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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고양이 수집' 게임에 폭 빠지게 된 이유(영상)

  • 박세회
  • 입력 2016.03.18 12:15
  • 수정 2016.03.18 12:32

전 세계에서 고양이를 가장 사랑하는 매체의 한국 지부 고양이 담당 기자(자칭)로서 지난 몇달간 푹 빠져있는 한 게임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바로 '히트 포인트' 사의 파괴적인 '네코 아츠메'(고양이 수집)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아주 단순하다. 게임 사용자들에겐 각자의 마당이 있고 이 마당에 밥통을 놓거나 여러 가지 어트랙션(장난감)을 사서 비치하면 고양이들이 와서 밥을 먹고 논다. 이 고양이들은 은과 금으로 된 멸치를 가지고 있어서 밥을 먹으면 밥값으로 멸치를 놓고 간다. 장난감을 가지고 재밌게 놀았어도 마찬가지로 멸치를 놓고 간다. 그리고 게임 사용자는 고양이가 준 멸치로 다시 밥을 사고 장난감을 사서 더 많은 고양이가 자신의 마당에서 놀 수 있도록 노력한다.

왜? 방금 말했지 않은가? 더 많은 고양이가 내 마당에서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정말이지 단순한 이 게임은 심각하게 중독적인데 나만 빠진 게 아니었다. 뉴욕 타임스의 라이언 브래들리라는 기자는 "나는 왜 고양이를 모으는 이 휴대전화 게임에 집착하게 되었나"라는 꽤 심각한 칼럼을 쓴 바 있다.

라이언 브래들리 씨는 매우 심각하게 일본의 그래픽 감성을 파고 들었지만 그동안 나 역시 꽤 심각하게 내가 이 게임에 빠진 이유에 대해 고민해왔다. 내가 생각하는 네코 아츠메의 매력은 이렇다. 물론 브래들리 씨와 겹치는 부분도 있다.

1. 고양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 게임에선 고양이가 밥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도 8bit 시절의 그래픽처럼 표현되어있다. 아주 단순하다. 그러면, 언제 움직이는가? 단 한 번 고양이가 사람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껴서 '보은'이란 걸 할 때다. 이때는 갑자기 전체 화면이 검게 변하고 고양이가 아장아장 걸어서 번데기, 새의 깃털, 주사위 등 자신이 길에서 주운 소중한 물건을 선물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장담컨대, 처음으로 고양이의 보은을 받을 때면 가슴에서 뭔가 뭉클한 것이 올라온다.

2.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끔 진짜 고양이들처럼 이 8bit의 고양이들도 아주 앙증맞은 자세로 눕거나 앉아있을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뭘 하느냐? 재빨리 사진을 찍어서 폴라로이드 수첩에 넣는다. 예를 들면 자주 오는 고양이는 이런 다양한 포즈를 연출해준다.

이걸 찍는 게 뭐가 그리 즐거우냐고? 그렇다면 테란으로 저그를 죽이는 게 대체 뭐가 그리 즐거운가? 이긴다고 누가 뭘 주는 것도 아닌데.

3.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이건 진짜 고양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고양이는 함께 사는 거의 스트레스를 못 느끼게 해주는 동물이다. 털북숭이 스웨터에 적응만 된다면 말이다. 이 게임도 그렇다. 알람이 오지도 않고, 깨야 하는 판이 있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가 죽는 일도 없다. 밥을 주지 않아도 고양이는 그저 떠날 뿐 죽지 않는다. 더 좋은 장난감을 사거나 마당의 외관을 리모델링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나는 얘를 '터비'라고 부른다.

'터비'(뚱뚱보 고양이)라는 녀석이 가끔 나타나서 밥을 다 먹어치워서 다른 녀석들이 못 먹는 경우가 있지만, 알림 같은 건 오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들은 터비가 오면 다른 집 마당에 가면 그만이다. 게다가 게임을 오래 하고 싶어도 밥을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전혀 없다.

4. 경쟁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내 경우 아내와 함께 게임을 시작했는데, 지금 우리의 마당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내는 나보다 훨씬 먼저 확장을 했고 돈 많은 고양이들(레어 냥이라고 부른다)이 나타나 금멸치를 뿌려서 거대한 캣 타워도 있고, 카드 보드 집도 있고 무척이나 화려하다. 그에 비해 내 마당엔 터비가 나타나 가끔 깽판을 놓고 별다른 변변한 금 멸치 장난감도 없지만, 아내의 마당이 그리 셈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똑같은 고양이 캐릭터인데 어쩐지 우리 집에 있는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 보여서다. 가난한 집에는 가난한 주인이 있을 뿐, 고양이까지 가난한 건 아니다. 경쟁심이 없으니 서로의 마당을 보여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톡으로 매일 고양이 사진을 주고 받다보면 진짜 고양이를 같이 키우는 느낌이다.

5. 꿈을 꾼다

이건 정말 거의 모든 네코 아츠메 사용자들이 하는 말이다. 우리는 꿈을 꾼다. 8bit 고양이들이 현실 세계에 등장하는 꿈 말이다. 내 경우엔, 사무실 컴퓨터 아래에서 '스노위'(하얀 고양이)가 튀어나와서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회의실에서 터비가 밥을 먹고 있었다. 아래는 버즈피드 재팬이 만든 네코 아츠메 영상이다. 꿈을 꾸면 정말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이 꿈을 꿀 때면 가끔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もしも、ねこあつめが現実になったら

なんて素敵な世界……!Special Thanks @Cosmicolor 8bit http://bzfd.it/1R8wBL2Follow us on Instagram!https://www.instagram.com/buzzfeedjapan/

Posted by BuzzFeed Japan on Wednesday, March 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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