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팀 쿡은 애플의 역할을 '페덱스 배달원'에 비유했다. 여기에서 '택배'는 물론 문자메시지(아이메시지) 같은 콘텐츠다.

"(말하자면) 우리는 택배업체 페덱스 배달원입니다. 택배를 받아서 배송하는 겁니다. 그렇게 할 뿐이에요. 그걸 열어보거나 복제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누가 와서 '뭐가 들어있는지 좀 보고싶다'고 할 경우를 대비해 택배를 캐비넷에 넣어 두는 건 우리의 일이 아니죠. 그건 우리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아니고요. 또 제 생각에는 제가 그런 일을 하는 걸 여러분도 분명 원하지 않을 겁니다."

팀 쿡은 또 정부의 요청과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애플의 결정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법을 따르겠지만, 우리가 볼 때 지금은 (정부가 요청한) 이 일을 우리가 해야 한다는 건 법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백도어' 지원을 명령할 권한이 없으며, 이 문제를 토론하고 관련 법을 만드는 건 의회의 몫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회가 '그런 법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만약 암호화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거나 백도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회가 결론 내린다면, 그건 얼마든지 의회의 권한입니다. 의회는 법을 통과시킬 수 있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그게 법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국가안보에 좋은 일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너무 많다고 봅니다."

"(만약 의회가 암호화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다면) 그건 애플에 나쁜 일이 아니라 미국에게 정말 나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러기에 이 나라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팀 쿡은 정부와 맞서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의 시민자유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맞서는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누가 과연 이걸 상상할 수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제가 이런 위치에 서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정부는 언제나 우리 시민들의 자유를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역할이 뒤바뀌어버렸어요. 저는 아직도 제가 악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딴 세상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애플은 지난달 법원의 '기술지원' 명령을 거부하고 취소신청과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법원이 끝내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그 명령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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