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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8일 07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9일 14시 12분 KST

진영이 더민주에 입당한다면... 그러나 그건 진정한 희망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상은 아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여당의 핵심인사가 야당에 들어와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게 가능한 것은 이 나라의 정당이 정책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나 더민주나 사실 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게 있다면 오로지 사람만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정당을 옮기는 사람도 자신이 지금 지조를 파는 것이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연합뉴스

진영이 더민주로 당적을 옮겨 이번 선거에 나갈 지도 모른다. 만일 그리되면 그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하나의 이변으로 기록될 것이다. 선거득실을 따지면 더민주로선 득이고 새누리로선 실이다. 더민주에 불안했던 중도 부동층에게 긍정적 사인을 줄테니 더민주에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 정당사를 돌아보면 선거철만 되면 당적을 옮기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났다. 야당이 분열되었을 때 의례 낙천자들은 당적을 옮기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여당에서 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것도 집권여당의 핵심 정치인이 야당에 간다? 우리 정치생리에선 사실 생각하기 어렵다.

진영이 더민주에 입당하면 김종인은 웃을 것이고 대통령은 이를 갈 것이다. 대통령은 불효를 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아버지 대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자신의 대에서 일어났으니 말이다. 아버지 대라면 이런 조짐이 보였다면 당장 정보부가 나섰을 것이고 당사자는 이미 남산의 어느 지하실에서 수염이 뽑혔을 지도 모른다. 진영이 더민주로 들어와 이번 선거에 나간다면, 나아가 당선까지 된다면, 그것만으로 오늘의 시대는 70년대와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국정원이 아무리 테러방지법으로 무장했다 해도 70년대의 정보부와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일이 성사되면 김종인의 주가는 올라갈 것이다. 김종인은 지리멸렬한 야당의 대표가 되어 삽시간에 일사불란한 조직정당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더욱 그 정당의 모습은 종래 야당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어쩜 70-80년대의 여당인 공화당이나 한나라당에 유사할 지도 모른다. 여당에서 배운 정치기술을 야당에서 유감없이 써먹고 있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런 정치 현상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상은 아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여당의 핵심인사가 야당에 들어와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게 가능한 것은 이 나라의 정당이 정책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나 더민주나 사실 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게 있다면 오로지 사람만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정당을 옮기는 사람도 자신이 지금 지조를 파는 것이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의 정당은 그저 사람으로 나누어져 한 정당은 집권여당이고 다른 정당은 그것을 견제하는 야당일 뿐이다. 정책이란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것은 그저 선거용이며 장식장의 진열품일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공약했던 정책을 그날로 잊어버린다. 그날부터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다음 선거에 공천 받기 위해 유력 정치인 뒤로 줄 서는 것뿐이다.

이래 가지고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의 복지국가는 오지 않는다. 정당은 정치적 이념을 앞에 두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인재가 들어와야 하며, 선거는 바로 그 정당을 심판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더라도 정도를 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선거철에 갑자기 나타나 한 두 자리 청년 비례대표로 몇 자리 공천 받는 것 가지고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청년들이 대거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치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소년기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학교와 지역에서 나서야 한다. 정당엔 정치학교를 세워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전국적 조직을 만들고 지역에서 구의원, 시의원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국회로 나가야 한다.

덴마크, 스웨덴 등 북구라파의 정치인을 보라. 국회는 물론 내각에도 20-30대의 정치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의 나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청소년기부터 정치를 한 사람들이다. 20대라면 벌써 10년을, 30대라면 거의 20년을 정치를 해온 중진 정치인들이다. 이들에게 축구선수가, 바둑인이,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공천을 받아 정치인이 되는 게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아마 놀라 자빠질 것이다. 단연코 말하건대, 우리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그들 나라에서 배워야 한다. 이번 선거가 이런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추신: 이 글을 읽고 내가 진영의 더민주 입당을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길 바란다. 그것은 오해다. 더민주의 선전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그의 입당은 긍정적이다. 다만 나는 이 글에서 진영의 더민주 입당이 우리 정치의 희망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 정당들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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